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안희정의 진심
안희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틀로는 지금의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가기 어렵다. 현실의 많은 문제들은 그 이념적 갈등 너머에 있다. 진보냐 보수냐의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문제들이 더욱 심화되고 악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위기의 싹이 트고 격화된다면 바로 이 오랜 소모적 대립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각자의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진보로 표현되기도 하고, 보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의 경쟁도 정해진 규칙에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 규칙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규칙을 정하는 일이고, 그 규칙이 적용되는 과정을 협의하며 관리하는 일이다.

 

 진보나 보수의 가치로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각자의 정치적 입장은 진보나 보수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치의 대립과 경쟁은 민주주의 규칙의 틀 안에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은 국민이다. 회사로 말하면 국민들이 바로 사장이다. 국민들의 보편적인 상식과 정의감, 그 느낌이 중요하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인류 역사가 증명했듯이 나라의 주인은 이 땅 위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정치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헌법에서 시작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골격이 되는 헌법이 바로 서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이면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이에 준해서 해야 한다.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다. 역설적이지만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막강한 힘도 가진 존재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권력을 스스로 절제하기 위해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각 정당과 정치인이 내놓은 국가 정책을 주권자가 투표라는 방식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제도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국가 정책의 제조 판매자인 정당과 정치인이 정책 소비자인 주권자에 대해 책임지는 수준만큼 발전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책임지는 정치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인 정당 정치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쉽게 접하게 되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동이 하나 있다. 좀처럼 정치적 상대방과 일대일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상대방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감정이 한번 벌어지면 그 후 쉽게 회복되지 못한다. 또 다른 잘못된 행동도 있다. 정적과 대화하기 전에 언론에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누구든 타협은 불가피하다. 또 정치권에 몸을 담는 순간 크든 작든 누구나 권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정치는 인간 세상의 모든 탐욕이 뒤엉켜 만들어지는 타협의 장이다. 인간의 탐욕도 별것은 아니다. 상대보다 내가 하나 더 갖고 싶은 욕심이다. 그 욕심이 용광로처럼 들끓다가 적절히 타협하는 공간이 바로 정치다.

 

 정치는 권력 투쟁이다. 그 투쟁은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국민의 어떤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무조건 새 정치만 되풀이하면서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 사람이 되면 뭔가 바뀔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올바른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제품의 포장지를 뜯는 순간 그 제품은 더 이상 새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에 발을 담그는 순간 새 정치인은 헌 정치인이 된다.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정신과 물질, 인간과 생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도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의 요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이를 되살리려면 일종의 숲 가꾸기 사업이 필요하다. 즉 산업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산업 생태계는 지금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 경제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존하기 위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창의와 도전 정신이 어우러져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은 그 계획으로부터 비롯된다.

 

 

[저자소개]

 

안희정 [저]

- 제36대 충청남도지사. 고려대학교 졸업 후 23년간 정치 외길을 걸어온 직업 정치인. 상대의 선의를 신뢰하고 적대심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 대화와 타협의 더 좋은 민주주의 사회를 꿈꾼다. 그의 현실 정치는 이 꿈에서 시작된다.

1989년에 국회의원 비서로 여의도 정치권에 입문했다. 1990년 3당합당을 거부하면서 꼬마민주당 출범에 참여했다.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정치인 노무현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공유하면서 함께 ‘사람사는세상’을 꿈꾸었다. 2001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을 맡아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그러나 대선 자금 관리자로서 책임을 지고 1년간 옥고를 치르고, 참여정부 5년 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2008년 4월 총선,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출마를 준비해왔으나 구속 전력 때문에 공천 자격을 박탈당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권했지만, 정당 정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내 고사했다. 좌절과 시련을 딛고 2008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었고, 다시 2년 뒤인 2010년 민주당 최초로 충남도지사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충청남도를 전국에서 가장 유능한 지방정부로 만들기 위해 3대 혁신과제(3농혁신, 행정혁신, 자치분권)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담금질], [247명의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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