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
모모이 카즈마 지음, 조찬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내의 죽음. 보통 사람들은 말한다. '있을깨 잘해!'라고, 그러나 평상시에는 이 말의 참 의미를 깨닫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을 쓴 모모이 카즈마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옆의 사람이 얼마나 소중 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아내는 회사에서 일하다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쓰러진 아내를 회사 직원이 발견하게 되고 아내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아내를 발견한 직원은 남편 모모이 카즈마에게 연락한다.

 

  남편은 전화를 받게 된다. 아내가 회사에서 쓰러졌고, 도립 히로오 병원으로 옮겨질 것이니 그쪽으로 와달라는 전화였다. 남편은 아내가 의식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의식이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을 먹던 남편은 전화를 받고나서 술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정신을 치라려고 커피를 집어드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지만 남편은 온통 아내가 의식이 없다는 것에만 생각이 미친다.

 

  남편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한다. 택시 안에서 장모님에게 이야기 하지만 장모님은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간호사이자 보건사인 아내의 바로 아래 여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가 연결되지만 남편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격한 신음소리만 낸다. 처제는 술김에 장난친다고 생각하는지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다. 다시 처제에게 전화를 걸고 더듬더듬 언니가 쓰러졌다고 말한다. 처제는 병원이 어디냐고 묻고는 바로 병원으로 온다고 말한다.

 

  병원에 도착한 남편은 아내의 상태를 들을수 있었다. 아내에게 들이닥친 것은 지주막하출혈이었다. 지주막하출혈의 지주막이란 뇌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 중 하나이다. 그 보호막 아래에는 뇌에 영양분을 운반하는 굵은 동맥과 그것을 보호하는 수액이 있다. 지주막하출혈이란 이곳을 지나는 동맥이 파열된 증상을 말한다. 뇌 내부에서 직접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혈이 적은 경우 뇌에 미치는 손상도 적고 후유증을 남기지 않은 채 회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출혈이 많은 경우 뇌가 압박을 받아 심각하게 손상이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를 확률도 높아진다.

 

  아내의 경우 동맥 형태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혈관에 고인 피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처음 동맥류가 파열되었을 때 많은 양의 출혈이 발생했고 그 출혈로 인해 유입된 혈액과 수액이 뇌압을 끌어 올려 급성수두증을 일으켰다.

 

  아내는 이미 자발 호흡을 멈추었고 기계로 산소를 주입시키는 방법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법률에 따르면 한 번 인공호흡기 튜브를 환자의 기관내에 삽입하면 환자의 자발 호흡이 정지한다 하여도 죽음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회복되지 않아도 의사의 판단만으로는 튜브를 뗄 수 없다. 이런 경우 사망은 심장이 정지하는 떼를 의미한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리라.

 

  남편은 선택을 해야 한다. 남편과 장모님은 오로지 목숨 연장만을 위해 약물과 기계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아내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심장이 정지하는 순간으로 정해졌다.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을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가까운 자의 죽음을 앞에 두면 죽음을 여러 번 보아왔던 사람조차도 이성을 잃고 만다. 그 정도로 죽음에 내성이 붙기란 어려운 것이다.

 

  세계 각국의 분쟁 지역을 돌며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왔던 저널리스트이자, 그것을 사진으로 옮겨온 사진작가. 격한 슬픔의 현장을 누구보다 이성적인 시선으로 지켜보아온 주인공도, 막상 자신의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이성적이 될 수 없었다. 이것은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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