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01 : 주홍글씨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
배민기 그림, 김세라 글, 손영운 기획, 너대니얼 호손 원작 / 채우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17세기 미국은 청교주의라는 엄격한 종교적 도덕률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소설 [주홍 글씨]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금지된 사랑을 아픈 마음으로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으며,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수작이다.


 [주홍 글씨]는 헤스터 프린이 처형대에 서서 처벌을 받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처음부터 헤스터 프린이 어떻게 딤즈데일 목사와 불륜을 맺었는지가 아니라, 불륜을 저지른 후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감옥과 무덤이 상징하듯 원죄를 지닌 인간이 본질적으로 죄를 짓기 쉽다는 점과 죄로 인한 죽음이 어떤 사회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 여자는 용서 받지 못할 죄인으로 취급받고, 간통죄를 뜻하는 주홍 글씨 A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여자에게 주홍 글씨 A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자 지워지지 않는 낙인 같은 것이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여자는 외딴 곳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삯바느질로 근근이 살아간다. 반면에 아이의 생부는 남몰래 죄의식에 시달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악마의 자식으로 여겨지는 아이는 유난히 엄마 가슴의 A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여자의 남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복수를 꿈꾸는 남편은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아이의 생부에게 접근해 간다. 그는 죄의식으로 고통 받는 상대의 영혼을 조정하고 자멸 시키려 한다. 한편 여자는 꾸준히 선행을 베풀어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지만 마음속으로는 도피를 꿈꾼다. 하지만 아이의 생부가, 자신이 숨겨진 죄인이었음을 대중 앞에서 고백하고 만다.


 [주홍 글씨]는 17세기의 미국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헤스터가 사는 뉴잉글랜드 지방은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이다. 호손은 청교도 사회의 규범에 도전하는 주인공 헤스터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보여 준다. 개인에게 자유를 무한정 허용한다면 사회의 혼란스러워지고, 반면에 사회 질서를 우선시하면 개인의 자유는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개인과 사회 간에는 긴장과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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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인이란, 소유자를 표시하기 위해 가축 등에 쇠붙이를 불에 달궈 찍는 도장을 말한다. 예전에는 형벌로 죄인의 몸에 낙인을 찍어 죄인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범죄학 이론 중에 '낙인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일탈자라는 낙인을 찍게 되면 그 사람은 일탈 행동을 더 하게 되고 결국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낙인 이론에서 유래한 용어가 '낙인 효과'이다. 일단 일탈자로 규정되면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당사자는 점점 위축되어 의식적 · 무의식적으로 그 낙인에 걸맞은 행동을 하게 된다.


 한편, 낙인 효과와 반대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은 마음에 드는 여성이 없어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아로 조각했다. 아름답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 조각상을 그는 진짜 사람인 양 아끼고 보살폈고, 나중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마침 '사랑의 여신' 축제가 열리자 그는 그 조각상과 똑같은 여성을 만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피그말리온의 진실한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기도를 들어주었고, 조각상이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변하자 피그말리온은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다. 이처럼, 어떤 일에 대해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면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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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손은 [주홍 글씨]를 소설이 아닌 로맨스라고 불렀다. 로맨스는 문학의 한 장르로서 낭만주의 문학의 전통에 속한다. 중세 기사들의 연애와 모험 이야기에서 비롯되어, 공상적이고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지칭하는 용어로 변했고, 다시 몽상적인 소설을 가리키게 되었다. 호손에 따르면 소설은 평범한 일상 경험을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햇빛에 드러난 삶이 소재가 되는 반면에, 로맨스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을 다루며 달빛에 드러난 모습이 그 소재가 된다. 즉, 로맨스는 소설에 비해 다소 공상적이고 상상적인 요소가 강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호손 스스로 [주홍 글씨]를 로맨스로 분류했듯이 이 작품에는 사람의 가슴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거나 하늘에 큼직한 글자가 나타나는 등 사실적 묘사를 추구하는 소설과 다른 대목들이 나온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어휘들이 많이 등장하고, 가정법 문장이 많이 쓰이고 있는 것도 로맨스적 요소로 파악될 수 있다. 한편,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낭만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헤스터는 죄인이 아니다. 오히려 규범에 순응하지 않고 인간 본성에 기초한 자연법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자유를 지키려 한 낭만주의자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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