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시대에는 우울즐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대표적인 우울즐 증상의 사례를 들고, 과거의 우울증과 신형 우울증이 어떻게 다른지, 그 배경에 잠재한 사회, 직장, 학교, 가족 등의 문제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우울증의 개념 확대를 초래한 진단 메뉴얼과 항우울제 문제를 파헤친다. 신형 우울증의 타책 경향과 사람들이 왜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지 분석한다. 이때 키워드는 자기애로, 정신분석이론에 근거하여 자기애를 자세히 설명한 부분이 3부이다. 사회적 요인의 측면에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늘고 있는 이유도 알아본다. 4부에서는 우울증을 둘러싼 각종 문제에 관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의 감기로 불릴 만큼 우울증의 시대다. 요즘 다시 우울증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과거 우울증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보이는 신형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우울증은 멜랑콜리 친화형 성격, 즉 내향적이고 진지하고 책임감이 크고 자책하는 성향이 짙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의 우울증 환자들은 타인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다거나 직장에 나가는 등 하기 싫은 것을 할 때만 우울해한다. 주변에서 보기에 이들은 우울하다기보다는 제멋대로인 사람 같다.
신형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두드러진 특징은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타책 경향이다. 이렇게 되고 싶다는 자기애의 이미지와 이것밖에 안 되는 현실의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우울감이 심한 사람들 대부분은 증상을 감춘 채 자연히 개선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우울증이 공식적인 병으로 인정되면서 진찰을 받고 항우울제를 투여받는 사람이 늘었다.
우울증에 잘 걸리는 사람은 생활 · 환경 · 가치관의 변동, 혹은 인간관계와 일에 있어 달라지는 자신의 역할 등 인생에서 불시에 찾아오는 상황 변화에 약한 경향이 있다. 즉 익숙했던 환경이나 인간관계에서 떨어져나오면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잃어버린 것에 기인한다.
외향적이고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 우울증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 주변 사람들의 눈에 이들은 일할 때만 우울해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 사람으로 비친다. 이런 사람들의 우울 증상은 기존의 우울증과 다르다 하여 신형 우울증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회사원에게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직장 우울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형 우울증은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사소한 한마디가 인간관계, 특히 부부관계를 해칠 수 있으므로 말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단, 신형 우울증은 타인의 악의 없는 언동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심하게 우울해하거나 격하게 화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정작 말을 한 사람은 상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른 형태의 신형 우울증이 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 우울증이라고 진단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자신의 우울감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 사람은 분명 직장이나 가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주변을 당혹시키고, 모두가 자기 뜻대로 해주기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병을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 사회의 아픈 구석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늘날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기도 한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우울증인데도 정반대의 특징을 보이는 신형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제 우울증은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병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두루 반영하고 있는 병이다.
우울증을 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심리학적 개념은 자기애이다. 앞서 말했듯 신형 우울증에 나타나는 타책 경향 역시 이렇게 되고 싶다는 자기애의 이미지와 이것밖에 안 되는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항우울제 사용이 잦아진 이면에는 경쟁사회에서 능력을 더 잘 발휘하고 싶다는 바람, 곧 자기애와 관련이 있다.
자기애는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자존심의 원천이 되고, 이상형성에 충당되거나 대상선택에 반영된다. 너무 과해진 자기애는 심기증이나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형 우울증 환자의 특징인 부인과 투영 역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더 심한 경향이 있다. 자기애의 이미지와 현실의 자신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타인을 탓하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누가 우울증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그러니 우울증에 걸렸으니 나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 대신, 몸과 마음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SOS 신호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연히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나 일을 대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자기애의 이미지에 안주해 있으면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나약하다거나 못났다고 비난하거나 경멸할 것이 아니라 내일은 그 주인공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자기애의 이미지와 현실의 자신이 완전하게 일치하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간혹 있다고 한들 그 사람 또한 인생을 살면서 얼마든지 대상상실을 겪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자기 안에도 비슷한 나약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 조금씩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