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의 비밀 - 초등4~중3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요즘 사춘기' 설명서
김현수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중2병이란 말이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일본 소식통들이 전해온 단신부터인 것이다. 중2병은 일본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주인 히카루의 '심야의 엄청난 힘']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1999년 진행자인 이주인 히카루가 방송 중에 "나는 아직 중2병에 걸려 있다."고 말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회자된 중2병의 특징은 우리나라 아이들의 말로 하면 '허세 쩌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웹툰 [싸우자 귀신아]에서도 중2병을 정의하였는데, 중2병이란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하고 고독하며 세상을 등진 존재라 여기는 증상을, 몇 학년 더 먹은 사람들이 비꼬아 만든 신조어"라고 하였다.

사춘기에 들어선 자녀를 놓치는,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이의 몸은 함께 있지만 마음의 연결을 놓치는 경우가 그 경우다. 아이에게 무관심하거나, 공부나 과제에만 선택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그 외의 것에 관심을 전혀 주지 않는다면 정서적 단절이 시작된다. 이 단절은 서로를 더 외롭게 한다.

우리가 아이들의 마음, 정서, 이런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중학생이 된 이후 왠지 서먹하고 어색한, 그래서 필요한 말들만 하게 되는 혹은 일방적 관심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는 경험을 부모 · 자식 간에도 하게 된다.

사춘기,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변모하는 신체, 내면의 변화들로 위축된다. 본인에게 본인이 낯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위축과 어색함, 낯섦에 대해 아이들의 방어기제는 침묵, 반항 등 다양하다. 이런 방어기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격려다. 하지만 우리는 격려가 필요한 중학생에게 꾸중을 해댄다. 잔뜩 혼을 내고 난 다음에 기를 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있던 자신감도 사라지게 된다.

아이들에게 금지는 과잉을 만들고, 이해는 조절을 만든다. 힘으로 억압하고 금지하려 들면 아이들은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해하고 신뢰를 보여주면 조절하려고 애쓰고, 협력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금지가 많을수록 중2병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확연히 달라지는 것 중의 하나는 친구 관계, 또래 관계이다. 초등학교까지 친구는 부모 다음이었지만,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또래의 자리가 매우 커진다.

친구의 생각도 중요하고 친구와 관계를 맺는 방식도 중요하다. 특별히 우리나라 아이들은 그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도 또래와 지내는 시간이 많다. 중학생이 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또래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니 또래들이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우정을 체험하고 배우고 그래서 새로운 소속감과 힘을 얻는 시기가 바로 중학생 시기다. 그런데 만일 이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아이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사이가 나빠지거나 우정을 잃는다면 방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엄청나게 힘든 사춘기, 중학생 시기를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친구를 대신해줄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부모는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이 상처를 받게 되고 억울한 심정, 울화 상태에 빠지는 것은 이해받지 못할 때이다. 마음을 이해받으면 적대감이나 원망 · 분노도 줄어들고, 때로는 이해받았다는 느낌 자체만으로도 깊은 미움들이 녹아내리고 풀어지기까지 한다.

아이들이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즉 내가 외롭고 고통스럽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의 극단적인 행동, 죽고 싶어 하거나 분노하거나 외로워하는 일은 줄어들 수 있다. 마음을 이해받는다는 것은 큰 선물을 받는 것과 같다. 중2병 현상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결국, 중2를 포함한 사춘기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아이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마음이다.

[저자소개]

저자 : 김현수

서울 출생. 의사로서의 첫 발령지인 ‘소년교도소’에서 ‘문제행동은 심리적 구조 신호’라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의학을 지망했다.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이후 2001년 서울 봉천동에 ‘사는기쁨 신경정신과’와 지역주민상담센터 ‘빵과영혼’을 열었고, 이듬해에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을 세워 지금까지 교장을 맡고 있다. 학업 중단, 가출,비행,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청소년들의 어려움과 함께해왔다.현장에서 다양한 아픈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가 힘든 것이 단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각성을 갖게 되어 부모교육 지원뿐 아니라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의 정부 기관과 시민모임과 함께활동해오기도 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아픈 아이들이 늘어나는 교실에서 선생님도 아프다.’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아이들도 행복하고 교사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모색해 오기도 하였다.현재는 명지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장과 환자공감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는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으로 아픔을 함께했다.지은 책으로 『학교폭력 우리 아이 지키기 』,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공부상처』, 『교사상처』 등이 있다. 청소년과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청소년 보호 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서울시장 표창’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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