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천천히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좋은 시를 보고 천천히 옆에
따라쓰면서 시인의 마음도 느껴보고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좋은 시, 좋은 명언, 좋은 글들을 천천히 따라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정된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솔직히 요즘은 일부로 글씨를 써보지 않는 한 글씨 쓸 일이 많이 없다. 스마트폰 시대를
살다보니 언제부턴가 필기구의 필요성도 못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가끔 글씨를 쓸 일이 생기면 진짜 글씨가 엉망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현대인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명언이나 시 등을 따라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무언가를 쓰고 싶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처음엔 따라 썼지만, 중간 이후부턴 그 시나 명언을 보고 느낀 점을
쓰게 되었다. 이 또한 이 책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글을 쓸 때 무엇보다 천천히 쓰는 게 좋다. 베껴 쓴다고 해서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것이 아니다. 한글자 한글자 따라 쓰며 문장 속에 감춰진 내밀한 의미가 가슴에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쓰는게 좋다. 그리고 편하게
써야 한다. 마치 숙제를 하듯 하지말고,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음미하며 쓰는 것이 좋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흔히 우리들은 좋은 습관을 만들면 좋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이 책을 필사하는 것도 시간을
정해 꾸준히 해서 습관으로 만든다면 좋을 것이다. 습관만 되면 그 땐 힘들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된다. 그러니 천천히 써보자!

본문에 나오는 시들 중 2편 정도 소개해 볼까한다.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릴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굣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게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장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저자소개]
저 : 고두현
고두현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중에서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남 남해 금산에서 자랐다.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서정과 서사의 깊이를 함께
아우르는 그의 시는 ‘잘 익은 운율과 동양적 정조, 달관된 화법으로 전통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으며 박목월의 시에 방불한 가락과 정서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1988년 한국경제신문 입사 후 주로 문화부에서 문학과 출판을
담당했고, 문화부장을 거쳐 지금은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KBS와 MBC, SBS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서 책 관련 코너를 오래 진행했다.
『시 읽는 CEO』를 통해 시와 경영을 접목하면서 독서경영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시에 담긴 인생의 지혜와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는 일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필사』를 비롯해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시에세이집 『시 읽는 CEO』,
『옛 시 읽는 CEO』, 『마흔에 읽는 시』, 독서경영서 『독서가 행복한 회사』, 『미래 10년 독서』(전2권) 등이 있다. 동서양 시인들의
아포리즘을 담은 『시인, 시를 말하다』를 엮었고 『곡선이 이긴다』를 공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