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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크 데리다 지음, 강선형 옮김 / 이학사 / 2026년 7월
평점 :
📗 제목만으로도 나의 맘을 흔들어 놓는 자크 데리다의 <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크 데리다의 책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명인 데리다의 초기 강의록을 싣고 있는 이 책은 데리다의 사상의 시작을 알 수 있게 한다.
📗 소르본 대학에서의 강의를 위해 쓰여진 이 강의록은 총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있다. 알랭의 철학 "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로 시작해, 사유를 위해 왜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는지, 우리가 '예'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사유는 멈춘다고 주장한다.
📗 물론 '아니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예'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더 깊은 사유를 위해 '예'라고 말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유를 위해 말하는 것(파롤)에 대해 설명하며, 언어라는 것 '예'와 '아니오'를 구분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 '아니오' 라고 말하는 부정성의 철학은 알랭에게서 나타나는 데카르트적 의심을 확장으로 이야기하며, 부정성의 철학의 관념에 대해 설명한다. 학창시절 들어봤음직한 '선', '의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부분은 기존 철학적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플라톤의 아페이론, 타자성, 칸트의 부정량, 헤겔까지 그리스 철학부터 실존주의 철학까지를 넓게 다루며 부정성의 철학에 대한 개괄을 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데리다 철학의 뿌리부터 사상적 영향까지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 하지만 내가 무를 상상할 수 없다면, 그것을 생각할 수는 없는가? -104p
📗 마지막 네 번째 시간의 강의는 이 책의 백미이다. 가치론적 '예'가 존재론적 '예'에 의존한다고 주장하면서, 존재에 대한 철학에 대한 여러 철학자의 견해를 설명한다. 라슐리로 시작해 베르그손으로 이어지며, 철학적 실재론으로 이어지는 강의의 흐름을 통해 데리다의 생각을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현상학으로 유명한 후설의 개념으로 이어지며, 베르그손과는 다른 후설의 철학을 설명한다. 후설 철학의 전문가인 데리다가 설명하는 후설이라니.. 그러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데리다의 철학적 시선이 느껴진다.
📌 이 책상은 정신의 어떠한 행위가 그것을 그 존재 안에 정립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실존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실존한다는 것의 의미다. -121p
📗 이어서 사르트르의 대자의 개념을 지나 하이데거로 끝을 맺는다. 특히 하이데거를 인용하며 책의 마지막 문단의 결론적 핵심인 '차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강의를 끝맺고 있는데, 데리다를 비롯한 포스트 구조주의 철학자의 핵심 개념인 '차이'가 데리다 초창기의 강의록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큰 희열이 느껴진다. 데리다 철학의 시작이자 들뢰즈, 푸코와 같은 철학자가 천착했던 '차이'를 통해 '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 나는 반성하고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세계가 거기 있고, 나의 바깥에 실존하는 사물들이 있으며, 모든 긍정, 진리, 학문이 이 선행적으로 주어져 있는 세계를 참조한다는 것을 안다. -129p
📗 데리다 사상의 시작점을 알 수 있으며, 그의 철학에 영향을 준 다양한 철
학자에 대한 데리다적 분석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물론 쉽지 않은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20세기 철학적 흐름과 부정성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