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가까운 사이 (스노볼 에디션) -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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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데, 또 곁에 아무도 없으면 금세 외로워지곤 한다." 192

 

관계를 맺는 건 어렵다. 스스로도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 모든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면서도 많은 이들은 좋은 관계를 맺어보겠다고 아등바등거린다. ‘언젠간 쓰겠지라고 생각하고 일단 저장하는 연락처 수집벽이 되거나, 가는 사람 잡으려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사람을 고쳐 쓰겠다는 포부를 버리지 못하고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힘들에 맺어온 관계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관태기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관계에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관계 시뮬레이션의 캐릭터도 공략하기 힘든데,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를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한 기회비용을 아깝거나 귀찮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는 개인의 공존을 통해 성립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철저한 혼자를 고수하는 일은 여러모로 힘들다. 신경 쓸 게 없는 편안한 혼자를 숭상하다가도 왠지 완벽한 혼자는 싫어 SNS를 하거나, ‘평생 친구혹은 벤츠 애인을 갈망한다. 관심은 좋지만 부담은 싫은 소심한 관종’. 연애하고 싶지만 데이트는 귀찮은 마음, 위로는 받고 싶지만 듣기는 싫은 마음, 배려하고 싶지만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마음, 아싸가 되기도 인싸가 되기도 싫은 마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그림과 글이 이 책에는 가득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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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착한 사람''나쁜 놈'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89

 

좋은 게 좋은 거지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왜 편을 가르지 못해 안달일까. 흑 아니면 백. 선 아니면 악. 우리 편 아니면 적. 어렸을 적 읽었던 권선징악 동화부터 시작해 우리들은 이분법적 논리에 세뇌된 걸지도 모른다. 스텔라 장의 노래 빌런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은 검은색이나 백색이 아닌 회색이다. 누군가에겐 천사가 누군가에겐 악마가 될 수 있으며 그 대상에는 모두가 포함된다. 이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나면 부담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긴다. 스스로의 감정에 과몰입해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도 적어지고 누군가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도 죄책감이나 피해의식에 빠지는 일이 줄어든다.

 

하늘의 별처럼 다양한 모두를 이해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며, 그것에는 본인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존중을 배운다.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존중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사회가 두려울 수 있지만, 그것이 사회이다. 애니메이션 <킬라킬>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넘치기에 이 세계는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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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관계를 맺기 전에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만의 우선순위부터 정해 보면 어떨까." 107

 

저자는 공감되는 상황을 나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한 건강한 관계를 위한 적당함의 기술을 공유한다. 일화에 공감하며 괴로웠던 기억들이 떠오르려할 때, 상냥한 언니가 손을 내어주는 것 같은 충고가 마음을 시원하게 진정시킨다. 책을 읽다보면 되뇌게 된다. ‘그러려니’, ‘아님 말고’, ‘나 자신과 먼저 잘 지내자

 

이 책에서는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관계를 다루고 있다. 아이, 부모님, 친구, 동료, 애인까지. 상대가 달라져도 역시 관계의 본질은 같다. 과거에 지나간 관계도, 미래에 다가올 관계도, 스스로가 행복하고 건강해야한다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기준이다.

 

이런 생각은 이기적인 게 아닐까?’ 양보는 미덕이지만 길들여지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감옥이 된다. 진정한 자존감은 상대적인 것에서 오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다.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관계를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마음에 휑한 바람이 차는 겨울, 저자의 아기자기하고 직관적인 그림과 문구에 위로를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내일은 조금 더 스스로를 소중히 하는 자신이 되어있을 것이다.

 

적당히 가까운 사이댄싱스네일 지음, 허밍버드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데, 또 곁에 아무도 없으면 금세 외로워지곤 한다. - P192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놈‘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 P89

타인과 관계를 맺기 전에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만의 우선순위부터 정해 보면 어떨까.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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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아지 마음 상담소 - 강아지 마음에 대한 소소한 질문들
강형욱 지음 / 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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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행동은 어떤 하나를 보고 ‘이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244

