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 잠깐만요! 하, 할 게요! 할 게요!”
마누크마누크의 부리에서 계속 굴러가던 찬이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마누크마누크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무 많이 몸을 부딪혀 찬이는 온몸이 시큰거려 몸을 일으킬 힘도 없었다.
“헥헥! 알았어요. 나단의 성까지 알을 가지고 간다고 약속할게요. 이제 됐죠?”
찬이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니, 꼬마야 아직 더 해야 할 게 남아 있다.”
마누크마누크의 목소리에 찬이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요? 또 뭘해야 하는데요?”
마누크마누크는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달래듯 찬이에게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너는 나와 삼족오의 계약을 맺어야 겠다.”
“사, 삼족오의 계약이요?”
“그래, 삼족오의 계약... 절대로 약속을 깨뜨릴 수 없게 만드는 불의 계약이지.”
마누크마누크의 말에 찬이는 더럭 겁이 났다.
“저... 그런 걸 꼭 해야 하나요?”
“꼭 해야 한단다. 꼬마야.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인간들에게 이런 방법을 쓰는 수 밖에 없더구나. 이게 다 나단 그 사악한 용 사냥꾼이 나타나고 나서부터 온 대륙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인간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야.”
동물들이 인간들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니... 찬이는 괜히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찬이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마누크마누크에게 말했다.
“조, 좋아요 그럼 전 어떻게 하면 돼죠?”
“삼족오의 계약을 맺겠다고 세 번 맹세를 해야 하면 된단다. 나는 마누크마누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삼족오의 계약을 맺겠다고 말하면 돼.”
찬이가 마누크마누크의 설명을 들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앗다.
“좋아요. 별로 어렵진 않네요. 자 그럼 시작할 가요?”
“그래, 먼저 네 심장 위에 손을 얹으렴.”
찬이는 마누크마누크의 말에 따라 손을 가슴위에 얹었다.
“자 그럼 큰소리로 세 번 맹세를 하렴.”
“알겟어요.”
찬이는 크게 숨을 몰아 쉰 뒤에 큰소리로 세 번 소리쳤다.
“나는 신성한 마누크마누크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삼족오의 계약을 맺겟습니다. ”
찬이가 세 번째로 맹세를 하고 나자 마자 찬이의 온 몸이 오색 빛가루로 둘러사였다. 그리고 갑자기 찬이의 심장부분이 뜨거워지기 시작햇다. 그리고 그 열은 심장 위에 손바닥으로 천천히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순간 아주 뜨거운 열기가 손바닥에 느껴졌다. 찬이는 놀라서 손을 떼려 했지만 왠일인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으으..,. 뜨거워!”
“조금만 참으렴 고마야. 이제 다 되었어. ”
마누크마누크의 말처럼 뜨거웟던 손바닥은 점차 식기 시작했다. 찬이의 몸을 둘러싼 오색 빛 가루들도 사라져갓다. 그와 동시에 손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어? 손바닥에 이상한 문양이 생겼어!”
“그게 바로 삼족오의 문양이란다. 이제 너는 나와 절대로 깰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된 거야.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마누크마누크의 말에 찬이는 눈이 동그래졌다.
“네 손바닥의 삼족오가 점점 커져서 널 불태워 버릴 거야.”
“저, 정말요? 알았어요. 결코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을 거예요.”
찬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제 땅으로 내려가자!”
마누크마누크가 이렇게 말하면 부리를 벌리고 휙 고개를 처즐었다. 그러자 찬이의 몸이 하늘 높이 솟구쳣다.
“엄마야!"
찬이의 몸이 한바퀴 빙글 돌더니 마누크마누크의 푹식푹신한 푸른 기털이 덮이 등위에 내려 앉았다.
“아이쿠!”
“꽉 잡으렴 자, 내려간다!”
말이 끝나자마자 마누크마누크의 몸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창처럼 바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찬이가 푸른 깃털들을 꽉 잡앗다. 세 찬 바람이 뺨을 때리고 눈을 뜨기조차 어려웠다. 찬이가 눈을 억지로 뜨자 붉은 용의 계곡이 한 눈에 들어왓다.
“우와! 끝내준다! ”
찬이는 연방 감탄을 하엿다. 이윽고 마누크마누크의 둥지가 점점 가가이 다가오자 커다란 알이 보였다.
‘맞다, 저 둥지엔 석우가 있을 텐데.’
찬이는 순간 둥지에 두고온 석우가 생각이 났다.
“잠깐만요, 둥지에 제 친구가 있어요. 그 녀석 겁을 집어 먹고 둥지 속에 숨어 있을 거예요. 그대로 내려갔다가 숨이 막혀 죽을 지도 몰라요. ”
찬이의 말에 마누크마누크는 내려 앉는 속도를 점점 낮추기 시작했다.
“꼬마야, 네 친구가 둥지에 잇는게 맞니?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분명히 있어요.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이는 게 분명해요.”
“후후 꼬마야. 나는 세상의 어떤 동물보다 눈이 좋단다. 하늘 위해서 작은 가시 하나도 찾을 수 있어. 지금 둥지에 네 친구가 없는 게 확실하다.”
알 뒤에 숨어 있던 석우가 사라졌다니... 찬이는 석우가 걱정되어 괜히 화를 냈다.
“이 녀석,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잠깐, 혹시 네 친구가 살이 통통하게 찐 녀석이니?”
마누크마누크의 말에 찬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 맞아요. 그 녀석 지금 어디 있어요?”
“꼬마야, 지금 네 친구는 위험에 처한 것 같구나.”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구미호들이 네 친구를 사로잡고 있어. 이런, 늦기 전에 내려가야 겠다. 꽉 잡아라!”
“예..예!”
마누크마누크의 말에 찬이는 깃털을 꼭 잡았다. 마누크마누크는 빛처럼 바르게 지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