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소년
창신강 지음, 주수련 옮김 / 책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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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에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 아이를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성장시키려는 권력자,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친구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아이의 행동, 부모의 비뚤어진 애착,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교육의 본질 등이다.

 

 왜 나쁜 행동을 멈추고 좋은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틀에 박힌 교훈처럼 제시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굉장히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시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 주인공을 비롯해 검은 카드, 비정상적인 새끼손가락, 특별 법원 등 흥미롭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또한 작가는 각 장마다 복선만 던져 줄 뿐 결말을 알 수 없는 구조로 궁금증을 더해 가며 독자가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2000년 어느 여름날 아침, 시장에 못 보던 노인이 한 명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 노인이 어딘가 낯이 익은데도 선뜻 알은체를 하지 못했다. 그 노인이 자신을 '라오더우푸'라고 소개한 뒤에야 사람들은 팔 년 동안 중풍으로 몸져누웠던 라오더우푸를 기억해 냈다. 라오더우푸의 머리는 비닐봉지 속의 두부보다 더 하얗게 세어 있었다. 그는 여전히 두부를 좋아했다.

 

 라오더우푸는 무심코 오래된 건물의 나무 발코니 위를 올려다보다가 그만 돌처럼 굳어 버리고 만다. 그는 손가락으로 발코니를 가리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만다. 라오더우푸가 가리킨 것은 이 책의 주인공 펑이었다. 그리고 라오더우푸가 팔 년 만에 처음 거리로 나온 날이었다.

 

 1992년 여름, 라오더우푸는 시장에 갔다가 나무 발코니가 있는 건물 아래를 지나가게 되었다. 별안간 위에서 물이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열 살 난 펑이 3층 나무 발코니에 서서 아랫도리를 내놓고 오줌을 누고 있었다. 라오더우푸는 화가 나 발코니 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고 길 가던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2000년 여름, 그때와 똑같은 모습의 펑을 또다시 보게 된 것이었다. 

 

 

 펑이 나쁜일을 하면 어디선가 누군가 나타나 검은 카드를 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쓰인 카드라 버리려고 하지만, 그 카드는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카드를 쳐다보던 펑의 눈에 점점 글씨가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카드 마지막에는 몇호 감독원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펑이는 기억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8년이라는 세월은 흘러간다. 왜 기억을 못하는지 어떻게 이런일을 겪는지는 이 책을 끝까지 보면 알게된다. 또한 펑이 키우는 개가 있는데 그 개 이름은 나이트다.

 

 펑이 좋은 일을 하면서 서서히 기억력이 돌아오게 된다. 기억이 돌아오려면 펑이 계속 좋은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복된 기억력 또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기억력이 완전히 돌아오면 펑과 나이트의 본래 모습까지 찾을 수 있다.

 

 팔 년 전, 특별 법원 7명의 재판관으로 인해 펑이 기억력을 잃게 된 것이다. 펑이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7명의 재판관 중 4명 이상의 재판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재판관 한 명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두 명은 사직서를 낸 상태다. 그러니 나머지 4명의 재판관 모두 동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펑의 담임 선생님이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생기고, 선생님을 문병간 펑은 담임 선생님이 자신을 위해 남은 4명의 재판관들 중 3명에게 이미 동의를 받은 것을 알게 된다. 담임 선생님은 동의를 받아주고는 눈을 감는다.

 

 펑은 나머지 여자 재판관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남은 한 명의 여자 재판관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자신의 엄마였던 거였다. 결국 엄마의 동의까지 받은 펑이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또한 펑이의 개 나이트도 옛날의 멋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펑이는 몸집도 커지고 제 나이로 돌아오긴 했지만, 나이트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자마자 나이를 먹게되고 나이가 들어 죽음에 임박하게 된다. 그래선지 돌아온 것이 좋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 책은 판타지적 요소가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의 일상과 그 일상 속의 평범한 존재들, 즉 개, 선생님, 일하는 엄마, 반 친구들, 동네 친구, 슈퍼마켓 아주머니,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등 등장인물을 매우 친근감 있게 그려 냈기 때문이다. 말썽을 피워 도무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악동, 이 골치 아픈 건만증 소년 펑도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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