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는 비행,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들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6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어떤 존재의 죽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가. 그런 이유가 어떻게 죽음을 덮고 그것이 지니는 슬픔을 하찮게 만들 수 있는가.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에서 그런 비극에는 복선과 전조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히치콕 영화에서 죽는 여자들은 금발이고 누아르에서 살인은 어두운 골목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달랐다. 아무런 전조가 없었다고 경애는 기억했다. 현실은 그런 것이었다.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서는, 그렇게 안녕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행운이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야 했고 자라야 했고 먹어야 했고 사고를 피해야 했고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불운을. 불운이라고 말하면 대체 피할 수 있는 건가 싶은데, 적어도 살아 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경애는 알았다. 고등학생이던 1999년에가까웠던 친구들을 한번에 잃어봤기 때문이었다.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둘은 내일 또 무려 여덟시간을 그 두평 정도 되는 방에서서로의 기척을 살피며 침묵을 견뎌야 했으니까. 그건 마치 「캐스트어웨이」의 톰 행크스와 배구공 윌슨 같은 관계가 아닌가. 누구 하나라도 파도에 휩쓸려나가면 바다로 뛰어들어 구해야 할 판이었다.

p.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p.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