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2017 : 적당한 불편
김용섭 지음 / 부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우리는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꾸는 것이 진화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돈으로 불편을 사는 사람들, 감수할 만한 불편을 새로운 매력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적당한 불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이렇듯 편리함이 미덕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당한 불편을 감수하는 이들이 등장했다는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불편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 '감수할 만큼 적당한'이라는 전제가 붙으면 조금 달라진다. 참을 만한 고통은 쾌락이 되기도 하고, 감수할 만한 불편은 편리함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능가하기도 한다. 적당한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트렌드는 소비의 진화이자 소비자의 성숙을 의미하기도 한다.

 

 편리함을 전적으로 포기하기는 어렵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트렌드는 적당한 불편이다. 무조건적 불편은 고행이나 자학일 뿐이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편리함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불편한 건 싫다. 그런데 적당히 불편한 건 괜찮다. 여기서 적당히가 중요하다. 사실 불편한 것과 적당히 불편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묘하면서도 매력적인 말이 적당히일 것이다. 적당한 고통은 쾌락이 될 수 있듯, 적당한 불편도 새로운 즐거움이자 성취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만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등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 다 평등한 게 나쁠 때도 있다. 바로 마케팅에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게 마케팅이다. 모두에게 분산되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집중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때가 많다. 결국 소비 트렌드에서는 긍정적 차별이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사회적 차별이 아니다.

 

 이제 기업들은 경쟁사가 아니라 소비자와 싸운다. 상대평가의 시대에서 절대평가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쟁사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전방위적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마켓 셰어, 즉 시장점유율이나 경쟁사라는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이젠 라이프 셰어 시대다. 한동안 타임 셰어가 주창되며 소비자의 24시간을 어떻게 점유할 것인가를 노렸지만, 결국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점유하고 활용할지 고민하는 라이프 셰어가 핵심이 되었다. 결국 우리가 취향을 얘기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하려는 건 모두 라이프 셰어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지금 장기불황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공짜 마케팅, 저가 마케팅도 활발하고, B급 상품과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하지만 무조건 싸거나 공짜라고 좋아하는 건 아니다. 멋지고 매력적이지 않으면 공짜라도 소용없다.

 

 물론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없다. 기업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며 비용을 쏟아붓고, 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세금으로 충당한다. 어쨌든 공짜로 누릴 것들에도 품격이 필요해졌다. 그만큼 소비자의 취향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도 같다. 끊임없이 진화할 뿐만 아니라 변종도 만들어 내고, 생각지도 못할 결합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낳기도 한다. 트렌드는 서로서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각 트렌드 이슈를 개별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이렇듯 라이프 트렌드 이슈들이 서로서로 얽히고설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건 우리 인간이 그만큼 복잡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다양한 욕망의 결집체다. 당연히 트렌드 코드에서도 하나만 따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고루 섞어서 따르기도 한다.

 

 왜냐하면 트렌드는 살아 있는 것이고, 내일 당장 어떻게 진화할지 모르는 것이므로 너무 쉽게 단정짓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같은 트렌드 코드라도 어떤 시점, 어떤 대상이냐에 따라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결국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트렌드를 소비하고, 트렌드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는 모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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