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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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이 책은 두깨에비해 재미있고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아 보통 사람들도 쉽게 빨려들게 된다. 제목만 봐서는 왠지 전문서적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내용이 그다지 어렵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박제된 관념만 갖고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는다. 오늘날 지구촌의 내노라하는 부자나라는 물론이고 로마제국과 마야 도시국가, 중세의 베네치아, 혁명기 영국과 프랑스, 옛 소련, 개방 이후의 중국, 남미와 아프리카 독재국가들을 숨가쁘게 넘나들며 부의 탄생과 쇠퇴의 거대하고 생생한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

 

  인종과 역사와 문화가 같은 두 지역의 극명한 대조는 오로지 제도의 차이가 지금의 격차를 낳았음을 웅변한다. 한밤중에 내려다본 한반도의 북쪽은 암흑천지지만 남쪽은 눈부시게 빛난다. 이 엄청난 격차 역시 지리나 문화가 아니라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정치이고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결국 한 나라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철학이 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은 불과 반세게 만에 선진국들을 거의 따라잡았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용인하는 포용적인 제도가 확립되지 않으면 한 차원 높은 발전 단계로 뛰어오를 수 없다. 또한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라는 것에 의문이 생기는 사람들에게는 그 답을 이 책이 알려줄 것이다.

 

  우리는 불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다. 부자 나라에서는 개인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살며 교육도 잘 받는다. 또 휴가나 직업 같은 가난한 나라 사람이 꿈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혜택과 선택권을 누리고 산다.

 

  모든 사회는 국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 경제적 규율에 따라 제 기능을 수행한다. 경제제도는 교육을 받고, 저축과 투자를 하며, 혁신을 하고 신기술을 채택하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민이 어떤 경제제도하에서 살게 될지는 정치 과정을 통해 결정되며, 이 과정의 기제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제도다.

 

  이 책은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나라마다 경제적 성패가 갈리는 이유는 제도와 경제 운용에 영향을 주는 규칙,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더 많은 일반 대중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개개인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제제도가 포용적이라는 것은 사유재산이 확고히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되며,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공평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또한 새로운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개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심지어 발목을 잡는 착취적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착취적 경제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의 선택, 즉 제도의 정치가 국가의 성패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라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성패는 그 국가가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제도하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부모를 내가 선택할 수 없듯이, 국가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나는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자소개]

 

지은이 대런 애쓰모글루

- MIT 경제학과 교수. 1967년 터키에서 태어나 런던정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경제학, 개발경제학, 경제성장, 테크놀로지, 소득불균형, 노동경제학 등 전방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도가 경제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2005년, 경제학적 사고와 지식에 가장 크게 기여한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존 베이츠 믈라크 메달을 받았다. 이 상은 '예비 노벨 경제학상'이라고 불리며,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 역시 1947년에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지은이 제임스 A. 로빈슨

-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런던정경대와 워릭대학교를 거쳐, 예일대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로 보츠와나, 모리셔스,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활약했다. 캐나다고등연구소의 제도, 조직 및 성장 부문 후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옮긴이 최완규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통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YTN에서 방송통역사로 활동했으며 영어 전문 포털 네오퀘스트의 대표를 역임했다. 미국 Wiley & Sons의 기술전문 출판부Wrox에서 기술 저자 및 리뷰어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이 땅에 태어나 영어 잘하는 법] (공저), [동사를 알면 죽은 영어도 살린다} 등이, 옮긴 책으로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 [확신하는 그 순간에 다시 생각하라] , [차이의 붕괴] 이 다수가 있다.

 

 

감수자 장경덕

- [매일경제] 논설위원, 25년째 저널리스트로서, 그리고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와 금융의 놀라운 세계를 탐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정글경제특강] , [정글노믹스] , [부자클럽 유럽] , [증권24시]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코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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