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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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여자들에게.

스미타, 줄리아, 사라.
그들은 각각 인도, 이탈리아, 캐나다에 살고있는 여성들이다.

스미타는 인도 최하위 계층의 여자다. 짐승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으며 똥치우는 일을 한다. 그는 딸에게 절대 이 일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딸이 학교에 다닐수 있길 희망한다.

줄리아. 그는 아버지의 공방을 이어받아 머리카락을 가공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쓰러진 후 공방이 파산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안을 살리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할 생각을 한다.

캐나다의 사라는 큰 로펌의 변호사다. 두꺼운 유리천장을 뚫은 인물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늘 지니고 산다.

전혀 서로를 알지 못하는 세사람이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보이지않게 이어지는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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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반대한다고 해서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는 마. 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해. 넌 의지가 굳은 아이야. 나는 네 능력과 힘을 믿는단다. 끈질기게 밀고 나가야만 해. 삶이 네 몫으로 중요한 일을 마련해놓았어.(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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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두고싶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다. 필사하지 않고 계속 그런 문장들이 나올거란 예감에 그냥 쓱쓱 읽어나갔다. 전혀 다르지만 셋의 모습은 닮아있다. 용기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이젠 나의 삶에 용기를 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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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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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하고 떠난 사람들하고는 한 가지 차이밖에 없어, 그렇지? 죽지 않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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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책이다. 문장이 어렵지도 않고 심지어 길지도 않다. 그러나
읽는 독자들을 납득시키겠다는 의지따위 전혀 없다. 그런 불친절한 이야기에 뭐지? 하면서도 빨려들어가는 것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공감되었기 때문일까.

1부는 전쟁중에 할머니에게 맡겨진 쌍둥이 형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신들 나름의 세상을 배우고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어쩌면 그 당시의 기준으로 보아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투성이다.

그리고 2부에서는 형제 클라우스와 헤어진 후의 루카스의 삶을 그렸다. 쌍둥이였을때의 모습이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면 2부에서 보여지는 루카스의 모습은 마치 지혜로운 현자가 된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마티아스를 대하는 루카스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3부, 헷갈리기 시작했다. 1,2부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1,2부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이며 그 허구가 진짜 허구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배경과 등장인물과 주인공의 이름만 같은 세개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법하다. 세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뭉쳐놓으면서 더 오묘한 이야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나만의 오독도 쉽지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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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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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나 이기적유전자, 또는 안나까레니나를 펼쳐들기 전의 압박과는 좀 다른 압박으로 한동안 이 책을 펼치지 못했다.

일단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수상했다는 띠지의 문구와 클래식 음악은 1도 모른다는 나의 음악적 무지가 그 압박의 이유일터다.

그러나 그것은 다 내가 미리 겁먹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을 1도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으며 본문 속 피아노곡들을 찾아 듣고 있었고 700페이지에 가까운 이야기가 어느새 끝이 났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두개의 상을 받은 작품이란 타이틀엔 나의 기대가 너무 크게 작용했나보다. 마지막이 너무 미약하게 끝이 났고 천재들의 이야기란 소재에 약간은 김이 빠졌다. 일본의 작품상에 대해 살짝 실망스런 기분?

물론 읽으면서 함께 피아노에 빠져들긴했지만 그건 내가 과거 '미스터 초밥왕'이란 만화책을 읽을때 초밥에 빠져들던 느낌과 비슷하달까..
사실 읽는 내내 미스터 초밥왕이 생각났다.😅 아마도 콩쿠르와 초밥대회라는 유사한 구조 때문일거다.

비유가 너무 극단적인가? 피아노와 초밥이라니.....🎹🍣 그래도 미스터 초밥왕 역시 대단한 작품임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키신의 '라 캄파넬라'를 들은적이 있다. 그리고 조성진의 '라 캄파넬라'도... 같은 곡인데 느낌이 너무나 달라 몇번이나 다시 듣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이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연주자마다 달라지는 곡 해석이란 의미를 조금은 알것 같았으니까.

나에게 어려운 음악을 한층 가깝게 끌어당겨준 책, 어쩌면 한동안 책 읽는 동안 피아노곡들을 많이 듣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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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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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네루다.

실존인물이다. 그가 책 한 권 내본 적 없는 까마득한 후배 문인들과도 유머를 섞어가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오랫동안 작가의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이 책을 집필하는데에 1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아주 유쾌한 소설이라 생각했다.
서문에서 미리 작가가 열광적으로 시작해서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끝을 맺는다고 이야기했지만 읽는 동안 나는 그 말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시인의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청년 마리오 히메네스. 그와 네루다의 우정이야기.

