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객곽적 지표가 있는 거 아니다. 지금의 간호보험제도는 심사 결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간호서비스의
종류, 시간이 정해진다. 하지만 현 상태를 반영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간호를 큰일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가 없더라도 가족 관계는 부모의 간호를 계기로 크든 작든 영향을 받는다. 간호해야 하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치매의 중핵 증상인 기억장애와 어깨를 견주는 또 다른 장애를 의식장애라고 한다. 지금이 언제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이 사람은 누구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이다.
주변 증상이란 그저 자기가 깜빡했을 뿐인데 도둑을 맞았다거나 누가 숨겼다거나 하는 망상을 하거나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거나, 없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은 증상, 배회하거나 대소변을 만지거나 공격적 행동을 하는 증상을 말한다.
간호를 할 때 간호인이 피폐해지는 건 대개 이 주변 증상 때문이다. 이러한 주변 증상이 일어나는 요인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치매 환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에게 맞는 생활을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일어나는 불안, 곤혹,
초조함, 혼란 끝에 도달한 결과라고 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를 열등감이라고 한다.
부모의 불안이나 공포도 간호하는 자녀들에게 주목받기 위해 만드는 감정이다. 보통은 어떤 원인에 따라 불안이나 공포를 느낀다고 설명하지만
그런 감정을 호소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한다고 파악하면 그 사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부모가 불안을 호소할 때 간호인은 그걸 무시하지 못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의 목적은 간호인의 주목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것이다. 주목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불안을 느낀다면 그러한 부모에게 반응할수록 부모의 불안은 멈출 수 없다.
이러한 주변 증상이 낫는 데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가 한몫한다. 주변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면 간호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늘 생산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한 사람, 생산적인 것만이 유일한 가치라고 생각한 사람이 노년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자신이
처한 슬픈 현실을 보지 않기로 결심한다. 치매의 심리적 배경이 여기에 있다.
부몰ㄹ 이해하려면 노화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부모에게 간호가 필요할 때 자녀도 어느 정도 부모의 노쇠함을 인식하기 시작했을 터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이가 약해지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몸 여기저기에 젊었을 때
없던 불편을 느낀다. 게다가 누구나 병이든 아니든 노화 현상의 한 증상으로 건망증이 나타난다.
간호의 정신적 부담을 줄이려면 부모에게 받은 바를 되돌려 주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설령 부모가 자기를 간호해 달라고 말하더라도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 만족하게 할 방법으로 간호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간호는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것들을 되돌려 주기 위함이 아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자기를 어떻게 볼지, 이 세상을 어떻게 볼지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라이프스타일은 보통 성격이라고 하는데,
성격이라는 단어에서 환기되는 이미지와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는게 아니라 바꾸려고 하면 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독자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무얼 해 줄 지만을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자기의 라이프스타일이라면 마음먹기에 따라 바꿀 수 있어도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은 바꿀 수는 없다.
간호에 대해 말하자면 부모와 좋은 관계를 쌓지 않으면 간호는 힘든 일이 된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결심이 있다면 그 전까지는 단점밖에
보이지 않았던 부모가 달라 보인다. 이 경우에 자녀는 부모를 보는 시선을 바꿀 뿐 부모가 바뀌는 건 아니다. 간호에 소극적인 사람은 부모의
문제점을 찾아내 간호가 힘들고 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서 부모의 문제점을 찾아낸다. 자녀가 먼저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면, 부모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간호를 받아야 하는 부모는 무언가 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에게 공헌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혼자서 많은
일들을 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젊은 사람 중에서도 병에 걸려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병 자체가 괴로운
게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살아갈 용기를 잃는다.
따라서 자녀든 부모든 지금까지 몇 번이나 썼듯이 어떤 행위가 공헌했다는 점에 주목하여 고맙다고 하는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그 자체에
고맙다고 하길 바란다.


[저자소개]
저자 : 기시미 이치로
철학자. 1956년 교토 출생. 교토대 대학원 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만기퇴학(?期退?)했다. 서양 고대 철학을 전공했고, 특히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면서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일본 아들러 심리학회가 인정한 카운슬러이자 고문이기도 하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개인 경험을 살려 왕성하게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펼쳤다.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고, 아들러
심리학은 관계에 초점을 맞춘 실천적 심리학으로 구체적 방안을 찾는다. 기시미 이치로는 육아와 간병 경험을 살려 아들러 심리학과 관련한 저술
활동과 카운슬링으로 한국과 일본에 아들러 열풍을 불러왔다. 2014년 일본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미움받을 용기』를 비롯해 『아들러_인생을
살아가는 심리학』『불행의 심리 행복의 철학_사람은 왜 고뇌하는가』『『아들러 심리학 입문』 아들러 심리학 실천 입문』『아들러에게 배운다』외 다수
있다.
역자 : 김현정
일본 유학을 거쳐 한양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 에디터로 일하며 각종 에세이, 실용서의 편집 및 기획, 한류
아이돌 상품의 일본어 번역 및 번역 감수를 담당했다.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KARA’s All about
Beauty』와 『KARA ??集 Je t’aime, KARA』(번역 감수), 『홍콩 대부호의 가르침 41』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번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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