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뭐야, 이 녀석... 기절해 버렸잖아.”

노아가 한심하다는 듯이 석우를 바라보다 미호에게 고개를 돌렷다.

“이 녀석이 정말 온대륙을 구하는 예언의 아이란 거야?”

미호는 석우를 잠시 바라본 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호에게 말했다.

“우선, 자 이 아이를 데리고 마을로 가자. 이곳은 너무 위험해.”

“뭐야, 미호 넌 이 녀석을 정말 예언의 아이라고 믿는다는 거야?”

노아의 황당해 하는 얼굴을 보며 미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햇다.

“예언의 아이든 아니든 이대로 놔둘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때였다. 기절을 했던 석우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으.. 으... 사, 살려줘.”

석우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벌벌 떨었다.

“야, 우린 널 해칠 생각 없어.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

노아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거, 거짓말! 너희가 날 잡아먹으려고 강제로 이곳으로 끌고 온 거잖아.”

“뭐라고? 위험에 빠진 걸 구해준게 누군데 그래?”

노아가 으르렁대자 석우는 다시 몸을 움츠렸다.

“그만해. 노아야.”

미호가 노아를 말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석우에게 말했다.

“우린 너를 해치려 온 게 아니라 보호하러 온 거야. 그러니 안심해.”

“거짓말, 구미호는 원래 사람을 잡아먹잖아. 간을 쏙 빼먹는 그런 끔찍한 요괴잖아.”

석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게 정말 누구보고 끔직한 요괴래!”

노아가 화를 버럭냈다. 미호는 노아를 말리며 석우에게 말했다.

“인간 세계에 나간 구미호들은 어쩔수 없이 동물의 간을 먹어야 해. 하지만 온대륙의 구미호들은 그렇지 않아.”

“저, 정말?”

석우의 물음에 미호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석우는 고개를 들어 미호를 살짝 바라보았다. 미호의 눈빛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제야 석우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왜 날 도와 주는 거야?”

“넌 여우구슬이 예언한 예언의 아이니까. 우리들이 임무는 구슬의 예언이 실현될 때까지 그걸 돕는 일이야.”

노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석우를 쏘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예언의 아이? 그럼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란 거야?”

“글쎄, 지금까지 봐선 예언의 아이가 아니라 아주 쓸모 없는 아이 같지만 말이야.”

노아의 핀잔에 석우는 얼굴이 빨개졌다. 미호가 노아를 나무라는 듯이 바라보다가 석우를 보며 말햇다.

“자, 이제 그만 우선 우리 마을로 함께 가자. 여기엔 검은 용들도 많이 나타나고 위험한 동물들도 많으니까 말이야.”

석우는 미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갑자기 생각난 듯 이렇게 외쳤다.

“맞아, 아침! 마을에 가면 아침을 먹을 수 있어?”

“응, 그래.”

미호의 대답에 석우의 얼굴은 금새 밝아졌다.

“나 참, 정말 어떻게 이런 녀석이 예언의 아이라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어?”

노아는 그 모습에 혀를 글끌 차다가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거대한 푸른빛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순간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마, 맙소사! 마누크마누크야...”

“정신 차려. 빨리 피해야 해.”

미호가 다급하게 노아의 꼬리를 잡아 끌었다. 정신을 차린 노아는 허둥지둥 석우의 팔을 잡아 끌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계곡을 휘몰아치는 강풍은 더욱 거세져서 구미호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이윽고 마누크마누크가 우아한 날개짓을 하며 미호와 노아 앞에 나타났다.

“어떡해, 마누크마누크야. ”

노아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미호를 바라보았다. 미호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별 수 없어 맞서보는 수밖에...”

미호가 아홉 개의 고리를 활짝 폈다. 순간 푸른 빛이 미호의 온 몸을 감쌌다. 노아도 자신의 꼬리를 활짝 폈다. 지상으로 내려온 마누크마누크는 두 새끼 구미호를 노려보며 길게 울음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계곡 전체를 쩌렁저렁 울렸다.

“야, 넌 우리 뒤에 그냥 숨어 있어. 알았지?”

노아의 말에 석우는 냉큼 구미호들 뒤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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