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그라피는 어원상 '아름다운 글씨'를 뜻하는 것으로, 현대적으로는 질감이나 필력을 가진 글씨를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전자 글꼴과의 차별을 위해 '손글씨'로 한정하고, 그중에서도 글씨를 봤을 때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와 그에 따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느낌을 담은 손글씨'로 정의했다.
한쪽 방향은 굵고 다른 쪽 방향은 얇은, 굵었다 얇았다 하는 와중에도 정리가 되어 보이는 글씨가 멋져 보인다면 펜 중에서도 '납작한 펜'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캘리그라피 펜'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납작한 펜은, 가장 쉽고 빠르게 글씨를 멋지게 쓸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특별해 보이지만 연습하는 방법은 다른 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캘리그라피의 기초를 익히고 나면 다들 여러 도구로 다양한 글씨를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표현력에 있어서는 붓을 따라올 만한 게 없다.
그런데 붓으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기에는, 여러가지 도구가 필요해서 조금 부담스럽다. 그래서 휴대하기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붓펜'으로 시작해 보면 좋다. 붓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펜에 비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붓펜으로 따라 쓰기부터 연습하면서 캘리그라피를 시작해 본다.
캘리그라피의 시작은 선 연습이며, 선 연습을 다 한 다음 처음 써 볼 글씨는 획의 굵기가 비슷하고 글자의 각도와 간격이 일정한 서체이다. 처음 시작은 따라 쓰기 쉬운 서체로 연습하면서 붓모에 대한 감각을 익고 자신감을 가지도록 한다.

글씨를 구성하는 획들이 조금씩만 다르게 움직여도 글자의 느낌이 달라지는 만큼 우리는 글자의 구성 요소들을 잘 보고 최대한 똑같이 따라 써야 그 글씨의 맛을 살릴 수 있다. 배치, 각도, 굵기, 비율 어느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따라 쓰기는 캘리그라피를 잘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얼른 써지지 않아 좀이 쑤셔도 꾹 참고 찬찬히 따라 써 본다. 조만간 자신도 멋진 글씨체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해 본다.
어떤 글씨체를 똑같이 따라 쓰려면 그 글씨가 어떤 규칙으로 적혀 있는지 생각해 보고, 글씨를 쓴 사람의 생각과 붓의 경로를 상상해 보는 등 여러 각도로 생각하며 따라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따라 쓰기의 완결판은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외워서 따라 쓰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굴이 아니라 글씨체를 외워서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한 따라 쓰기도 똑같이 쓸 수 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도록 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제는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따라 쓰려는 글씨를 하나하나 뜯어본 다음, 자꾸자꾸 따라 쓰면서 규칙을 아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재밌게 연습하기 위해서 자기만의 방식을 만든다. 다만, 이 부분은 보고 따라 쓰기가 익숙해지고 규칙을 열심히 찾아 보지 않고도 비슷하게 쓸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따라 쓰려는 글씨를 보지 않고 쓰면 원래 자기 글씨로 돌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멋지게 쓴 글씨는 예쁘게 그린 그림이나 잘 만든 포스터처럼 디자인적인 요소들이 많다. 그만큼 디자인에서 사용하는 법칙들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글씨에서도 디자인처럼 줄과 각이 맞는 것이 삐뚤빼뚤한 것보다 훨씬 예뻐 보인다.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문자에 비해 폭과 높이가 다양해질 수 있고, 이것을 이용하여 글자들끼리 서로 끼워 맞추는 구성을 할 수 있다. 이런 구성을 생각하며 글씨를 써야 자연스럽고 보기에도 좋다. 튀어나온 부분과 여백이 많은 부분, 길어질 수 있는 부분, 받침이 없어 다음 글자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영역을 잘 고려하면서 전체적인 단어나 문장의 구조를 만들어 본다. 이때도 한 단어 안에서는 글자들끼리 비슷한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
느낌을 담은 손글씨인 캘라그라피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내 느낌을 글씨에 담아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뭔가를 표현하는 글씨를 쓸 때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의성어나 의태어이다. 이런 단어들은 그 자체로 확실한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의태어를 쓸 때는 모양이 가지는 느낌을 잘 표현해야 한다. 그 말을 사용할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글씨를 쓰면 표현하기가 쉽다. 그리고 쓰고 싶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적고 그 옆에 그 말에 어울리는 단어를 적어본다. 이때 먼저 쓴 의성어, 의태어 느낌을 그대로 살려 적으면 단어에도 그 느낌이 전달된다. 처음에는 이렇게 단어를 꾸며 주는 말부터 접근하는 것이 단어에 바로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것보다 쉬울 것이다.

이렇듯 써 놓은 글씨의 모양새를 통해 단어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캘리그라피의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어떤 단어의 의미가 글씨의 모양새를 통해 드러나도록 표현해 본다.
글씨에 느낌을 담아 쓰려면 먼저 잘 느껴야 한다. 요리를 할 때 간을 맞추려면 소금은 짠맛이고 설탕은 단맛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처럼 선을 굵게 쓰면 어떤 느낌인지, 길게 쓰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많이 보고 잘 느껴야 그 느낌을 되살려 잘 나타낼 수 있다. 어떤 글자를 보고 어떤 감정인지 느끼는 것, 그리고 그 느낌이 왜, 어떤 요소 때문에 드는지 아는 것은 나의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여러 도구로 글씨를 써도, 쓰다 보면 계속 비슷한 글씨를 쓰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글씨를 쓰고 보니 선의 길이, 각도, 굵기를 거의 같게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자신이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판단하고 일부러 반대로 써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