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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기술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평점 :
📝 읽다보니 마치 옛날 리포트 써내기 위해 읽던 심리학 교재들이 생각났다. 심리학은 아니지만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 꼭 심리학 이야기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서평도 리포트 쓰듯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아주 잠시 했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뿐 당연히 내맘대로 쓸거다.^^;;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측면에서의 뇌 이야기는 일단 제외하고 이 책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는 생존과 생각, 사랑,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는 일 같은 가장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이기 위해 뇌는 망각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오늘날 매일 쇄도하는 대단히 많은 정보가 인간의 기억력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삶에서 정보의 원천이 풍부해진 게 병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병에 이로움을 알고 있다.
좋은 컴퓨터, 도서관, 휴대전화를 가까이 두는 거, 이들 주변 장치에 든 온갖 정보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려는 것보다 분명 더 현실적이고 덜 피곤하다.
대뇌피질은 언제든 생존, 생각, 사랑,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는 일 같은 가장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기 위해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p.104).
📝결국 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줄세우기를 통해 망각을 하거나 또는 응고화(기억굳히기)를 시킨다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망각을 하지 않고 모든것을 기억하기만 한다면 지식의 측면에서는 매우 유리하겠지만 생존의 측면에서는 분명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모든 공포와 슬픔과 아픔등이 잊혀지지 않아 심각한 우울증을 야기할 것이며 한순간도 정상적으로 살아가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편에게 만약 당신이 모든것을 기억하는 뇌를 가졌다면 어떨것 같냐는 물음에 남편은 1초도 망설임 없이 자살할거야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곧 우리이지만 우리가 잊고 싶어하는 것 또한 우리라는 것이다.
무슨말이냐 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정확하지 않다. 억압에 의해 왜곡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에는 기억하고 있는 사실 외에도 잊혀진 기억들이 오히려 더 우리를 설명하는 사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지에서든, 주입된 허위 정보에서든, 또는 둘다(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이 둘이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에서든, 주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광범위한 망각은 자유로운 개인인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길한 미래의 징조다. 이를 해소하는 기술은 민주주의 사회가 이미 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요구할 것이다.(p.171).
📝일제의 문화식민지 정책등이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억압에 의해 기억을 왜곡시키고 말살시킴으로서 식민지를 공고히 하려는 일제의 노력이나 멀리 볼 것도 없이 박근혜정권의 국정교과서 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 위의 두가지 주제 이외의 생물학적 측면에서 뇌의 이야기는 생략하려 한다. 사실 나에겐 너무 어려운 문제다. 즉 내가 망각해도 굳이 나의 생존이나 현실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두가지의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나의 뉴런 어딘가에 분명 기억되어 있다가 어느순간 작업되어 튀어나올것 같다. 왜냐하면 당장 그것들이 삶을 유지하는 것에는 쓸모가 없지만 나의 다음 세대들에게 무지막대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오늘 또 한 권의 교양서적을 내 머릿속에 넣고 또 망각하는 순환적 고리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