위험한 이웃 - 왜곡된 정의감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사람
우메타니 가오루 지음, 이수형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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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이웃 문제는 문자 그대로 옆집 사람과의 갈등부터 직장 내 인간관계, 연애, 결혼, 그리고 가족 관계에 이르기까지 실로 폭넓다. 하지만 이처럼 다종다양해 보이는 문제도 결국에는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지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위험한 이웃은 당신의 인생을 자기 생각대로 조종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이나 행동은 언뜻 다양한 패턴처럼 보이지만, 그 결론만큼은 대개 동일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다루는 건, 사실 이웃과의 관계 너머 당신 자신의 자립과 자유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몬스터 클레이머란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는 구매한 상품에 대해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고 화를 내는, 혹은 점원을 무릎 꿇게 한 뒤 사진을 찍어 이를 온라인상에 올리는 사람을 가리킨다.

 

 아이 교육에 불만을 갖고 학교에서 난동을 부리는 몬스터 페어런트, 병원을 타깃으로 소란을 피우는 몬스터 페이션트 역시 최근 들어 큰 화제를 모았다.

 

 

 독이 되는 상사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사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상사의 실수를 대신 뒤치다꺼리하거나 터무니없는 과제가 주어져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상사 이름을 제일 먼저 드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직장인에게 상사는 스트레스의 근원이 되기 쉬운 존재다.

 

 위험한 상황에서 의지가 되는 건 가족이나 이웃,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다. 하지만 보통 생활에서는 가족이나 이웃, 가까운 동료가 서로 미워하고 방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미움이나 화도 더 생기고, 그 정도가 심해져 어느새 수습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사람에 대한 악감정 중에서도 질투는 조절하기 매우 어려운 감정 중 하나다. 질투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같다고 할만큼 오래되었다. 물론 이성에 대한 남녀 간의 반응 차이는 생물학적으로 강하게 규정된면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따라 생겨난 질투라는 감정에 괴로워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지역 내 이웃과의 교제는 분명 범죄, 화재에 대한 사고 대책을 함께 세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서로간의 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있지도 않은 소문을 퍼뜨리는 등 다양한 주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웃이 정상적인 상대가 아닐 경우, 점점 위험한 이웃으로 변해 상상조차 못할 일로 비화되기도 한다.

 

 

 주변 갈등으로 건강을 해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이들은 사소한 오해로 말다툼을 하거나, 계속 짜증나 있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확실히 서로 으르렁거리며 우울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정신적으로 꽤나 스트레스다. 특히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전업주부들에게 이런 종류의 고민을 듣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스트레스라 할지라도 거의 매일 싫은 마음을 안고 있으면, 점차 자율신경계의 밸런스가 무너져 면역력도 함께 저하된다. 감기도 잘 걸리고 위통 또한 심해진다. 자주 생기는 두통이 잘 낫지 않고 점차 만성적으로 변해 간다.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으며, 건강은 나날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스쿨 카스트라는 말이 확산되면서 카스트 제도와 비슷한 상하 관계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는 경험에 따라 몇 가지 신조어가 생겼다. 마마 카스트라는 키워드도 그중 하나다.

 

 마마 카스트는 TV 드라마나 소설의 소재로 다뤄진 적이 있을 만큼 일부에서는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학교에 아이를 보낸 엄마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학부모 친구 그룹, 그 안에서 생겨난 상하 관계가 바로 마마 카스트다. 엄마들의 서열을 결정하는 요소로 다양한 것들을 들 수 있다. 아이 성적, 친구의 수, 남편 수입, 직위, 자기 경력, 외모 혹은 살고 있는 집과 그 층수, 평수, 타고 있는 차종 등.

 

 스쿨 카스트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이 모이면 서열이 생기는 건 어떤 그룹이든 마찬가지다. 마마 카스트에는 남편 수입과 아이 성적이라는 눈에 보이는 서열 외에도 성격, 가치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 또 라이벌 의식이나 질투 같은 다양한 감정적 요소까지 더해져 꽤나 복잡한 양상을 띠곤 한다.

 

위험한 이웃

 

 지금까지 살펴봤듯 카스트라는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편리하기에 다양한 변형이 이뤄져 왔다. 스쿨 카스트, 마마 카스트 외에도 사내 카스트, 혹은 부서 내 카스트, 여자 카스트, 연애 카스트, 가정 내 카스트 같은 형태도 있다.

 

 하지만 이런 카스트는 왜 그렇게 오래 살아남아 우리들을 끈덕지게 괴롭혀 오고 있는 걸까? 서열 사회를 기뻐하는 건 오직 상위 그룹에 머무는 소수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런 부조리한 시스템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은 자유를 향한 길을 갈구하면서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길을 선택하기 쉬운 존재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말이지만, 유대인으로서 나치즘을 피해 미국으로 귀화할 수밖에 없던 프롬의 강한 고뇌가 응축되어 있기도 하다. 자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에 동반해 생기는 고독과 책임의 무게를 받아들일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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