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반도에서 탄생한 작은 도시국가가 반도에 이어 지중해 전역을 정복하더니 거대한 제국이 되어 평화를 확립했다. 지난 세기에 대국이었던 소련조차 국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기간은 불과 70여 년이었지만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로 불리는 로마의 번영은 얼추 200년이나 된다.
지금까지 인류는 로마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의 패권은 종종 로마 제국의 패권과 비교되는데, 원래 로마에서 제국의 운영을 배운 것은 영국인이다. 미국은 영국을 따라 배움으로써 현재와 같은 패권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로마 문화를 배운 프랑스는 호화로운 궁정요리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파리를 세계 제일의 예술 도시로 만들었다.
로마는 어디까지나 원로원이 주도하는 국가라는 신분제 질서는 로마사의 오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리스 같은 폴리스에서는 시민을 그런 식으로 구별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경우 실제로는 귀족 계급이 존재하는 등 다양한 구별이 있었지만 표면적으로는 모두 평등함을 내세웠다. 이에 비해 로마는 신분의 구별이 명확하다.
로마의 정치 제도라고 하면 우선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정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건국 당시의 로마는 왕정이었다.

로마는 공화정 국가였으므로 그리스처럼 민중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문화적 측면에서 훨씬 선진국인 그리스와 거의 같은 시기에 로마에서도 독재자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로마 사람들이 독재를 매우 혐오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로마인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자유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은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혐오했던 것이다.
로마는 독재를 싫어했지만 비상시에 독재관을 둔 데서 알 수 있듯이 권력의 집중을 완전히 기피한 것은 아니다. 왕이 로마인이든 에트루리아인이든 선정이 계속되기만 했다면 왕정은 더 오래 이어졌을 것이다.
로마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래서 그들의 군대는 강했고 연전연승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로마의 군대에 대하여 강인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 반드시 연전연승, 천하무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로마군 또한 싸움에서 여러 번 졌으며 실패와 좌절도 경험했다.

로마인은 오로지 조국을 강하게 만드는 것만 생각했다. 때문에 그들은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 것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분명 개인보다는 로마라는 공적인 입장을 우선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그리스는 공적인 입장보다 개인을 중요하게 여겼다.
언제나 무적이었다고 하기는 힘든 로마가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설령 싸움에 지거나 실패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는 것은 언뜻 보면 좋은 일 같지만 인간은 승리가 계속되면 자만하게 된다. 자만심은 방심을 낳아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배하지 않는 사람보다 몇 번의 패배나 실패를 통하여 반성함으로써 단점도 장점으로 바꾸어온 사람이 결과적으로 강해진다.
자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지만 최후에 로마가 승리를 거머쥔 이유는 한 번의 실패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그의 가능성을 믿고 재기할 기회를 계속 부여했기 때문이다.

로마인은 단순히 영토를 확대하기 위해서 주변 국가들과 싸웠던 것이 아니다.
로마에는 무관과 문관의 구별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귀족인 이상 국방의 담당자인 병사로서의 명예가 필요했다.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로마에서 출세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명예를 얻는 가장 전통적인 수단이었던 셈이다.
로마 사람들이 전쟁에서 진 장군이라도 용감히 싸웠다면 받아들인 것도, 전사자를 명예로운 죽음으로 여겨 극진히 대우한 것도, 전쟁에서 이기는 것 이상으로 명예나 용기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로마의 지배는 로마의 범위를 확대해가는 병합에서 시작하여 군사 동맹을 맺는 것이 우선인 동맹 지배로 나아가다 로마의 일부로 삼아 통치하는 속주 지배로 변화했다.
로마에는 두 가지의 법률, 즉 로마 시민에게만 적용되는 시민법과 로마 시민이 아닌 사람에게 적용되는 만민법이 있었다. 시민법은 시민이라면 성별, 연령에 상관 없이 적용되었으므로 그런 점에서 로마 시민권은 태어난 태어난 순간부터 적용되는 것이다.
이 책은 1200년에 걸친 로마사를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먼저 중요한 키워드를 소개한 뒤 본론을 기승전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