반려견 유튜버들이 꼭 한 번씩은 하는 컨텐츠가 있다. 강아지 말 번역기 장난감을 써보는 영상이다. 재미 위주의 영상들이지만 이 장난감이 성행하는 이유는 동물이 언어를 구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반려견과 반려인은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지만 언어를 사용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반려인은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 추측과 관찰만으로 반려견의 상태를 추정해야한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 과정에서는 언제나 오류가 나오게 된다. 인간끼리도 의사소통을 할 때 다양한 행동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면서, 반려견을 볼 때는 아는 게 적으니 행동의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쪼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반려인들은 불안해한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을 반려견은 불편해하는 게 아닐지, 자연스레 인간중심적인 시각으로 반려견을 볼 수밖에 없어 선한 의도로 행동하면서 강아지를 망치기도 하고, 편견과 얕은 판단으로 인해 강아지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면, 공격성이 강한 자신의 강아지가 다른 생명체를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우리 개는 다른 개를 좋아하는 구나’라고 판단한 보호자를 종종 볼 수 있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은 질문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궁금한 게 생겼더라도 사소하고 엉뚱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전문가에게 질문하기도 무안하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덧글로 제보 받아 짧은 영상으로 대답한 ‘강형욱의 보듬TV’의 <강형욱의 소소한 Q&A> 시리즈를 엮은 책이다. 강형욱 훈련사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을 재치 있는 편집으로 다듬은 3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는 G버스에서도 방영되곤 했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책이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의 원동민 일러스트레이터가 더욱 귀여운 그림으로 돌아왔다. 강형욱 훈련사의 네 반려견 그림이 표지와 도비라에 사용되어 팬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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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강아지들이 보호자의 성격과 행동 등을 굉장히 유심히 관찰하고 또 그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보호자를 안 닮으려야 안 닮을 수가 없답니다. 그러니 늘 마음을 곱게 쓰세요.^^˝ 265

짧은 덧글에 대답하는 컨셉이라 두 페이지 내외로 짧은 꼭지들로 구성되었다. 가볍고 유머러스한 내용도 있지만 그 사이에도 저자는 보호자들에게 언제나 경각심을 가지고 반려견을 대하라고 충고하며 실용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반려 꿀팁을 알려준다.

‘강아지도 삐지나요?’, ‘강아지 이름, 개명해도 알아듣나요?’, ‘강아지도 멋진 풍경을 보면 감탄하나요?’, ‘강아지 소리를 내면 제가 강아지인 줄 알까요?’ 등, 엉뚱하고 재미있는 질문들도 흔쾌하고 성실하게 받는 저자의 대답에는 반려견과 반려인의 행복을 위하는 강형욱 훈련사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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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자신만 바라보며 살기를 바라지 않아요. 한 인간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죠.˝ 315

다른 매체에서 강형욱 훈련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반려견은 그저 보호자와 함께 지내는 것만을 바란다. 반려견에게 가장 좋은 보호자는 백수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지 않으니 반려인은 반려견과 정기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가져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반려견은 모든 걸 가진 듯 행복해할 것이다.’

사람이 행복해야 반려견이 행복하다. 저자가 말하는 반려견은 온종일 반려인만을 바라보며 철저히 반려인의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생물이다. 이런 기특하고 감동적인 생명체와 건강히 공존하기 위해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해야한다. 반려인은 반려견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내 강아지 마음상담소》 강형욱 지음, 혜다

반려견의 행동은 어떤 하나를 보고 ‘이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 P244

많은 강아지들이 보호자의 성격과 행동 등을 굉장히 유심히 관찰하고 또 그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보호자를 안 닮으려야 안 닮을 수가 없답니다. 그러니 늘 마음을 곱게 쓰세요.^^ - P265

사실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자신만 바라보며 살기를 바라지 않아요. 한 인간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죠.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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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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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사회는 부정적 감정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괴로움과 고통을 대하는 법, 그러한 감정을 형식에 담는 법을 잊어버린다." 21p

 

피로사회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가 부정의 사회가 아니라 긍정을 과도하게 수용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부정을 부정하는 긍정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과도하게 학대하고, 이는 곧 만성적인 정신병이 팽배하는 사회를 낳는다는 것이 그 논지였다. 저자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에도 여전하다. 피로사회의 맥락을 잘 받아들인 독자라면 이 책 또한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피로사회를 읽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현 사회는 긍정사회이면서 투명사회이다. 불투명성을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투명한 정치, 투명한 기업, 투명한 미디어 등, 사람들은 투명함을 숭상하며 요구한다. 스스로의 삶에도 투명함은 깊이 배어들어있다. 대한민국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 태어나자마자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고 스스로의 개인정보는 인터넷환경 속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경계한다. 정치란 불투명성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꼬집으며, 결국 투명성을 강요당하는 정권에서는 더이상 비밀외교나 전략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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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시하고 과도한 가시성의 장에 던져넣음으로써 사회의 포르노화를 촉진한다." 54p

