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따위 이겨주마 - 시각장애인인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오고다 마코토 지음, 오시연 옮김 / 꼼지락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변호사 일은 상담을 하러 온 의뢰인이나 경찰에 구속된 피의자와 만나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경계 또는 수치심이나 죄책감 때문이다. 그래서 눈이 보이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먼저 표정을 만든다. 그에 비해 목소리는 정직하다. 단어를 골라가며 말할 수는 있어도 호흡이나 억양, 말과 말 사이의 간격까지 꾸미기는 어렵다.

 

 보이지 않는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사람들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정에서 이런 점은 때론 주인공의 무기가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불리한 조건이지만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가령 앞을 보지 못하는 변호사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악전고투하는 모습은 의뢰인의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주인공은 장애를 가지고 사법시험 공부와 변호사 일을 하는 동안 눈물이 날 정도로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그만두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인생의 깊은 골짜기에서 기어오르려고 노력하는 숱한 의뢰인을 만나 시각 장애라는 불리함을 가진 변호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웠다니 이런 정신을 우리들은 꼭 본받고 배워야 할 것이다.

 

 변호의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의뢰인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정된 시간 동안 변호사와 의뢰인이라는 관계를 뛰어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알아갈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시력을 잃어서 자신의 미래까지 잃어버렸ㄷ고 생각했던 주인공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단다. 사법시험은 일본에서 최고로 어려운 시험이며 변호사는 사회적 책임이 무거운 직업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단다. 또한 시각장애가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이 노력하기에 따라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그것은 시력을 잃고 친구들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고 여겼던 자신에겐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발견이었다고 말한다.

 

 장애인은 아무래도 사회에서 고립되기 쉽다. 누군가가 악의로 장애인을 쫓아내서가 아니라 장애인의 실정을 알려고 하지 않거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판단하는, 그런 사소한 몰이해와 무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사회에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장애인의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망치지 않고 한 번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한 다음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자신을 믿는 힘은 그때까지 쌓아 올린 노력의 양과 비례한다. 그러므로 최후의 최후까지 자신에게 지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친밀하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여러가지를 당연시한 나머지 그 존재가 얼마나 큰지 잊고 만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 생각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는 대개 자신이 허세를 부리거나 불필요한 경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이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먼저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남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부터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지금은 장애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예기치 못한 부상이나 질병으로 언제 어떻게 장애가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비장애인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장애인도 용기를 내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야 한다. 사람은 잃어버린 것에 시선을 빼앗겨 아직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잊어버린다. 그 가능성을 꽃피울수만 있다면 하나의 전례가 되어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꿔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예스 블로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