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문학 트렌드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김시천 기획.대담, 박석준 외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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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이 역사를 초월하여 늘 존재했던 그런 학문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물음의 내용이 다랐고, 그 분야에 종사한 사람들의 직업이 달랐고, 소속된 기관이나 사회 제도가 달랐으며, 따라서 사회적 역할 또한 달랐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인문학도 늘 변해왔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인문학과 관련하여 설명하기 어려운 모순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는 인문학 위기라는 논란이 분분하다면 사회에서는 인문학 붐이 열기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한편에서는 위기라고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붐이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 음식인문학, 경제인문학, 의료인문학, 빅데이터인문학, 생명인문학, 디지털인문학 등과 같은 분야는 연구자가 문사철을 전공한 학자들이 아니라 해당 분야 출신의 학자들이다. 이처럼 새로운 접경에서 일어나는 인문학적 문제들은 전문 지식을 요하기에 대중적 관심이 대상이 되기가 쉽지 않다.

 

 그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되는 인문학적 물음을 포함한 새로운 연구 영역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인문학의 경계는 주변 학문들과 뒤섞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물음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최종적 물음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인문학은 2011년에 출간된 [음식인문학] (주영하)에서 비롯된 말로 '인문학자의 음식에 대한 연구'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식사로서의 음식은 일상이지만, 문화와 역사로서의 음식은 인문학이다"라는 문장이 보여주듯 음식인문학의 외연은 대단히 넓다. 음식에 대한 연구는 음식의 재료, 원료 확보의 방법, 조리 과정은 물론, 누가 어떻게 먹고 마시는가에 대한 역사적 · 문화적 · 사회적 층위의 다양한 문제의식과 관련된다. 따라서 음식인문학은 음식학을 구성하는 인문사회과학의 하나로 그 성격과 위상을 정의할 수 있다.

 

 치유인문학은 학문 분야라기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부딪치는 실존적 문제를 치유하는 데에 인문학과 예술이 폭넓게 활용되는 경향을 반영하는 말이다. 철학, 문학, 역사 등이 철학 치료, 글쓰기 치료, 역사 치료와 같은 방식으로 치유나 힐링에 활용되는 학문 경향을 일컫는 말인 것이다. 즉 인문학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치유인문학은 구체적 맥락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다고 할 수 있다.

 

 경제인문학은 경제학 관련 분야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나 통찰을 모색하는 강좌 기획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며, 경제학이 주로 재화나 용역의 생산과 분배와 같은 경제 현상에 관심을 갖는 학문이라면 경제인문학은 인간과 사회의 본성, 인간 행동의 성격과 다양성, 합리성이나 선택 등 경제와 관련된 인간 활동이나 개념에 대한 사회적 · 문화적 · 철학적 접근을 포괄한다.

 

 

 의료인문학은 의학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이다. 의학의 역사를 다루는 의사학, 의학의 철학을 다루는 의학철학 등 기존 인문학의 학문적 범주 안에서 의학의 주제를 특화시켜 다룬다. 의료인문학이란 용어는 1976년 호주의 외과의사 무어가 인문학적 내용을 바탕으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을 가르친 데서 비롯했다. 한국의 경우 의료인문학은 의료윤리, 의학철학, 의학사를 아우르는 '인문의학'을 뜻하거나, 넓게는 사회와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인문사회의학'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영상인문학은 문자 중심에서 영상이나 이미지와 소리가 인문학의 주된 매체이자 방법으로 부상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편 영상인문학은 인문학의 영역과 내용을 규정하는 용어가 아니라 성격과 매체를 규정하는 특징을 갖는다.

 

 빅데이터인문학은 빅데이터의 성장으로 가능해진 새로운 인문학 흐름과 방법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애널리스트 더그 레이니는 데이터의 급성장에 대해 데이터의 양, 데이터 입출력 속도, 데이터 종류의 다양성이라는 세 차원에서 접근하여 '엄청난 용량, 빠른 속도, 높은 다양성을 갖는 정보 자산"으로 정의하였다. 그 결과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방대한 데이터 기록으로 남게 되었고, 이런 기록은 인간을 이해하는 자료가 되었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뇌의 구조와 기능, 특성을 진화의 산물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의 현대적 원리들을 종합하여 삶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석한다. 오늘날 진화심리학은 경제학, 법학, 의학, 정치학, 문학 등 매우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에 적용되거나 응용되고 있다.

 

 

 생명인문학은 이 책에서 사용한 잠정적이고 도전적인 용어이다. 빅데이터인문학과 디지털인문학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인문학이라면, 생명인문학은 유전자 조작과 같은 생명기술의 발전, 이미지 기반의 표현 양식의 확산으로 등장한 인문학의 새로운 범주이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창조 행위를 일컫는 예술 '바이오 아트'를 통해 생명, 인간, 삶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시도를 가리킨다.

 

 뇌신경과학은 뇌를 위시한 신경계에 대한 과학이다. 근래에 인문사회과학의 학문 분과와 신경이라는 단어가 만나 신경인문학, 신경인류학, 신경역사학, 신경미학 등이 생겨나며 학문 연구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뇌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대화에 붙이는 학문의 명칭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신경인문학연구회가 발족하며 뇌과학과 인문학의 만남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인문학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창조적 저작 활동을 포괄하는 용어다. 디지털인문학이라는 정식 명칭은 2004년에 출간된 [디지털인문학 편람]에서 사용되었고, 2006년 미국인 문학재단의 사업단 명칭으로 편성되면서 정착되었다. 그리고 2015년 5월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가 결성되면서 디지털인문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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