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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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럼버스는 어떤 교육 기관의 영향도 받지 않은 인물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서 직조공 일을 하다가 그다음에 바로 선원이 된다. 그래서 이른 나이에 동 지중해의 키오스 섬을 비롯해서 아이슬란드, 아프리카 해안 등 여러 지역을 항해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가 나중에 대서양 항해를 기획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혼자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다. 우선 그는 책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 시대에 책이라는 것은 굉장히 귀한 물건이었는데 말이다. 당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막 등장해서 책을 통해 지식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15세기 중반경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 대략 150년까지 서양에서 인쇄된 초기 인쇄 서적을 인큐나블라라고 하는데 이것은 매우 귀한 물건이다. 이 책들은 지극히 고가인지라 대개 왕실, 왕립 도서관이나 대귀족 혹은 학자들만이 살 수 있고, 또 그런 책을 읽을 때면 손상을 우려해 잘 만지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던 때다.

 

 그런 시대에 평민 선원인 콜럼버스가 책을 상당히 많이 소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더군다나 그는 그 비싼 책을 읽으면서 여백에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담아 주석을 써놓았는데, 이 역시 당시에는 예외적인 일이었다. 현재 콜럼버스가 읽고 주석을 단 책들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려주는 아주 귀한 자료이다.

 

 

 동양과 서양의 운명의 향배가 갈리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에는 바다가 있다. 바닷길에 대한 지배권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인 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사의 큰 줄기를 정리해보면, 세계 여러 문명들이 장구한 기간 발전해오다 근대 이후 바다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소통하며 세계의 구조가 새롭게 형성되는데, 그 과정에서 점차 서구가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

 

 흔히 중국과 유럽을 비교할 때 중국사의 특징으로 드는 것이 진나라 때 형성된 제국 질서가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오늘날의 중국도 국민국가보다는 제국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하는 게 훨씬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게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세계 문명의 교류를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언급해야 할 요소는 수송 수단이다. 그것은 크게 수레, 배, 카라반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으며, 실제 문명 간 교류에서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수레보다 카라반이다. 쉽게 말해서 동물의 힘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동물이 그냥 짐을 싣고 가게 한 것이다. 그중에서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동물이 바로 낙타이다.

 

 낙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단봉낙타이고 다른 하나는 쌍봉낙타이다. 몸집은 혹이 두 개인 쌍봉낙타가 더 크다. 추운 지방에 살던 쌍봉낙타가 더운 지역에 가자 표면적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생겨 단봉낙타로 진화한 것이다.

 

 

 세계사를 보면 특별한 계기로 한 지역의 작물이 전 세계를 향해 폭발적으로 전파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그중 자주 언급되는 것이 아메리카의 작물들이 전 세계로 퍼져간 현상이다. 토마토, 고구마, 감자, 옥수수, 고추 등이 대표적인 작물이다. 이것들은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이 먹는 아주 중요한 양식들이다.

 

 중국에서는 수상 수송이 아주 일찍부터 발달했다. 무엇보다도 대운하를 보면, 그 길이만 해도 거의 뉴욕에서 플로리다에 이르는 정도다. 그야말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수로를 뚫은 것이다.

 

 중국은 하나의 문명이라기보다는 여러 개, 적어도 2개 이상의 문명으로 구성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행정 · 군사 중심지로서 북경을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이 있고, 아래쪽으로는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롭고 벼농사로 물자가 풍부한 소위 강남 지역이 있다. 상이한 성격의 이 두 지역이 서로 보충하는 가운데 제국이 발전해간다.

 

 제국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두 곳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가 핵심 관건이 된다. 그 연결망이 운하이다. 운하가 잘 소통해주어야 제국이 살고, 반대로 제국 질서가 무너지면 운하 길 역시 끊어진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하나의 제국이 무너져 혼란기를 겪다가 다음 제국이 들어서 어느정도 안정 단계에 이르면 대개 처음하는 일이 수로를 손보는 일이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내륙 수상 운송이 크게 발전했다.

 

 

 1820년대에 결정적인 분기가 일어나는 데는 산업혁명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 유럽이 본격적으로 경제적인 패권을 잡는 반면 중국과 인도 경제가 쇠락하기 시작한다.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설명할 때 유용한 개념 중 하나가 생물학적 교환이다. 생물학적 교환이란 생태계 요소들 간의 이동을 가리킨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혹은 세균이든 간에 생태 요소들은 야생의 자연 상태에서도 늘 이동을 하게 마련이다. 언젠가 우연히 이웃 대륙으로 들어간 짐승이나 새, 풀 등이 그곳에서 자리 잡고 적응해서 살아가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근대 이후 인간이 전 세계로 이동하면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인간에 의해 다양한 생물종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자연 상태에서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빠르게, 또 대규모로 생물학적 교환이 활성화된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의 제철 산업은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를 이용하지만 그 이전 시대에는 목탄을 사용했다. 철을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 만든 목탄을 대량으로 소비했으니 제철소가 들어선 곳은 얼마 안 가 숲이 다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하나의 숲을 없애고 나면 다시 이웃 숲을 찾아가고 하는 식으로 광대한 면적의 숲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라지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다. 동물들의 멸종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물론 멸종은 자연 상태에서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제는 인간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멸종되는 사례들이 많다.

 

 그렇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화석 연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지구 기온을 높여서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대개 동의하는 바이다.

 

 산업혁명 당시에만 하더라도 화석 연료를 이용한 기계 사용 덕분에 생산이 크게 증대한 데 대해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특히나 기계가 노예를 대신하리라는 긍정적인 발상도 나왔다.

 

 과연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노예를 해방시키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킨 측면도 분명 있지만 오히려 억압을 가속시킨 측면도 다분하다. 산업혁명 시기에 노동자들은 기계에 자신을 맞추어 더 힘든 노동을 했고, 더 많은 시간을 작업장에서 보내야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가 요구되는데,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통해 우리 자신과 세계를 잘 헤아리는 지혜를 갖춰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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