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 샛길 산책자 김서령의 쫄깃한 일상 다정한 안부
김서령 글.그림.사진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소소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읽다보면 자신의 이야기 같은 부분도 있고, 주변 이웃의 이야기 같은 부분도 있다. 그래선지 휴식이 필요할 때나 마음이 복잡할 때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

 

  이 책 내용 중에 원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때 노후대책으로 인기 절정이었던 원룸. 하지만 실상은 이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운영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많은 세대에 그만큼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사니 얼마나 사건사고가 많을지 짐작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원룸의 위치는 유흥업소 주변이니 세입자들이 당연히 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더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배째파부터 협박파까지 무척 다양한 인간들이 산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때론 찌질하고 우울하지만 낭만을 놓치지 않는 하루하루를 만나볼 수 있다. 술집 호텔 캘리포니아를 진짜 호텔로 오해하고 포항에서 서울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엄마. 까다로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여자들의 모임인 쉬운년들, 우아하게 살고 싶었던 삼십 대를 망쳐버린 흰 개 봉수, 그리고 가슴에 묻은 흰 개 봉자 이야기 등 그녀와 함께 자박자박 조근조근 추억을 되새긴다. 누굴 위로하기에는 자신의 삶이 더 안쓰럽고, 남을 응원하기에는 자신의 하루가 더 버거운 우리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담아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작가의 일기장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든다. 그래선지 왠지 작가와 친숙해지는 느낌까지 든다. 아마도 그녀의 일상을 소소하게 알게되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산문집이라서 그런지 읽는데 부담없고 술술 책장이 잘 넘어간다.

 

  소설만 쓰던 김서령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인데, 이 책을 쓸 당시 작가의 마음은 어땠을까? 소설이란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쓰지만, 이 책은 작가의 소소하지만 진솔한 일상을 썼으니 그 마음이 달랐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산문집을 내기까지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일요일날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그만큼 이 책을 통해 내 자신이 힐링이 되었나 보다. 그리고 여행했던 이야기 부분에서는 어느 순간 나도 그들과 함께 여행하고 있는 기분도 든다.

 

  요즘같이 모두가 앞만보고 달려가는 세상에서 한 번 쯤은 읽어봐야 할 그런 책이 나와 반갑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바쁘게만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고 잃어버렸던 여유와 삶의 행복도 찾으면 좋겠다.

 

 

 

 

 

 

[저자소개]

 

김서령 [저]

- 1974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역전다방」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2005년 대산창작기금, 200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다. ‘이름은 없으나 우리가 명백히 마주한 상처에 섬세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로, 탄탄한 문장과 현실감 있는 이야기, 삶과 이별에 대한 진지하고 세밀한 시선, 공감대 높은 정서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설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어디로 갈까요], 장편소설 [티타티타]를 출간했다.
소설가가 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던 시절과 소설가가 되어서 얼얼했던 시절을 지나 어느덧 십 년차 소설가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의 어깨에 잠깐 기대어 끔벅, 눈물 흘릴 수 있는 위로의 장면을 꿈꾸는 철부지 소설가다. 흰 개 봉수와 우면동에서 싱겁고 사소하게, 자박자박 산책하듯 살고 있다. 그 이야기를 첫 산문집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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