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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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에세이라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그림으로 시작해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래선지 이전에 보던 그림 작품도 다시보게 되었고, 그림을 볼수록 느낌도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개인적으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별다른 감정이나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림을 달리보는 눈을 뜬 것 같다. 그리고 화가들의 그림이 왜 명화라고 하는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만한 책이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다른 그림 에세이들은 대부분 그림에 관한 역사나 화가들의 이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만의 상상력이 그림을 다시보게 만들고, 그림과 친숙해지게도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책장은 일반 책과는 다르게 느리게 넘어간다. 하지만 바쁘게만 살던 나에게 조금은 여유로움을 선물해준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야기 - 이별

 

그리하여 나는 남은 숨을 뱉어내고

너의 가지에서 떨어진다

두고 온 후회가 없으니 저항도 없다

하루의 끝에서 고요히 눈을 감듯

순간만을 생각하는 마지막이다

 

운명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사랑은 깊었다

나의 긴 부재를 다 끌어안은 네 안에서

바랜 시간의 빛은 눈물보다 아름답다

달의 힘에 이끌려 밀려가는 바다와 같이

다시 돌아올 것만을 생각하는 마지막이다

 

흩어지고 부서져 온 세상을 뒤덮을 기다림이다

 

 

 

두 번째 이야기 - 슬픔

 

차오르는 것들은 홀로 타오르다가

별이 되어 저절로 떨어진다

밤의 인사를 건넬 때 우리 사이에는

긴 적막과 우물 같은 허공이 가로놓인다

나는 우물 밑바닥에서 안간힘으로 소리를 끌어모아보지만

너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없다

 

네가 있는 하늘은 이렇게 멀고

네가 그리는 그림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고 흘러간다

그러나 하나뿐인 모든 것은 사랑이므로

나는 기어이 여기 갇혀 있다

 

 

 

세 번째 이야기 - 성장

 

그녀가 노래한 것은 언제나 희망이었지

반짝이는 것과 따뜻한 것이 그녀를 키웠으므로

푸른 가지마다 메달아놓을 것이 많았지

그러나 겨울은 한없이 깊어가고

가시처럼 융숭한 가지들이

문득 그 노래를 그치게 할 때

따뜻한 마음과 반짝이는 눈빛이 얼어붙을 때

무정한 눈과 바람이 모든 길을 감출 때

 

그녀는 알게 되었지

희망이란

까만 하늘에 박혀 있는 수억 개의 별이 아님을

가장 깊고 어두운 우물 속에 감추어진

단 하나의 사람

단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지상의 모든 노래가 사라질 때

비로소 불러야 할 이름이라는 것을

 

 

 

마지막 이야기 - 사랑

 

즐거워라, 당신의 움직임에

마음이 바스락거린다

온 세상을 돌아 몇 겁의 시간을 빌려

꽁꽁 싸매어둔 퇴화된 감정들

아름다워라, 당신의 목소리에

기어이 몸을 뒤튼다

이상해라, 당신이 버려둔 날들 속에서

자꾸자꾸 따뜻한 눈이 내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시선, 놀라워라

닿는 곳마다 축제가 온다

꽃이 오고 빛이 오고 무수한 봄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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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황경신 [저]

-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같은 세상], [초콜릿 우체국], [슬프지만 안녕], [밀리언 달러 초콜릿], [세븐틴], [그림 같은 신화], [종이인형], [생각이 나서], [위로의 레시피] 등의 책을 펴냈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그녀의 다섯 번째 단행본이자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1995년 PAPER 편집장
딩굴스 키보디스트
이브 수석기자
1992 행복이가득한집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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