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서로 전혀 친구가 될 수 없는 뱀과 도마뱀이 친구라는 점이다. 왜냐면 뱀은 도마뱀을 잡아먹는 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친한 친구인 경우도 많듯이 이 둘도 천적의 관계가 아닌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둘은 같이 산다. 그러나 입구는 두 곳. 입구 두 곳 중 어느날 거미가 한 입구에 거미줄을 친다. 이것을 본 뱀은 거미를 쫓아버리려 하지만 도마뱀은 다른 입구가 있으니 그냥 두자고 말한다. 그러나 뱀은 이 거미가 독거미일 거라는 불안한 생각에 잠도 못하게 된다. 그래서 거미를 쫓아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뱀을 도마뱀은 설득하기 시작하고 결국엔 거미를 그냥 두게 된다.
하지만 도마뱀은 사실 다른 속마음이 있어서 거미를 그냥 두려 했던 것이다. 그 속마음은 거미줄에 걸려있는 곤충들을 훔쳐먹는 재미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뱀은 전혀 알지 못하고 도마뱀의 말에 넘어간 것이다.
우리들도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속마음과는 다르게 얘기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라면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문중에 뱀이 도마뱀에게 자신의 어머님이 말해주신 탄생과 죽음에 관한 것이 나온다.
"사막의 모든 생명이 순환하는 방식이기도 해. 벌레가 새에게 먹히고, 벌레가 새가 되지. 뱀이 새를 먹고 새가 뱀이 돼. 또 코요테가 뱀을 먹지. 그러면 뱀이 코요테가 되는 거야. 그런데 또 코요테는 죽어서 영혼이 저세상으로 떠나 그러면 벌레가 와서 죽은 코요테를 먹어."
이 부분을 보면서 참 멋진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진 잡아 먹힌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잡아먹혀서 잡아먹은 동물이 되는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슬프고 덜 무섭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처럼 이 책은 친구란? 이란 질문을 던져주고 그 답을 이 책을 통해 찾아보게 하는 것 같다. 친구가 전부가 되는 시절인 초등 고학년과 중등 신입생들이 읽어보면 참 좋을 그런 책이다.


[저자소개]
글 : 조이 카울리
뉴질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수백 권에 이르는 어린이 책을 썼고 어른들을 위한 책도 많이 썼습니다. 카울리 선생님은 난독증이 있는 아들을 위해 동화를 쓰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카울리 선생님의 동화는 상상력과 재미가 넘칠 뿐 아니라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읽기를 힘들어하거나 지루해하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더해 줍니다. 그동안 마거릿 마이 상, 뉴질랜드 포스트 어린이 도서상 등 많은 상을 받았고, 뉴질랜드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AW 리드 상, 뉴질랜드 공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2002년에 카울리 선생님의 이름을 딴 '조이 카울리 상'을 만들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안경 끼고 랄랄라》《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헌터》《내 친구 브로디》등이 있습니다.
그림 : 개빈 비숍
일본에서 체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비숍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책이 뉴질랜드 포스트 어린이 도서상 '올해의 책'에 네 차례나 선정되었으며, 일본 노마 그림책 공모전 대상, 실비아 애시튼 워너 상, 러셀 클라크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았습니다.
역자 :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단 1초 동안에》《몬스터 콜스》《나무소녀》《자유방목 아이들》등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