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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에서 이미 끌렸다. 그리고 책의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왠지 공감대가 많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의 나이가 42살로 나오는데 지금의 내 나이와 같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정수는 30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 된다.
나 또한 초등학교 동창회를 나갔을 때 거의 30년 만에 본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도
어색함도 없고 그 많은 세월의 흔적도 잠깐의 시간으로 잊혀지게 되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처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땐 길가다 마주치면 서로 못
알아볼 것 같았다. 그만큼 세월의 흔적은 역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초등학교 시절의 얼굴이 떠오르고 현재의 친구
모습에서 그 얼굴을 보게 되면서 마치 그 시절 그 친구와 얘기하고 있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자현이라는 여자는 초등학교 남자들 사이에서 모두의 첫사랑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친구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결혼을 하게되고 첫 남편과는 사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재혼을 하게 되지만 재혼한 남편의 술먹고 하는 손지검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수는 마음이 무척 아프다. 자신도 어린시절 자현을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나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보면 그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공한 친구와 그 당시엔
무척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던 친구였는데 현재는 무척 힘들게 살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친구들이 힘들지 않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듯이 정수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정수는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은봉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이 친구가 자신의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은봉이와 자주 보게된다. 그러면서 은봉이도 자현이를 좋아했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은봉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은봉이 부인이 5년 전에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된다.
정수는 은봉이와 자현이가 서로 잘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현이를 만나러 가서
의중을 물어보게 되는데 자현이는 자연스럽게 은봉이를 만나 서로 좋아지면 그 때 생각해본다고 얘기해 준다. 과연 이 둘이 어떻게 될지 무척
궁금하지만 그 몫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저자소개]
저 : 이순원
상고를 1,2등으로 졸업하면
한국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972년에 강릉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왼손잡이라 다른 아이들만큼 능숙하게 주판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이순원은 은행원이 되는 대신 고랭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으로 올라가 농군이 되지만 고된 농사일을
체력이 감당하지 못해 2년 뒤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시절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1978년에 나온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소설에는 소설적인 문장이 따로 있는 줄로만 생각했던 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간명하고 정확한 단문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설
문장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순원은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 이후 왕성한 필력으로 문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순원 문학은 작가가 비관주의자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비관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는 부정적인 대상물을 찾아 극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과장하고 도드라지게 형상화하거나 역으로 작고 연약하고 위태로운 가치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형상화된다. 이순원의 작품세계는 「수색」연작들을 전후로 하여 성격을 달리하는데, 「압구정동」시리즈를 비롯한 「수색」연작 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고, 연작 이후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순원의 후기 작품들이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그 10년 후 속편 격인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통해서 일관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1편에서 자본주의의 타락한 욕망을 테러로 응징했던 저자는 속편을 낸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압구정동으로 상징되는 이 땅 천민자본
상류층의 끝간 데 모를 욕망과 타락을 연쇄살인의 형식을 통해 비판·경고했다.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런 면에서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나는 여전히 혁명을 꿈꾸고 테러를 꿈꾼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대 정동진에
가면」 등의 작품에서도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강하게 흐르며, 「순수」에서는 이같은 연민이 구체적인 사회적 발언을 입어 힘을
얻는다. 「순수」에서 40년전 잔칫날 동네 사내들이 혼사 주인공을 화제로 함부로 내뱉는 음담은 우리의 연약한 ‘누이들’에게 가해지는 아픔이
사회적 폭력의식의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음란상에 우리 사회를 빗대는 발언에서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같은 맹렬한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그리고 가두어도 가두어도 비집고 나오고 또 갖고자 하면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우리 내면의 욕망을 다룬 「수색」연작 이후로는, 우리 내면의 무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구체적 삶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작이며,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창작집 『첫눈』 역시, 말의 아름다움이 흩뿌리는 잔잔한 서정 안에서 현실의 아픔과 사회적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내면세계와 조응한다.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굴곡을 구체적 삶의 형상화를 통해 상기시키고, 따스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눈길을 건네고 있다.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워낭』『벌레들』(공저)『어머니의 이슬털이』등 여러작품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