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내 가여운 개미
류소영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냥 소설이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읽으면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더니, 이 책은 우리 일상이나 주변에서 보거나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 8편을 한 곳에 모아논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인 개미, 내 가여운 개미는 두 번째 단락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이 책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 개인적으로 이 두번째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폭식증을 앓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다.

 

  폭식증은 말하자면, 거식증과 대식증의 요소를 모두 다 갖고 있는 슬프고 괴로운 병이다. 증상은 이렇다. 그 증상을 가진 사람과 아주 친하지 않는 사람들이 볼 때, 그 사람은 저렇게 먹고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조금 먹는다. 그런 점에서 거식증과 비슷하다. 그러나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저 사람은 무서운 속도로 음식을 구겨 넣는다. 그런 점에서 대식증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즉시 먹은 것을 후회하고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대식증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폭식증 환자들은 먹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며, 그럼에도 거식증 환자와는 달리 내부에 숨겨진 식탐은 있어서, 몰래 먹는 것이다.

 

  이 폭식증을 앓고 있는 여자는 사돈 처녀다. 형네 집에 2년 정도 신세지며 알게 된 그녀. 어느 날 밤에 화장실을 가다 우연히 그녀의 폭식증을 알게 되고, 둘 사이에 비밀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두 남녀의 나이는 동갑이다. 그래선지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

 

  그녀가 그 남자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 주는데, 어린 시절 그녀는 개미 먹는 걸 좋아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걸려 죽기 직전까지 맞는다. 엄마는 그녀의 입안에 손을 넣어 이리저리 휘젓고 입을 헹구게 하고 토하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는 엉덩이를 때리면서 '도대체 언제부터 이딴 걸 입에 넣기  시작한 거야? 니가 짐승이니? 어디서 이런 걸 배워가지고 왔어? 너 정말 짐승이구나'라고 말했단다.

 

  그녀는 이때부터 나빠지려고 마음먹게 된 것 같단다. 성장하면서 너무 커지는 키가 싫어 조금씩 먹기도 한다. 아마 어린 시절 그녀와 같은 경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그녀는 요즘 말로 쭉쭉빵빵의 몸매를 가졌기 때문에 다른이들의 부러움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장점이 오히려 그녀에겐 단점이 된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그래선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 단락의 개미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와 닫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화가 난다고 해도, 아이들이 상처받을 만한 얘기는 하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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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류소영 [저]

-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4년 "시와 시학" 겨울호에 시로 등단했으며, 1997년 "문학동네" 하계문예공모에 단편소설 '동그라미 그리려다'가 당선되었다.[개미, 내 가여운 개미]는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불완전한 사람들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다룬 소설집으로,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개인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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