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크게 7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장에서는 인류가 시작될 시기인 원시 시대의 속옷들을
알아보고, 2장에서는 속옷을 감추고 부끄러워하게 된 중세 시기를 짚어 본다. 3장에서는 우리 몸을 옥죄던 감옥 같은 속옷들을 살펴보고,
4장에서는 그러한 시기 이후에 나타난 편안하고 자유로운 형태의 속옷들을 살펴본다. 5장에서는 세계 대전에 따라 인류가 물자 부족에 허덕이던
시대의 속옷을, 그리고 6장은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시대의 자유로운 젊은이들이 입던 속옷을, 그리고 7장에서는 완전히 패션 의상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의 속옷들을 살펴본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의복을 연구하고 또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의복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미래의 패션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가듯이, 의복 또한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아주 먼 옛날, 동굴에 살던 한 원시인이 허리에 가죽 조각을 둘러보았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속옷이었다. 이후 속옷은 엄청나게 발전했고 시대에 따라 진화했다. 오늘날에는 자세를 바르게 해 주는 교정용,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보온용,
충격을 막아 주는 보호용, 몸의 모양을 잡아 주는 보정용 등 속옷의 기능도 참 다양하다.
속옷은 겉옷 안에 입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걸음걸이나
행동에 영향을 준다. 편안하고 질 좋은 속옷을 입은 사람은 그만큼 움직임도 우아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옷은 때론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기도
하고, 신체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집트 파라오의 미라를 조사하면 수천 년 전 지중해 연안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시 시대 유럽 대륙에 살던 사람들의 옷차림이 궁금하다면 얼음 속에 꽁꽁 얼어 있는 빙하기 시대의 사냥꾼 시체를
조사해 보면 된다.
중세 시대에는 속옷 차림을 야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속옷은 그저 땀을 흡수하고
몸을 따뜻하게 지켜 주는 실용적인 생활용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속옷에 대해 쉬쉬하기 시작했고, 맨살에 직접 닿는 은밀한 것으로 여겼다.
바람에 펄럭이며 자신 있게 활보하던 허리감개는 점차 사라지고, 속옷은 겉옷 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200~300년 전, 사람들은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코르셋을 단단히 조여 매고 다녔다.
여자들의 속치마는 너무 넓어서 문을 지나가기도 힘들었고, 남자들은 바지 앞섶에 열쇠나 동전을 담고 다녔다. 오늘날 우리는 이 시대를 '극단의
시대'라고 부른다. 당시 사람들은 인간의 몸에 대해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여자의 허리는 가늘수록 좋고, 남자의 종아리는 굵을수록 좋고, 또
남자의 바지 앞섶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속옷을 만들어 입었다. 그중에는 입을 때 마치 감옥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옷도 있었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패션은 엄청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제1차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사람들의 속옷마저 뒤바뀌었다. 여자들은 남자처럼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코르셋과 풍성한 옷들을 벗어던졌다. 남자들은 유니온
슈트를 벗고 반바지 속옷을 입고 전장에 나갔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보다 몸을 많이 드러내는 짧은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1950년대가 되자 신축성이 있는 실과 나일론과 같은 첨단 섬유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몸에 딱 붙는, 새로운 속옷이 등장했다. 여성 속옷은 이제 두 가지 역할을 안게 된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과, 군살을 꽉 잡아 주는
것, 예전에 거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한편, 남자들은 남성 속옷이 내복과 사각팬티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속옷은 이제 장식이 되었고, 개성 표현이 되었고, 그리고 밖으로 드러내 남드에게 보여 주는
옷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