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보는 내 남편의 아찔한 일기장
김종태 지음 / 인서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왠 일기장 하면서 호기심에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용을 보면서 나와 공감가는 부분이 의외로 많아 재미도 있었다. 아마도 내가 40대에 입문한 중년이라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내용 중 저절로 웃음짓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내 자신도 모르게 맞장구를 치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은 자신의 별명인 '늪'에 관해서 먼저 설명하고 있다. 늪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첫번째, 늪의 사전적 의미

- 땅바닥이 우묵하게 뭉떵 빠지고 늘 물이 괴어 있는 곳. 진흙 바닥이며 침수 식물이 많이 자란다.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두번째, 늪의 국소적 의미

- 아랫배가 우직하게 불룩 나오고 매우 자주 술이 고픈 양띠 중년 남자. 적당히 즐기며 살자는 마음이라 실없는 생각이 많이 자란다. 빠져나가기 힘든 현재 상태와 사오항에 딱히 불만이 없는 이 인물을 직접적으로 이르는 별칭.

 

  이 책에서 쓰이는 '늪'은, 위의 두 가지 정의 중 후자에 해당한다.

 

  이 책의 성스러운 부부 생활편을 보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나는 어떤지 돌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누구나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자신을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 본문중에서 늪의 역사를 옮겨봤다. 혹시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을 마저 읽어보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각]

20대 : 10미터 밖에 서 있는 강아지 낯짝만 봐도 그 녀석이 암캐인지 수캐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현재 : 손에 들고 있는 강아지도 낯짝만 봐서는 구별을 못하겠다.

 

[청각]

20대 : 문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의 몸무게를 대략 알아맞힐 수 있었다.

현재 : 남녀가 대화하면 신음 소리로만 들린다.

 

[후각]

20대 : 그 옛날 '코만도'란 영화에선, 바람에 실려오는 땀 냄새를 통해 사람이 있단 것을 알아챘다고 아놀드가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나의 20대에 비하면 그는 하수에 불과하다. 나는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를 통해 인원, 성별까지 확인 가능하며 컨디션이 좋을 때는 연령대까지 맞췄으니 말이다.

현재 :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이 모두 코를 막고 내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누군가 방귀를 뀌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미각]

20대 : 군대 회식 때의 일이다.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몇 살 때 잡은 암수 돼지인가 내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현재 : 신맛과 상큼한 맛을 헷갈리기 시작했다. 상한 우유를 맛있게 먹고 있다. 먹고 난 다음 날, 화장실에 가서야 그게 상했던 건지 아닌 건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촉각]

20대 :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엔 조용히 부는 봄바람을 몸에 맞을 때면 남몰래 오르가즘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현재 : 와이프가 만져도 신체 변화가 없다. 머리도 안 밀었는데 무념무상 초탈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요즘 격하게 혼나고 있다.

 

[순발력]

20대 : 거짓말 같겠지만, 날아오는 총알도 피할 정도였다. 술 진탕 마신 다음날, 현관문을 열자마자 빛의 속도로 날아온 물건들도 여유롭게 피했으니 아마 그 정도 속도는 되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현재 : 떨어지는 낙엽 한 장도 못 피한다.

 

[기억력]

20대 : 군대에서 외우는 군가를 포함한 암기 사항을 3일 만에 모두 외웠다. 물론 일과가 모두 끝난 뒤 휴식 시간에 외웠다.

현재 : 나랑 동갑인 와이프이 나이도 잊는다. 어머니 나이는 잊은지 오래다.

 

  개인적으로 위의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나도 이제는 중년이 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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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종태 [저]

- 가정을 버린 남자가 아닌, 가정이 버린 남자!
집안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눈치가 불감증인 남자!
아내와 두 딸 사이 청일점으로 꿋꿋하게 버티는 이 시대의 가장!
알코올이 들어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외치는 저렴한 주량을 가진 남자!
그나마도 새로운 세상과 자주 만나면 바로 병원에 수감되는 코스모스 같은 남자!
현재는 중소기업(동영테크)에 이사로 조용히 재직 중이며,
다음 카페 ‘양들의 모임(양띠 모임 카페)’에서 화려한 글발로
게시판의 배꼽까지 쏙 빼 버린 고수 유부남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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