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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2 : 말테의 수기 ㅣ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2
홍은희 글, 최순표 그림, 손영운 기획, 라이너 마리아 릴케 원작 / 채우리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릴케는 1904년부터 [말테의 수기]를 쓰기 시작하여 1910년에 로마에서 완성했다. [말테의 수기]를 쓰는 동안 릴케는 로마를
여행했으며,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머물기도 했다. [말테의 수기]에는 이 6년의 경험뿐만 아니라 릴케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과 로댕의 전기를 쓰기
위해 파리에 머물렀던 체험이 녹아있다.
[말테의 수기]는 릴케의 모든 추억이 마치 산문시처럼 구성되어 있다. 말테의 추억은 일기와 편지 같은 아주 주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객관적 서술까지 담고 있어 무척 다양하다.
[말테의 수기]의 독일어 원제목은 [말테 라우리츠 브리게의 수기]이며,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덴마크의 이름 없는 청년인 말테가
자신의 일기를 쓰는 형식으로 되었다. 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구성되었는데, 일반적인 소설과는 달리 어떤 줄거리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말테는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서로 깊은 내면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약 71개 정도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하나씩 짚어 가면서 각각의 이야기들이 품고 있는 의미를 조각품을 다듬어 가듯이 정교하게 새겨 나갔다. 이 소설이 다루는 주제는 크게
나누어서 죽음과 사랑이다.

[말테의 수기]에서는 몇 개의 커다란 주제가 끊임없이 변주된다. 가장 큰 주제는 존재의 불안이다. 작품의 서두에서 언급된 이 주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면서 계속 등장한다. 말테가 익명의 존재로서 거대한 대도시에서 느끼는 불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겹쳐진다. 사물화 되고
고유한 의미를 잃어버린 대도시에서의 죽음에 무방비로 노출된 버림받은 이들의 모습에서 말테의 존재의 깊은 불안을 느낀다.
또 다른 주제는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다. 말테가 예로 들고 있는 수많은 여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가
그 사랑의 고뇌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여인들이다. 말테가 펼치는 사랑은,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구분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사랑받는 이는
사랑하는 이에 종속되고 사랑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지만, 사랑하는 이는 그 어느 속박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사랑하는 대상을 넘어서 더욱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말테는 사랑의 최고 형태는 신에 대한 사랑이며 신은 대사잉 아니라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말테의 수기]는 여러 개의 주제들이 상호보완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새로운 모티브로 급변하며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을 통해 [말테의 수기]는 독일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소설이지만
소설다운 줄거리 전개가 없다. 일기 형식의 단상이라든가 편지의 일부, 과거의 추억과 비망록 같은 여러 개의 단편적 수기가 집성되어 있을
뿐이다.
[말테의 수기]는 수많은 조각들이 합쳐져서 커다란 전체를 이루는 몽타주 방식의 소설이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 형식을 혼합하고
있다. 그래서 [말테의 수기]는 모더니즘 소설을 여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받는다. 릴케는 [말테의 수기]를 통해 이전까지의 인식 방법이나
서술 방식으로 서술하려고 했다. 그런 노력이 독특한 구성 형식을 탄생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