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예금통장 - 고백 그리고 고발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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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기 전 [고백 그리고 고발]이란 책을 봤었다. 그 책을 보면서 무척 화가 났었는데 이 책 [찢어진 예금통장]을 보면서 또다시 화가났다. 기을호를 대리해 10년 동안 무려 20번의 민사소송에서 모두 패소해서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나와 같이 패소의 이유가 납득이 안 될 것이다.

 

 이렇게 화가 나지만 이 사건의 최종 승리자는 H 건설이라니.... 역시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믿고 의지할 법이 아직도 힘 있고 가진자의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치주의란 권력자의 독단이나 자의를 배격하고 법에 의하여 인간 생활의 기초가 되는 자유, 평등, 정의를 실현 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변화의 열망 속에 있다. 이러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변하지 않으면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스스로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은 결코 변화되거나 나아지지 아니할 것이다.

 

 

 1948년 9월 13일은 대한민국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 받아 사법주권을 회복하였고 독립운동가였던 김병로 선생이 초대대법원장으로 취임하였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2015년 9월 13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을 기념하여 매년 9월 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공식 지정하였다.

 

 70년의 광음을 지나는 동안 우리의 사법 역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였다. 특히 1988년 헌법으로 도입된 헌법재판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독창적인 이론과 체계를 형성해왔으며, 또한 그동안 대법원이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여온 판례 검색 시스템의 전산화 작업은 각 사건 유형별 판례의 집적과 분석을 통하여 우리의 전통적인 판덱텐 법학의 체계를 판례법의 체계로까지 조화 또는 승화시키면서 국민들의 실생활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재판상 독립과 철저한 신분을 보장받는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바로 사법부 자체는 절대로 권력자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부는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되었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헌법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법부가 스스로 권력자가 되어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 한다면,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국민은 어디에서도 구제받을 길이 없게 된다.

 

 사법 독립은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적 개념에 불과하다. 국민의 기본권을 좀 더 효율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로서 채택되었고 국민들에 의하여 승인된 제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법 독립 혹은 법관의 재판 독립은 그것이 법원이나 법관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원의 책무이고 의무이다.

 

 법원과 법관은 어떠한 조건과 유혹 속에서도 사법 독립의 헌법정신을 굳건히 유지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으로 국민 주권주의를 실현하여야 할 책무를 진다. 헌법이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재판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법 독립의 요체는 법관의 재판상의 독립이라고 할 것이다.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헌법이 신분을 보장하는 재판기관이고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모든 법관은 독립적으로 재판을 담당할 충분한 자질과 능력, 그리고 헌법에의 굳은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법관이 독립적으로 재판을 담당할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헌법에의 굳건한 의지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사법 독립, 재판 독립에 크나큰 장애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법부 내의 지나친 서열화와 계급화를 통하여 관료화된 사법구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의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국민의 기본권 보장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로 직결된다.

 

 최근 2~3년 사이 보고된 각종 통계자료와 지표에 의하면, 사법부의 신뢰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더 이상 국민들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공정한 재판부를 기대하기보다는 각종 연고를 찾아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심지어 법관의 친지나 지인 또는 브로커를 통해 청탁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고위직 법관 출신 변호사 사무실에는 돈 많은 의뢰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대형 로펌들은 이들을 영입하려고 혈안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국민들은 힘 있고 돈 많은 자들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재판 절차는 단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힘 없는 자가 적법한 재판 절차를 통하여 힘 있는 자들로부터 자신의 기본권을 보호받는 것은 차라리 기적에 가까운 일로 생각한다. 거대하고 조직화된 사회구조는 실체진실에 대한 포기를 넘어서 체념의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민심의 변화와 경향을 사법부 내부에서 전혀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법구조는 이를 전혀 개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오히려 소수 사법 권력자들에게 권력은 독점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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