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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 화성을 사랑한 과학자의 시간
세라 스튜어트 존슨 지음, 안현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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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성에 대한 연구에 인생의 절반 이상을 걸었던 과학자 세라 스튜어트 존슨의 이야기이자,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 플라톤, 갈릴레오 등 과거부터 화성 연구에 열정을 쏟아부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지구상에서 오래 전 화성의 표면과 가장 흡사한 곳에 가서 생명체를 찾아내는 기술을 연습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답사를 다니고, 또 캠프에서 지역 조사 방법을 배우기도 했을 정도로 화성 탐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작가는 사실 어렸을 적부터 지질학과 천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이는 이 분야에 능통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작업 현상의 인부로 근무함과 동시에 NASA의 매리너 4호 프로젝트에 매료될 만큼 지질학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척박한 지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이윽고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행성 과학 연구에 뛰어들었으며,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에 몸 담았던 작가는 현재 조지타운 대학교의 조교수 겸 NASA의 연구원이 되었다. 


사실 문과 출신이지만 우주의 신비에 빠져있는 나로서는 탁월한 신간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일반인의 눈높이로 모든 과학의 원리를 글자 그대로 읽고 익힌다는 게 쉽진 않았지만, 쉽게 풀어 설명되어있었기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노트를 펼치고 중간중간 글을 요약하면서 읽기도 했다. 👀 


이야기는 화성 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있다. 


‘화성은 과연 생물이 살 수 있는 땅인가’를 놓고 NASA 연구원들이 최선을 다해 연구를 진행할 때마다 연구 결과로부터 오는 기쁨과 슬픔은 반복적으로 교차되었다. 나도 글을 읽어내려가며 같이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화성에서 발견된 운하의 유무를 놓고 일어난 논란, 기존 화성지도와는 전혀 다른 실제 화성의 모습, 대기층의 새로운 발견물, 달이나 지구와는 다른 지형 등 화성은 장기간에 걸쳐 인류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NASA는 결국 천만 달러 제안서를 승인했지만 이 결정은 굉장히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사실 설계대로 기기가 작동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p.188


책을 읽다보니 나중에는 연구를 할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다시 도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도달했다. 과학자들은 실패할 수 있다는 99%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오직 성공 신호에만 매달렸던 것 같다. 이에 대한 대답은 181쪽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찾는 것은 명성, 영광, 모험 같은 것이 아니라, 깊고 어두운 밤 속에서 가느다란 숨소리라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게 하면 인간과 우주 속 다른 존재 사이에 숨어 있는 공의 상태를 타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내가 행성을 연구할 기회는 이번 생에 오지 않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목표 의식이 있을 때는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 성공에 대한 신호에 집착하라는 깨달음이었다. 


언젠가 화성 연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다가올 것이다. 발견이 것이든 작은 것이든 연구원들의 수십 간의 열정이 담겨 있는 것이기에 뉴스에서 소식을 전하게 된다면 조용히 존경의 마음을 표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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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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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자화상을 그리기에 앞서, 먼저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기
위한 여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덮을 즈음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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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소설집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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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부터 표지 디자인과 독자를 향한 애정 어린 엽서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이우 작가는 내용으로도 승부수를 던지는 작가였다.

총 8편의 단편 소설을 수록한 작가의 신간 소설집.
각 작품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이 제시된다.
책의 제목인 ‘페르소나를 위하여’는 이중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을 붙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나,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서서히 이 인물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해 가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을 향해갈 때 생기는 그런 아쉬움.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아쉬울 정도로 흥미롭게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이우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맘에 든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일제강점기, 6.25 한국 전쟁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잊어선 안되는 역사를 담아낸 작품들이었다.
군함도에 끌려간 사람들, 6.25 전쟁의 참상으로 파괴된 인간상을 통해 우리의 뿌리를, 그리고 지난 날을 잊지 말자고, 다시 한 번 가슴 속 깊이 있던 애국심을 고취시켜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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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과 망원 사이 - 1인 생활자의 기쁨과 잡음
유이영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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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동기는 타지역 주민인 내가 20대 초반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특히 홍대와 합정, 연남, 상수 일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당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자유분방함,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분위기 등이 아마 내 호기심에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책에서 말한다. « 홍대 거리는 스무 살 때 나처럼 많은 이들이 방문객으로서의 추억을 묻어둔 곳이겠구나. 촌뜨기로서 처음 이 거리를 걸을 때 느꼈던 묘한 위축감과 호기심이 떠올라 혼자 큭큭거렸다. » (p.161)라고.

‘내게는 그저 방문 자체로 호기심이 생기는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이 동네를 어떻게 설명할까?’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흥미로운 거주지로서의 마포구, 특히 합정과 망원은 2030세대로서 꼭 한 번은 그 동네에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을 만들었다. 갖가지 소모임의 존재, 취미 활동의 다양성, 숨은 맛집 등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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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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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 <얼어붙은 여자>

가부장적이지 않은 아빠, 딸이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 이토록 이례적인 부모와 함께 사는 외동딸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부터 두 아이를 키우게 되는 순간까지,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낀 생각들과 분절된 기억들을 시간 순으로 정렬하여 담아낸 책.

실제로 아니 에르노는 1940년 노르망디의 이브토에서 태어나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 루앙과 보르도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70년대 교사로 생활했다.

따라서 그녀의 삶을 간략하게 추적하기만 해도 그녀의 작품이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아니 에르노는 본디 자전적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는 나중에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라는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지식과 좋은 직업이 모든 것으로부터 주인공을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자녀를 길렀고, 이러한 영향으로 주인공은 성역할에 구애 받지 않고 자라간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부대끼며 자라는 사회화 과정에서 조금씩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예를 들면, 브리지트와 친해지면서 ‘사랑’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고, ‘여성미’를 통해 ‘선택받아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을 할 때도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주인공은 자신의 소녀시절은 선으로 그린다면 직선이 아닌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p.102)

소녀시절을 거친 후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 사방팔방으로 나아가는 선은 더욱 중구난방으로 변한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의 어머니의 바람과는 반대로, 대학을 다니며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그녀는 신혼 첫 몇 달 간은 결혼이 위험하면서도 즐거운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혼생활 3달 차가 되자마자 이 위태하면서도 강렬한 즐거움은 종지부를 찍는다.

남편은 결혼 후에도 시앙스포를 다니며 학위를 따고 커리어적인 성공대로를 달린다.

그러나 주인공은? 논문쓰랴, 살림하랴, 임용 시험을 준비하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를 낳으면서부터는 가사노동이 곱절로 늘어났고, 육아를 대부분 전담했으며, 그녀가 꿈꿔왔던 ‘직업을 가지는 것’은 정말 꿈이 되어버렸다.

물론 훗날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고나서는 교사로 부임하게 되지만, ‘남자와 똑같은 일을 하지만 결코 자신의 가정을 눈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고등학교 정문에 가정을 내려놓았다가 학교를 나갈 때 가정을 다시 들고’ 가는 사람이 된다. (p.237)



무거운 내용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몽롱하게,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게, 기억을 길어 올’리기 때문에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며 읽어 내려가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어려웠다. (p.253, 옮긴이의 말 인용)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점점 뚜렷해지는 내적 혼란. 그러한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을 유추하기 위해 몇 번씩 나눠서, 또는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편집자들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유영하는 기억의 단편, 무작위의 생각들을 조합하여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덕분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모국어로 접하게 되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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