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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김지현)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 청량하고 반짝이는 멜론 곁에 모여드는 나비가 있는 에메랄드 빛 표지가 강렬한 첫인상을 안겨주는 작품 <멜론은 어쩌다>. 소설가, 에세이, 번역가로서 전방위적 활동을 보이고 있는 에밀 작가는 2020년 SF어워드 중 단편 부분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SF보다>에서 미리 만나본 아밀 작가의 인상적인 작품을 기억하며, 책을 펼쳤다.
📗 <멜론은 어쩌다>는 8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첫 수록작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에서 부터 작가의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동성애, 레즈비언이라는 주제로 여성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실 이런 주제에 대한 평소의 관심이 없었어서 부치 라던지 펨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소수자들의 이야기, 소수자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등등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남겨 주었다.
📌 그 우여곡절을 보상받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배신당하지는 않는 경험이었으면 했다. 퀴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71p
📗 작품의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노 어덜트 헤븐‘은 천국에서 살아가는 멜론의 이야기이다. 천국에는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고, 그들을 구분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인간 때의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다. 어른들이 천국에 오려면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멜론 엄마가 재판에 나오며 멜론은 인간 때의 기억을 되찾아 엄마를 위해 변호한다. 우리 삶의 고통을 모두 잊는 것만이 행복일까? 소수자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랑이란 무엇인가? 먹먹해 지는 가슴의 느낌과 함께 작가의 질문이 쏟아진다.
📌 아이들이 다 그렇듯 멜론은 자신이 어쩌다 천국에 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은 시름을 가져온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미련을 후회를, 원망을 동반한다. -112p
📌 엄마에게 더 많이 사랑받고 싶었는데,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살아 있을 때 그러지 못한 게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123p
📗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은 SF에서 미리 만나본 작품이다. 당시 읽을 때도 느꼈지만, 작가는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접한 느낌도 다르지 않았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재능, 천재성, 양심, 등등 마녀가 부여한 4차원의 세계에 대한 손이 작은 어느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흥미롭다.
📗 마지막 수록작 ’야간 산책‘은 여의도 둔치에서 만난 어느 사람(시우)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제나 그자리를 지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시우. 주인공은 그와의 만남이 좋지만, 자신의 인생살이로 점점 잊어간다. 그리고 다시 찾은 한강. 그녀는 시우를 만날 수 있을까? J라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은 피터팬의 네버랜드에 잠시 다녀와 현실로 돌아온 인간의 이야기 같다.
📌 하지만 있잖아, 본래 아이들은 더없이 소중했던 누군가에게 잔인한 짓을 하고서야 어른이 되는 것 같아, 그렇지 않니? -306p
📗 환상과 현실이 조화되며 이질적인 세상을 그리고 있는 <멜론은 어쩌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세계를 그리고 있는 듯 하지만 그 세상의 모습은 아득하고 흐린 경계로 가려진 듯하다. 표지와 같은 청량감 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아밀 작가가 또 어떤 상상력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된다.
✅ 본 게시물은 비채 @drviche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