 

수업시간에 인상 깊었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즉 훔쳐보는 것에 대한 쾌감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한 가상인물의 인생, 생각, 행동 등은 상품화되고 투명하게 전시된다. 그것을 관객은 완벽히 안전한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훔쳐본다. 그곳에서 오는 쾌감은 마치 포르노를 보는 데에서 오는 쾌감과 일맥상통한다. 현실에서 남의 인생을 훔쳐보는 것은 범죄이다. 영화는 그 욕구를 합법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돕는다. 이렇게 전시된 인생을 거리낌 없이 소비할 수 있는 건, 캐릭터가 자신과 같지 않다는 것을(실존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무의식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투명사회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전시한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유저들은 얼굴, 사는 곳, 방문한 장소, 좋아하는 것 등, 자신의 신상정보를 스스로 공개한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디지털 사진 한 장에서는 그 유저의 서사를 알 수 없다. 그저 노출된 일상의 단편일 뿐이고,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곳에 달린 덧글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하나뿐인 정답을 외치는 목소리일 뿐이며 그것들이 모인다 하더라도 웅성거리는 소음이 될 뿐, 아무것도 생산해낼 수 없는 공허한 덩어리일 뿐이다.

 

자유와 권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웠지만지금 사람들은 자신을 전시하며 스스로 통제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스스로가 스스로를 전시하는 환경에서는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이 사회의 위험한 점은 개인의 선이 점점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가 사라진다. 모든 당신의 선택, 사유, 행동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 모든 인간의 육체는 전시되고 상품화된다. 결국 투명 사회는 곧 획일성을 향해 나아간다. 개성이 사라지고 개성을 없앤다. 비밀스러움에서 오는 로맨스도, 인간성도, 진정한 공동체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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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유는 공감하고 몇몇 사유는 의심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담론이 현실을 바꾼 페미니즘 부스트를 지켜봐왔기에 디지털 환경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 언택트가 유행하는 코로나 시국에는 더더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져야한다. 시대에 맞춰 인터넷 기술도 더욱 발전할 것이며, 많은 이들은 이것에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저자의 색다른 시야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사진은 시간을 받아 서사를 가지게 되는 물질이 아닌 한숨에 날아갈 수 있는 데이터조각이 되었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된 사람은 사유가 필요한 긴 글을 피하고 짧고 직관적이고 간단한 메시지를 추구한다. 느린 것은 곧 죄악이 되고 도태된다. 이 트렌드에 따라 채반으로 거른 듯 사라지는 것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투명사회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투명사회 #문학과지성사 #한병철 #북스타그램 #독서 #책추천 #피로사회 #철학 #독서 #기록 #디지털 #언택트 #포르노 #긍정사회 #자본주의

긍정사회는 부정적 감정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괴로움과 고통을 대하는 법, 그러한 감정을 형식에 담는 법을 잊어버린다. - P21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시하고 과도한 가시성의 장에 던져넣음으로써 사회의 포르노화를 촉진한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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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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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는 그 특성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기성세대와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자라나야 한다." 65p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심은 언제나 높다. ‘요오즘 애들은~’이라는 표현은 조선시대 사람들도 했을 정도로 시대를 되풀이하는 명구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가중되면서 생활상과 사고방식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 21세기, 밀레니얼세대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책은 그 밀레니얼 세대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90년생만을 다루고 있다. 책의 부제처럼 80년생인 작가가 바라보는 90년생은 간단한 것을 좋아하고, 언제나 유머와 재미를 추구하며, 인정욕구가 강하고 솔직함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형광색이 박힌 표지가 눈을 끈다. 전면에 ‘90년생을 박았지만 주 독서층은 90년생이 아니다. 90년생의 윗세대에게 조직에 파고들어오는 90년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소비의 주축이 된 90년생을 어떻게 끌어들여야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90년생 사용설명서라고 칭해도 좋을 것이다. 요점은 90년생을 기존의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조직이 90년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사용하는 세대 구분 기준은 문화적 공통점이 아니라 같은 시기에 출생한 집단이다. 그렇기에 ‘90년생의 특징이라고 칭하는 요소들은 어쩔 수 없이 80년생이나 00년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가치관이나 행동습관에 대한 내용이 그렇다.

