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양과의 결투
(1)
“한결아 무슨 일이야!”
한결이의 비명소리를 듣고 미르와 부루가 순식간에 한결이에게 달려왔다.
“호, 이 녀석 보기보단 대단한대? 새끼 용을 두 마리씩이나 부하로 두고...”
사내아이는 이렇게 말했지만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뭐야, 저 녀석은? 너 설마 상자를 건드린 거야?”
미르의 물음에 한결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 그게 저녀석이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했단말이야.”
“선한 마음으로 도와주려는 사람을 거짓말로 속이다니 너무 하는 군요.”
부루가 화가난 듯이 드꺼운 입김을 내뿜었다.
“속은 저 녀석이 바보인거야. 쓸데없는 말은 집어 치워. 너희 셋 모두 다 잡아먹어 버릴 테니까.”
사내아기가 으르렁거렸다. 미르는 가소롭다는 듯이 사내아이에게 냉기를 훅 뿜었다. 그러자 아이는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쳇 조그만한게 까불고 있어.”
잠시후 쟁 하고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함게 사내아이의 몸이 움직였다.
“에, 에취! 이 녀석 날 가지고 장난을 쳤겠다. 가만 안 두겠어. 나랑 결투를 하자!”
사내아이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웃기고 있네 결투는 무슨 .. 우린 여길 나가는데도 바쁘니까 넌 그냥 집에 가라 꼬마야.”
미르가 조롱하듯 말하자 사내아이는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
“이 녀석 내가 널 반드시 잡아먹어버릴 거야. 나랑 결투해! 결투!”
“쪼그만 게 봐줬더니 그냥....”
미르가 다시 입김을 훅 불었다. 사내아이는 다시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미르, 생각해봐. 상자와 결투? 이거 분명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너도 들어봤지?”
부루는 대나무로 만든 상자가 계속 마음에 걸렷다. 옛날 우돌 영감이 해준 이야기를 떠오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몰라, 저런 이상한 꼬마애에게 관심가질 시간 있으면 일이나 해.”
미르는 관심 없다는 듯이 시쿤등하게 대답하며 나무들이 샇여 잇는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에, 에취! 이 녀석! 내가 널 반드시 죽인다!”
얼었던 몸이 풀리자 사내아이는 미르를 가로 막았다.
“이 꼬마 녀석이! 한번 혼나 볼래?”
미르도 화가 나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자, 그럼 나와 결투 할 테냐?”
사내아이가 미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녀석이 겁도 없이 정말... 그렇게 네 녀석이 결투를 원한다면...”
미르도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햇다. 그때였다.
“모두 그만 둬. 결투 같은건... 안 해도 되잖아.”
한결이가 둘 사이를 끼어들었다. 한결이는 자신을 속인 아이가 미웟지만 그렇다고 미르와 싸우게 나둘수는 없었다. 그리고 미르가 남을 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네가 나와 결투할 게 아니라면 비켜, 난 저 새끼용을 이겨서 내 노예로 삼겠어.”
사내아이가 미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한 입에 꿀꺽 삼켜버리면 그런 허튼소린 더 이상 못할 거다 꼬마야.”
미르도지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왜, 왜 결투를 해야 하는 거지 그냥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는 거야?”
한결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난 결투를 하기 위해 태어났어. 결투에서 내가 이기면 상대방은 저 상자에 갇혀 노예가 되고 지면 내가 상자에 갇혀서 노예가 된다. 그게 바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사내아이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한결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한결이는 아이의 운명이라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 없었었다. 누군가를 노예로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노예가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은 막아야해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지?’
한결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싸움을 어떻게서든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결이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사내아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결투를 하고 싶다면... 나하고 하자!”
“한결아! 무슨 짓이야.”
미르가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부루도 놀란 눈으로 한결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결이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투건 싸움이건 좋아할 리 없는 한결이었지만, 미르도 그리고 저 검은 옷의 아이도 다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결이는 자신이 대신 결투를 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결투에 나서서 져버리면 끔찍한 싸움이 끝나지 않을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한결이가 할 수 잇는 일이란 이런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엇다.
“누가 결투 상대든 난 상관없다 . 저 버릇없는 푸른 용을 물어 뜯고 싶긴하지만... 다시 묻겠다. 정말 나와 결투를 하겠어?”
아이의 물음에 한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다. 그럼 지금부터 결투장을 준비하겠다!”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푸른 안개가 아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한결이와 아이의 주변을 감쌌다. 위험을 느낀 미르와 부루가 한결이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검푸른 안개에 가로막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소용없어. 결투가 끝날 때까지 이 안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르는 냉기를 푹푹 내뿜으며 기분나쁘다는 듯이 말했다.
“쳇 어쩔수 없네. 한결아! 저 기분나쁜 꼬맹이 자식을 한 대 걷어차줘.”
그때였다. 부루가 드디어 옛날 기억을 떠올리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미르, 드디어 생각났어. 대나무 상자와 결투를 하는 요괴!”
미르는 별로 상관할 게 없다는 투로 물었다.
“그래서 그게 누군데?”
부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용을 잡아먹는 족제비 요괴 바양이야!”
부루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사내 아이는 어느새 온 몸이 털로 뒤덮인 산처럼 거대한 검은 족제비로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