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섭이 지은 [삼대]라는 작품은 누군가의 할아버지였을지도 모를, 1930년대를 살았던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 세 부자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 조의관은 구한말의 봉건 세대로 대표되는 대지주이고, 아버지 조상훈은 개화기의 계몽 정신을 대표하여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술과 여자로
타락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 조덕기는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온건한 성품으로 타협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간다. 반면 덕기의 친구
김병화는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인물로 덕기와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당시에 신문 기자이자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영상섭은 [삼대]라는 대작에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사회상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해 놓았다. 당시에 쓰였던 우리말 어휘뿐만이 아니라 1930년대 유행하던 의복, 교통수단,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거리들, 그리고 여성과
남성,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까지 지금 우리들의 것과 사뭇 다른 점들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염상섭은 단순히 1930년대 일제 식민지 시대의 사회상만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조의관으로 대표되는 조씨 가문의
모습에서 식민지 시대 신흥 부르주아 세력이 가진 돈에 대한 맹목적 가치관과 겉으로는 도도한 척 선행을 베풀지만 도박과 술을 일삼는 지식인의
타락상을 비판하고자 했다.
[삼대]를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읽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시대의식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삼대]는 1930년대 한국 사회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당대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로 손꼽힌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족사 소설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그것이 비단 어느 가족의 비극적 사건이라기보다는
당시 사회의 구조와 인물들이 대표하고 있는 시대상의 몰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