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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이하진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는 물리와 화학을 전공한 이하진 작가의 소설집이다.(SF라는 이야기!) 따뜻한 제목과 동물들이 뛰어노는 낙원의 한 모습을 표현한 듯한 표지가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첫인상을 주었다. 책을 펼치고 첫 작품을 읽는 순간 내가 느꼈던 따뜻한 첫인상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 첫 번째 마주한 작품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는 중력이 점점 사라지는 지구를 그리고 있다. 중력이 사라지면 우리에게 닥칠 무수한 현상을 그리고 있는데, 마찰력이 없어지고, 물건은 점점 공중으로 떠오르고, 심지어 지구 궤도까지 바뀌게 되는 모습을 무척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중력과 질량이 지구 종말에 이른다는 내용의 첫 작품에서부터 작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 수능 성적표를 받은 날이라든가, 첫 학사경고를 받은 날이라든가 그 밖에 많은 날에 제발 세상이 망했으면 하고 바랐지만 이토록 잔인한 방식으로 멸망하길 바란 건 아니었다. -12p
📗 3번째 수록작 ‘지오의 의지’는 트롤리 딜레마(여러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실험)에 대한 인공지능 지오와 주인공 승희의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은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가? 인공지능의 가치 판단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트롤리 딜레마를 작가 나름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무척이나 많은 과학 전문 용어가 난무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결국 이것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니까.
📌 기계라 하더라도 가치 판단을 논할 의지가 충분하다면, 그것을 해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89p
📗 ’마지막 선물’은 미시적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보통 SF라고 하면 거대한 우주와 우주선, 외계인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은 극도의 미시 세계에도 존재하는 무한의 세계에 대해 그리고 있다. 미시 세계를 찾아가며 존재하지 않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로 무한히 작은 미시 세계와 무한한 크기의 우주를 대비시키며 세계에 대한 경외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 우주에서 본 지구는 아름다웠다고. -180p
📗 그리고 마지막 수록작이자 표제작 ‘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멸망한 지구에 남은 신인류. 그들이 떠나는 과거. 과거에서 만나는 노인과 신인류인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생명체가 남아 있지 않은 지구에서 과거로 돌아가 노인과 함께 동물원을 지키는 신인류(기계)의 이야기.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지구 멸망이라는 무시무시한 첫 작품에서 조금은 따뜻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야지. 되돌릴 수 없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266p
📗 <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는 지구의 멸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중력이 사라지고, 시간이 멈추고, 고립되고, 자연재해까지. 무수한 멸망의 이유를 독자에게 주지만, 결국 인간은 ‘경이롭다. 아름답다. 찬란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SF즐거움인 과학적 내용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멸망의 이야기 속에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현실의식이 잘 드러난 이 작품은 이하진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 경이롭다. 아름답다. 찬란하다. 별빛이 사그라든다. 내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임을 안다. 나는 눈을 감는다. 비탈의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271p
✅ 본 게시물은 안온북스@anonbooks_publishing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