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은 우리를 어딘가로 이끌며, 결정을 내릴 때는 특별한 사인을 보내준다. 그리고 느낌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잘 알아듣는 사람이 '감이 좋다'고 한다.
감이 좋은 사람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 남들에대한 감이 유난히 좋아 소통과 신뢰를 잘 형성함으로써 관계 맺기에 탁월한 사람이 있고, 상황에 대한 감이 탁월해 트렌드나 조직 분위기를 잘 읽는 이도 있다. 감을 내면으로 발휘해 영감을 창조로 연결시키는 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나름의 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일상이라고 부르는, 비슷한 날들의 반복 속에서 기분의 패턴이 형성된다. 익숙한 기분과 그에 따른 선택이 일상과 맞물려 정착되면 그게 발 나의 성격이다. 성격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환경과 의지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기분의 영향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기분은 어떻게든 생각에 반영되고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쟁을 벌이다 보면 수많은 선택 앞에서 지쳐버린다. 선택은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이성보다는 감의 영역이다. 결정 과정에서 감정을 배제하면, 순수한 이성만으로 최적화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으나 실상은 그 반대다.
감이 좋다는 의미는 잠재의식과 현재의식의 작용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식은, 예측이 불가능한 잠재의식에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잠재의식에서 얼마나 많은 역량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앞길이 달라진다.
인간관계에 감이 좋은 사람들은 미움을 살까 걱정해 참기보다는 느낌이 보내오는 신호에 충실하게 응하는 성향이 있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나은 선택임을 안다. 상한 기분을 마음속에 가두려고 억누를수록, 상대에게서 좋은 느낌을 찾아낼 여지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좋은 기분을 주고받기 위해선, 상대가 내게 실수하지 않도록 가이드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촉으로 전해지고 감으로 기억된다. 때로는 격렬한 운동을 하며 부딪치는 어깨, 등산할 때 밀어주고 끌어주는 손, 장난으로 오가는 주먹을 통해 상대에 대한 믿음과 정을 키워간다. 터치는 서로에 대한 느낌을 꾸준히 주고받는 일종의 '공통 기반' 만들기 과정이다. 쓰다듬고 부딪혀가며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감을 키워간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눈만 보고도 마음을 알아맞히는 일이 늘어난다. 그것이 교감이든 텔레파시든 말이다.
유머 감각은 머리 좋은 사람과 창조력이 뛰어난 사람을 구분 짓는 요소이기도 하다. 창조력이 뛰어난 사람은 머리 좋은 사람에 비해 장난을 좋아하며 재미있는 행동을 많이 한다. 반대로 머리 좋은 사람은 창조적인 사람에 비해 관습적이며 예측 가능하다.
이런 유머의 핵심은 촉이다. 사람들의 어디를 건드려야 웃음을 터뜨리는지 파악하는 감각이다. 그때그때 상황을 파악하고 남의 마음을 짐작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본질과 체계를 동시에 꿰뚫지 않으면 이런 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익숙함에 질린 우리의 감이 변덕을 부릴 때 보내오는 강력한 신호가 바로 충동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일탈이 된다. 일상에서 탈출함으로써 바른 생활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찾아낼 때가 있다. 감을 믿는 사람은 그래서 가끔 작정하고 소소한 일탈을 한다.
누구의 마음속에나 감성이 있다. 관리를 잘해주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이 있는가 하면, 방치해둔 나머지 차갑게 말라비틀어진 감성도 있다. 말라비틀어진 감성의 소유자는 인간미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처럼 딱딱해진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줄 수 있는 종합적인 방법이 바로 여행이다. 그것도 혼자 하는 여행이 제격이다.
집념이 시간과 어우러져 빚어낸 결정이 내공이다. 내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와 대면한 결과다. 이른바 고독의 힘이다. 스스로를 밑바닥까지 들여다몬 사람만이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에게서 무엇을 끌어내야 할 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비상 상황에서 부지불식간에 터져 나오는, 단순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해결 능력이 바로 내공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수와 하수는 내공에서 갈린다.
통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과 쌍을 이루는 게 '내 마음 읽게 해주기'다. 읽고 읽히는 과정을 밟아가며 우리는 서로에 대한 감을 키워간다. 다른 사람을 내게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그냥 좋아서 끌리는 힘' 즉 호감이다. 직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이들 가운데 똑똑한 사람보다 호감형의 괜찮은 사람이 자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