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함께 나이 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 다툼과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법을 깨달은 55쌍 부부와의 인터뷰
에바 예기 지음, 고맹임 옮김 / 와이즈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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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나 친구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하려면 생각과 견해가 비슷하거나 적어도 이런 것들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공통의 세계를 만들지 못하고 차이점들이 많아지면 결국 균열을 일으켜 관계는 끝난다. 이 공통의 세계란 경험, 평가, 친구, 가족 그리고 집과 환경의 공유 또는 공감이다.

 

 좋은 부부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따뜻한 부부애를 갖고 살아가는 커플을 떠올린다. 그리고 좋은 부부를 보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상적인 부부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모델을 성급하게 적용해선 안 된다.

 

 이상적인 부부가 되려면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율성을 인정하는 부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압박이나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관계이다. 부부관계도 억압과 구속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각자는 동등한 대화를 통해 자유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대화, 동등한 권리, 신뢰, 이것들이 성공적인 부부관계에 필요한 조건들이다.

 

 부부에게 찾아오는 어려움은 의견 차이와 다툼, 질병, 성적 갈등,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한 불화 등 열거하면 수없이 많다. 이 모든 것이 부부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좋든 나쁘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부부생활을 잘 꾸려가기 위해서는 첫째는 거리를 두는 것, 둘째도 거리를 두는 것, 셋째도 거리를 두는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규범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환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파트너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 중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 말은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지 말라는 뜻이다. 이를 실천하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다면 인생의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함께 사는 부부의 경우, 좋든 싫든 서로 자주 상처를 주거나, 적어도 그런 체험을 많이 한다. 어떤 일들이 진짜로 용서되었는지 알아내려면 정확히 귀 기울여야 한다. 용서가 되었다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커다란 분노가 깔려 있다. 따라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분노가 남아 있지는 않은지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전혀 이해 못 하겠다는 일들이 생긴다. 종종은 두 가지 일이 모두 벌어진다. 특히 한 쪽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용서할 수 없는 순간들도 있고,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행동도 있다. 또한 상대방에게 소홀하게 취급받아 쓸쓸해지는 순간도 있다. 이런 상처 목록은 수많은 부부들이 안고 사는 삶의 부스러기 같은 것들이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한 사람은 과거에 느꼈던 큰 분노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분노가 체념으로 누그러지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 이 느낌은 스스로를 마비시키고 슬프게 한다. 이럴 때는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상처를 아주 세밀하게 끄집어내고, 정확하게 어떤 지점에서 여전히 쓰라리고 아픈지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좋다.

 

 부부생활에서 어떤 것들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 전체적으로 굳어진 생활방식을 바꾸는 건 어렵다는 것, 이를 깨닫는 것은 가장 어려운 삶의 과제다. 물론 변화를 바라며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다림은 인생을 씁쓸하게 만든다.

 

 나이 들수록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거나 해내는 게 쉽지 않다. 약해지는 몸과 정신을 생각하면 더욱 무력해진다. 몸뿐 아니라 정신도 서서히 약해진다. 누구나 몇 번은 실수하게 마련이며, 그러다 보면 실수가 아니라 진짜 그럴까봐 겁이 난다.

 

 나이 듦의 지혜란 일상 생활의 크나큰, 그리고 고통스러운 변화들을 내면으로 깨닫고 이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 중년, 그리고 노년에는 상대의 허약함과 질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간의 품위는 특히 작은 일상생활에서 증명된다.

 

 이 책에는 많은 부부와 연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많은 시간을 부부로 혹은 커플로 살아왔다. 둘만의 아름다운 시간들, 그리고 별로 아름답지 않은 시간들, 다툼과 충돌, 이런 과정들이 어떤 식으로든 둘의 관계를 단단히 묶고 삶의 지혜를 깨닫게 했다. 관계 해법은 갈등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나를 바라보고 갈등을 다루는 사람만이 좋은 관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

 

 이 책은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 즉 용서와 화해, 갈등과 다툼, 외도, 편견, 일상생활, 성생활, 나이 듦과 질병, 사별, 병든 부모 모시기, 노후 등 부부 인생과 갈등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커플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거나 앞으로 직면할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저자 : 에바 예기 Eva Jaeggi

독일의 심리학 교수이자 심리치료사. 빈 대학에서 심리학, 철학, 역사학을 공부한 후 보쿰 대학 심리상담소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베를린 자유 대학과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임상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베를린 심리치료 아카데미’의 심리치료분과 책임자이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사립대학’의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많은 부부와 연인,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정신적 문제와 행동 치료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타인 이해하기Andere verstehen》, 《결혼생활이 나이가 들면Wenn Ehen alter werden》, 《찢어진 가슴 치유하기Zu heilen die zerstoßnen Herzen》, 《친애하는 못된 시어머니Liebe bose Schwiegermutter》, 《정신과 의사는 누가 치료하나요?Und wer therapiert die Therapeuten?》(《심리치료의 탁월한 서적 100권》에 선정: 알프레드 프리츠의 저서, 뉴욕, 2008) 등 30여 권이 있다.

 

 

역자 : 고맹임

이화여대 독어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과 훔볼트 대학, 뒤셀도르프 대학,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수학하며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화여대, 동덕여대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현재 독일 함부르크의 한인학교 교장으로 일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안데르센 동화전집》,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탐욕》, 어린이 그림책 《똑바로 보기 거꾸로 보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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