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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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인 지금이 되기까지, 가정통신문이 자기소개서가 되기까지 '취미'란 빈 칸에 써넣을 말은 참 애매하기 그지없다. 어렸을때야 그냥저냥 남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취미를 가져도 상관이 없었지만 자기 PR시대라는이 시대에 평범한 취미는 불합격을 받을 것만 같다. 늘상 써오던 취미란 것은 음악감상,영화감상 그리고 기껏해서 '독서'였다. 한 때는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인 것도 같았지만 언젠가부터 영양가 없는 웹서핑으로 하루하루를 채우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그러다보니 취미란에 독서를 기입하는데 양심이 찔려오기 시작했고 스스로의 책 읽는 양을 진지하게 점검해보기도 했다. 양심적으로 나는 책을 많이 읽는편이라곤 할 수 없다. 기껏해야 한 달에 두 권 정도를 간신히 읽어내는 편이니. 하지만 내가 주장하는 것은 '다독'이 아닌 '독서'이니 내 취미가 아직 독서일 자격은 있지 않을까 싶다.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쓸데없는 군소리가 길어졌단 생각이다. 하지만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읽은 후 일주일간 리뷰를 쓰지 못했던 이유는 저 군소리를 도저히 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덮은 후에도 책에 대한, 또 책이 일깨워 준 많은 생각들이 난잡하게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어떻게 정리해내야할 지 가닥조차 잡히지 않을만큼 연계성 없는 생각들을 어떻게든 한 곳에 넣어 버무리려 하다보니 리뷰는 점점 일기 다음으로 하기 싫었던 숙제였던 '독서감상문'과 같은 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 느꼈던 처음의 생각은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에 감사하단 것이었는데도 불고하고 말이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전에 없던 두근거림으로 심장이 쿵쾅거림을 느꼈다. 마치 나도 또 한 명의 책 사냥꾼이 되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으며 다음 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같은 것. 아마 반디가 '찰리 이야기'와 '또 다른 찰리 이야기' 또 그 외 많은 안내서들 읽기를 마친 후 느꼈을 무엇인가와 책 사냥꾼으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페이퍼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리뷰도 늦게 제출하기 일쑤인 내가 다음 책이 기다려지면서 이 신간 평가단 활동 자체가 마치 하나의 책 사냥꾼으로서의 여행과 같이 느껴졌다. 반디가 첫 번째 책을 찾는 과정에서 경찰과 마주했을 때 대뜸 경찰의 입에서 나온 "당신, 책 사냥꾼이지?"란 말은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정말로 책 사냥꾼이란 직업이 나 빼곤 모두 알고 있는 그런게 아니었을까 하는 착각이 들어왔다. 책 파동과 시위, 미도당과 고서의 세계 그런 것들이 정말로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고. 아닐거야 하면서도 사실이기를 바라는 무언의 바람도 처음의 쿵쾅거림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건 '책'만을 다 읽었을 때 얘기였고, 작가의 말까지 읽어낸 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에 대한 내 생각은 또 달라졌다. 이건 정확히 말하자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가 아니라 '작가 지망생을 위한 위로서'와 같은 이야기였다. 적지 않은 분량의 본문에 해당하는 '안내서'는 양심에 찔리긴 하더라도 내가 독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알려줬고 '얘, 너 독서 취미로 가질 자격 있겠다. 반디나 검은별처럼 되긴 힘들어도 책 사냥꾼 자질이 아예 없는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늦깎이 작가의 두 장 남짓의 편지는 '그래도 써라. 언제가 되더라도 써라. 이야기는 얼마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처음부터 많은 암시를 두고 있었다. 오수완이란 신인 작가가 얼마나 여러번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는지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말은 고통이라면 고통이 느껴졌고 기쁨이라면 기쁨이 그리고 감사라면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중간에 수록된 '어느 책 사냥꾼의 회고록'이 그러했듯이 이건 하나의 커다란 비유와 같았다. 책 사냥꾼이란 직업은 실제로 없을지라도 작가 지망생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그들이 세계의 책을 찾는 과정을 멈추지 않는 이상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의 책'을 발견할 수 있으리란 회고록. 그래서 나도 떠나야겠다. 책을 찾아야겠고 읽어야겠으며 써야겠다.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으니 언젠가는 나도 내가 원하는, 말하고자 하는 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