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건강하고 균형 있는 신체와 정서의 발달이지만, 이보다 앞서 먼저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은 엄마의 건강한 신체와 정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 임신기는 물론 출산 이후에도 엄마와 주변 가족들의 모든 관심과 에너지는 아이를 향해 있다. 자연히 엄마의 상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마찬가지로 엄마와 신체적, 심리적으로 균형이 깨져 불안한 상태라면 아이에게 올바른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 역시 어렵다. 엄마가 평안한 상태에서 강건하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아이의 건강과 발달을 염려하기 이전에 엄마는 엄마 자신을, 남편은 아내를, 주변 가족들은 주 양육자인 엄마를 먼저 배려하고 보살펴야 한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아이의 백일을 중요한 날로 기념했다. 의학적으로도 생후 백일은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생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시기가 백일 이내이며 백일 즈음부터 아이에게 면역력이 생긴다. 외부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기본적인 대처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시력과 청력도 어느 정도 성인의 그것과 비슷해 진다. 그뿐인가. 대체로 한밤중 수유를 멈추기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밤잠을 깊게 잘 수 있게 된다.
'천 일의 눈맞춤'이란 내 아이의 눈에 비친 나를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보상하고 회복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아이와 눈을 맞추는 것은 곧 나 자신과 눈을 맞추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슬픈 얼굴을 보면 자신을 슬픔으로, 부모의 기쁜 눈빛을 보면 자신을 기쁨의 상태로 인식한다. 물론 아이에게는 아직 슬픔, 기쁨과 같은 감정의 이름을 구별할 능력은 없다. 다만 그 상태가 될 뿐이다. 이렇듯 갓 태어난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와 엄마와 분리되었어도 부모와 한 몸의 상태이다.

젖을 뗄 무렵이면 아이들은 엄마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고, 이어 '아빠', '할머니'라는 단어도 말할 정도가 된다. 하지만 만 2세 무렵부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나', 바로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른바 '자기Ego'가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희미하게나마 자신의 성 구별감도 생긴다.
또 다른 큰 변화 중 하나는 자기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된다. 이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 언어적 통제가 어렵고 위험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기의 아이는 겁 없이 아무 데나 뛰어나가곤 한다. 잠깐 한 눈을 팔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바로 이 상황이 아이와 부모가 함께 건너야 할 중요한 고비이다. 가장 간단한 단어로 이 시기의 과제를 제시하자면 '자율성'이다. 아이가 돌이 훨씬 지난 상태까지도 안전한 상태에만 머문다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안전은 성장을 위한 기반이지,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영아발달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연구자들에게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태어난 후 1년 동안 아버지는 엄마의 보조자 정도로 분류될 뿐,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육아는 여성들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아버지가 육아에 개입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대가족이 주를 이루는 가족 환경에서 아버지는 상대적으로 아이의 사회적, 신체적 보호자와 경제적 제공자의 역할로 제한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가정이 핵가족화되면서 임신, 출산, 육아의 전 과정을 오직 부부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세태를 반영하듯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상황을 연출해서 방송한다.
하지만 아이의 진정한 성장은 부모의 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모가 진정한 어른이 될 때 아이도 심리정서적 충만함을 획득함으로써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진정한 아빠가 되려면 무엇보다 아이와 관게 맺기라는 과제를, 아빠만이 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 예스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