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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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는 맥도널드 매장보다 골프장이 더 많다. 하지만 이 말은 미국인들이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보다 잘 손질된 잔디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걸어다니며 스포츠를 즐길 장소를 찾는 은퇴한 베이베부머들이 4,000만 명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국가가 부유해지면서 인구 대비 출산율은 떨어지고, 평균 연령은 높아진다. 높아진 삶의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신경외과 의사, 레스토랑 웨이터, 네일 관리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새로운 근로자들을 외국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더 많은 이민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가 강력한 문화적 · 시민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할 때, 새로운 이민자의 유입은 기존의 지배적인 문화를 분열시킨다.

 

 국가가 부유해질 때 출산율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며, 그중에서도 특히 중상위 소득층에서 더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다. 그리고 국가가 부유해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질 때, 사람들은 더 많은 주름살과 흰머리를 보고, 그로써 더 많은 염색약을 구매하게 된다. 혈압약과 MRI 장비, 혹은 만보기 등 기술 발전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날 때 노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형태와 규모에 따라 부채는 개인과 국가에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부채는 좋은 것일 수 있다. 개인이 돈을 빌리거나, 혹은 정부가 국민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빌리는 일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부채가 전혀 없이 경제 발전을 기대할수는 없다.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줌으로써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오늘날의 첨단 금융 기술의 시대에서 허술한 부채 관리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 걸쳐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단기 자금인 핫머니는 주식 중개인들의 책상 위로 액상 마약을 호스로 마구 뿌려대는 것처럼 전 세계 금융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최근 몇십 년에 걸쳐 많은 국가들이 흔들리는 동안 새로운 현상들이 있다. 그것은 많은 젊은이와 중년들이 마치 퇴직자처럼 행동하고, 일하기를 꺼린다는 사실이다.

 

 근로 윤리의 약화는 빠르게 전염된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은 화가 난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속이고, 일확천금이나 한탕주의에 매달린다.

 

 

 다양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연구는 나이와 여러 다른 건강상의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일찍 은퇴할수록 인지 능력이 더 빠른 속도로 감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고하는 능력은 위축되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자들은 정신적 · 육체적으로 스스로에게 도전과제를 내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은퇴했다고 해서 모두 멍청해지는 것은 아니다. 은퇴자들 역시 얼마든지 정신적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아마도 더 중요한 사실은 건강한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고 움직이지 않을 때, 그들은 꿈을 잃고 행복을 맛볼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국민들은 충분히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관료 조직은 축소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가 번영할 때, 그 사회의 관료제는 두터워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료제는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사회의 낙관적인 전망을 위축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비대한 관료제는 부자 나라의 엔트로피 흐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비대한 관료제는 시민과 지도자 사이를 갈라놓음으로써 사회 부패를 초래한다. 그리고 그 틈이 크면 클수록, 국가는 더욱 거대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평화를 누리고 있는 많은 국가들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군대에 가거나, 혹은 그밖에 다른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억압적인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 필란드는 6개월에서 1년까지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산뜻한 옷차림의 교황 호위대 병력을 제공하는 스위스는 그들의 젊은이들에게 군대에 입대하거나, 아니면 노인을 돌보거나 문화 유적지를 관리하는 등의 대체 복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번영의 대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두뇌와 함께 체력이 필요하다. 즉 신중한 사고와 더불어 성실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합의된 원칙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그러한 원칙들 중 으뜸은 국가가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과거에 벌어진 모든 일들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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