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민의 블랙 스웨그 - 한현민 이 사람 시리즈
김민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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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한 남자와 1975년 한국에서 태어난 한 여자가 한국의 무역회사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만남은 2001년 5월 19일 이태원 해방촌에서 한 아이를 낳는다. 아빠로부터는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를, 엄마에게서는 깊은 눈과 둥근 입매를 물려받은 흑인 혼혈 한현민은 2018년 순댓국을 좋아하는 18세 서울 토박이로 자라났다.

 

 그의 어린 시절 별명은 브로콜리였다. 고불고불한 곱슬머리가 브로콜리의 송이와 비슷하다고 붙여진 것이었다. 아빠에게 물려받은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는 언제나 그의 검은 피부와 함께 놀림의 대상이 되곤 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훌쩍 컸던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부에 들어갔다. 특히 그는 한화팀을 좋아했는데 1번에서 9번 타자까지 각 번호에 해당하는 선수가 누구이며 그 선수는 어떤 기록을 갖고 있는지 경기 데이터를 막힘없이 읊을 수도 있었다. 야구 관련 일을 업으로 삼는 야구 해설가 못지않게 야구경기에 대해 분석하길 좋아했다. 그게 그의 취미이자 특기였다.

 

 하지만 그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야구를 그만두었다.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야구선수가 될 수 없었다. 아니, 야구선수가 되는 걸 꿈꿀 수 없었다. 운동선수가 되려면 집안의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했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5남매 중 장남이었다. 그의 밑으로 어린 동생들이 줄줄이 있었다. 더군다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엄마 혼자 일곱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장남인 그가 얼른 성인이 되어 가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했다.

 

 2015년 겨울, 그는 중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2년이란 세월을 의미 없이 흘려보낸 그에게 갑자기 위기감이 몰려왔다. 시험성적은 겨우 전교 꼴찌를 면하는 정도였다. 그의 뒤에 한 명 더 있었는데 한국에 온지 네 달 된 캄보디아인이었다. 한국어가 서툴러 시험문제를 읽는 것조차 버거운 아이였다. 

 

 

 그는 겁이 덜컥 났다. 뭐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는 자기 자신에게 다그쳤다. 이렇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 번 꿈을 포기했던 경험이 있었던 덕분일까. 다시 그 꿈을 찾겠다는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뜨거웠다. 다시는 꿈을 잃고 방황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 멋진 옷을 입으면 뭔가 세련돼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그저 좋았다. 막연하게 그는 모델이 된다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야구선수가 되려고 할 때도 그랬지만 모델 활동을 하는 데도 돈이 필요했다. 모델이 되고 싶어 기획사를 알아봤지만 전부 모델 아카데미에 등록을 먼저 하라는 말뿐이었다. 모델 워킹을 비롯해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프로 모델이 되기 위해선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튜브를 보고 독학하기 시작했다. 모델 아카데미에 다닐 돈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창피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미래의 경쟁자들을 상상하며 주눅 들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속엔 원대한 꿈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중이었다. 꿈이 있는 한 그는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 언젠간 동영상 속 저 무대에 서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는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한현민의 블랙 스웨그

 

  2016년 3월 24일 디자이너 한상혁의 패션쇼 오프닝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현재 한국 최대 패션쇼인 서울 패션위크에서 두 시즌 동안 무려 30개나 되는 쇼에 설 정도로 주목받는 모델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독특한 외모와 카리스마로 패션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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