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 시인 박후기 산문사진집
박후기 지음 / 가쎄(GASSE)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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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집이라고해서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지 제일 먼저 사진집 답게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사진들을 먼저 한 번 쭉 훑어봤다. 그리고 나서 다시 천천히 사진을 보면서 글을 읽었는데 마음에 와 닫는 글들이 많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마치 사진 전시회를 구경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그에 걸맞는 사진을 감상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그런 책이다. 이 책에서 좋은 글 몇 편을 소개해 본다.

 

 

[내 마음이 당신을 보고 있어요 - 17P]

관심이란 말은 '내 마음이 당신을 보고 있어요'라고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즉, 나는 당신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라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처음 당신을 만나기 전 당신의 신발과 옷과 미소 같은 것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의 취향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이 당신을 쳐다보게 되는 순간, 그 누군가의 취향은 나의 관심이 되어버린다.

 

 

[사랑을 해석하지 말 것 - 51P]

시를 읽을 때 어느 한 구절에 눈길이 간다면, 그 한 구절이 그 시의 전부이다.

누군가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면,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 얼굴이 당신의 전부이다.

느낌을 분석하려 하지 말자.

사랑을 해석하려 하지 말자.

꽃이 어디 분석하고 피어나던가?

 

 

[사랑과 죽음 - 57P]

아무리 문을 잠그고 몸을 잠근다 해도 죽음은 어김없이 그리고 예외 없이 찾아온다.

죽음은 인간의 몸속에 뱀처럼 꽈리를 틀고 들어앉아 이십 년이고 칠십 년이고 견디며 노쇠한 몸이 늘어지고 마음이 한없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공원묘지를 보라.

죽음들은 서로 곁을 주고 의지하며 생전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견디고 있다.

하물며, 우리가 찰나의 사랑을 견디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살아갈 때의 믿음이란 - 67P]

우리가 사랑할 때, 살아갈 때의 믿음이란....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보면서 한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는 것.

두 사람이 같은 곳에 있을 때보다 서로 떨어져 있을 때 한 사람의 말을 더욱 귀담아들어 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이가 내 말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신발 - 103P]

타인의 신발에 몰래 내 발을 넣어본 적 있다.

그때, 발 뒤꿈치를 타고 올라오던, 마치 타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오오는 것 같은 느낌을 오래도록 잊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한 번쯤 사랑하는 이의 신발을 들여다보자.

그 사람이 나에게로 걸어온 시간을 들여다보자.

나 때문에 닳아버린 그 사람 자존심의 뒤꿈치를 들여다보자.

 

 

[사랑은 반복입니다 - 241P]

누군가를 향해 매일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그 대상이 신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아픈 사람이든, 그리운 이든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향해 걸어올 때 나는 당신의 것이며, 내가 당신을 향해 걸어갈 때 온통 당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은 당신의 소유가 됩니다.

사랑은 반복입니다.

반복해서 되뇌는 기도문처럼, 사랑한다는 말은 반복되어야 하며 그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지겨워지면, 그것이 무엇이든 반복하지 않게 되니까요.

 

 

[저자소개]

 

저자 : 박후기

- 200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가 있으며, 사진산문집으로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이 있다. 2006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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