열광적인 시작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침울한 결론은 의외로 짧게 끝이 난다. 그러나 이어진 작품해설을 읽으며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네루다와 마리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고 시인의 모습과 닮아있던 그분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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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베아트리스에게 말 한마디 못 건넬 정도로 수줍어하는 마리오의 모습은 오랜 착취에 길들여져 정당한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하는 민초들을 암시한다. 그러나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집을 읽게 되면서 비로소 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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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마지막 길은 그렇게 외롭지 않았다. 그의 유해가 묘지로 향하는 동안 행인들은 멈춰 서고 창가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더니 행렬을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 분위기에 압도된 군인들은 운구를 바삐 독촉할 뿐이었다. 이윽고 묘지에 이르러 장례식이 시작되자 흐느끼는 울음 사이로 느닷없이 「인터내셔녈」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분노와 슬픔을 더이상 가슴에 묻어둘 수 없었던 사람들의 절절한 합창으로 변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작품해설을 꼭 보시라 권한다. 그리고 다시 읽으시라 말하고싶다.
소장해놓고 두고두고 읽어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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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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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스물 일곱 결혼을 하기 전까지 나의 삶은 치열함의 연속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어 치열한 삶을 살고있다면 88년생 김지혜는 미혼의 직장인이자 취업준비생이란 위치에서 나름의 치열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78년생의 나는 김지영과 김지혜의 삶을 바라보며 그들안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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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젠 편안해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꿈 같은 거, 하고 싶은 거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남한테 치이지나 말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 보고 싶어요. 내가 제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뭔 줄 알아요? 치열하다는 말. 치열하게 살라는 말. 치열한 거 지켜워요. 치열하게 살았어요, 나름. 그런데도 이렇다구요. 치열했는데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래요. 그러면 이제 좀 그만 치열해도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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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거예요. 백 살이 될 때까지 같은 생각할걸요. 외롭다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괴롭고 끔찍하죠. 그런데 더 끔찍한 거는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사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질문을 외면하죠. 마주하면 괴로운 데다 답도 없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과정만 있으니까. 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의심하는 끝없는 과정일 뿐이에요.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게 얼마나 드물고 고통스러운지 알아가는 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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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 강좌에서 만난 규옥, 무인, 남은, 그리고 얼떨결에 함께 행동하게 되는 지혜. 그들은 진짜인척 하는 가짜들에게 소심하고 작은 저항을 시작한다.

무례한 김부장에게 쪽지를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길거리 예술에 부당한 권위를 내세운 현대작가의 그라피티 위에 다시 자유로운 덧칠하기. 남의 레시피를 훔쳐가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국회의원 망신주기. 시나리오를 훔쳐간 대기업 영화 무대인사에 난입하여 소심한 복수하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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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참 신기해요. 박 교수한테 그러고 나니까 맘속의 체증이 하나 사라지는 거예요. 그냥 밖으로 크게 소리 한번 지른 것뿐인데. 적어도 내가 그 사람에게 내재된 부끄러움을 한 번쯤 되새겨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뒤부터 생각이 많아졌어요.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기만 해도 세상이 조금쯤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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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 남녀의 성역할에 대해 덤덤하게 현실을 이야기 했다면 이 책은 치열한 이십대를 지나고 서른의 길목에서 부당한 사회를 조금은 바꾸기 위해 소리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세상을 바꿀수 있을거라는 믿음.
그러나 소동이라고밖에 불릴수 없는 그들의 모험은 끝이 났다.

그 끝에 자리잡고 있는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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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륙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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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가 윤재와 곤이의 성장소설이었다면 서른의 반격은 서른살 어른이 지혜와 규옥의 성장소설이다. 작은 소동을 통해 바뀐것은 세상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었고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이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깨닫는 통로였다.
작은 소동으로 세상이 뒤집어지는 사이다 반전이 있기를 기대했다면 그들의 반격은 약간은 서글픈 마무리일것이다.
그러나 백만이 촛불을 들고도 세상이 확 바뀌지는 않았고 적폐들이 그대로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듯 하지만 그 백만 촛불들이 각성하고 더 성장하여 결국 사회가 바뀔 것을 믿는 것처럼 서른의 그들이 일으킨 소동은 그들 스스로를 성장시켰고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가짜들을 몰아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연휴 끝에 읽은 서른의 반격.
아직도 반격중인 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늦지 않았다. 나의 행동이 그들을 생각하게 만들테니까. 참으로 위로가 되는 좋은 책 한 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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