 

90년생은 더 이상 요즘 애들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90년생이 사회에 진출했으며, 이제 곧 주요 소비층에 해당될 것이다. 문화를 주도하는 층의 대부분을 90년생이라 할 수 있으며, 영트렌드에 쉽게 적응한 윗세대 사람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에 90년생을 잘라 성향을 진단내리는 것이 이 책의 특성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이 책의 저자도 80년생으로 밀레니얼세대에 속하지만 80년생과 90년생 사이에 선을 그음으로서 타자의 시선으로 90년생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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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90년대생들은 직원으로 일하든 소비자로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꼽곤 한다." 301p

 

소재로 사용되는 사례들은 대부분 트위터나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것들이다. (남양유업, 다이슨, 질소 과자 등) '기만당했다'는 느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경향을 저자는 90년생들의 특성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에 대해 트위터 커뮤니티에서 많은 분노가 일은 부분에는 남양유업에서는 여성 정규직 사원들이 결혼을 하면 계약직으로 자동전환된다’(출처 노회찬·구영식 저,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는 여성차별적인 내용도 존재했다. 13년에는 임신한 직원을 퇴직시켰으며, 육아휴직을 제출한 직원을 강등시켰다는 내용이 언론에 나왔다. 물론 책에 나왔던 대리점에 대한 횡포와 계약직에 대한 처우도 논란의 일부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행동으로 옮기게 한 부분은 페미니스트들을 끌어들인 여성차별적인 부분이었다. 모든 사항에 있어서 신뢰를 선호하는 것은 모든 세대가 그렇겠지만, 기업의 횡포를 공론화하며 행동으로 표현하는 성향,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신념을 퍼뜨리고 그것에 따라 소비를 유행으로 만드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은 90년대생으로만 이루어져있지 않다.

 

90년생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윗세대가 90년생을 어떻게 보고있는지에 대한 시각을 반대로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80년생 초반의 저자가 보는 이 사회는 아직까지 90년생을 받아들이기에 많이 부족하다. 그것에 동의하지만 저자가 보는 모든 시각을 모든 사항에 적용시킬 수는 없다. 저자는 90년생들이 인정욕구가 많아서 많은 참여를 내어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회사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회사는 저자가 예로 든 것처럼, 빡빡한 회사문화를 강요하면서도 잡다한 업무밖에 시키지 않아 인정욕구를 충족시키지 않는가 하면, 신입사원에게 과도하게 많은 참여와 책임을 요구하는 소위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회사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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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점이 언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일일 것이다." 13p

 

모든 세대는 서로의 윈-윈을 위해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살아남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미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들을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려 하지 않으려는 기성세대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 의지가 있는 기성세대는 한 번 쯤 읽어보아도 괜찮을 책이다.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지음, 웨일북스

젊은 세대는 그 특성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기성세대와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자라나야 한다. - P65

이와 같이 90년대생들은 직원으로 일하든 소비자로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꼽곤 한다. - P301

그 시점이 언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일일 것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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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엄마 - 육아를 빙자한 마녀체력 엄마의 성장기록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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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즈음부터일까. 아이가 뭘 하기를 바라지 말고, 우선 나나 잘 살고 보자 싶었다." 100p

 

마녀엄마의 정의는 뭘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마녀엄마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아이에게 모질게 구는 엄마일 수 있고, 뭐든지 싸고돌아 아이를 망치는 엄마일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엄마는 조금 다르다. 아이에게 희생하지 않고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는,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자신의 행복한 삶을 꾸리는 엄마. 그것이 바로 마녀엄마이다.

 

사회는 엄마에게 과도한 것을 요구한다. 엄마들은 가사도우미, 육아전문가, 요리사, 코디네이터등의 직업에 해당하는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야한다고 당연하게 요구받는다. 그것도 풀타임이다. 사고라도 났다 하면 사회는 그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지운다. 노키즈존, 맘충, 온라인 수업에 낮아지는 학업률에 대한 책임. 성적이 곧 아이의 행복이라는 프레임. 사회는 점점 엄마에게 각박하게만 군다.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은 엄마에겐 곧 공포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더 할 게 있다고 주변은 재촉한다. 이정도가 되면 사회가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 ‘엄마는 행복하면 안 된다고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각박함은 곧 아이에게 내려온다. 일거수일투족을 남과 비교하게 되고, 육아는 곧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신비롭고 감동스러운 일이 아니라 옆집과의 경주가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꾸릴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가부장적 사회는 악덕업주다. 파업을 해도 마땅찮을 판에 엄마들이 이 역할을 견뎌내는 이유는 바로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저자는 엄마들에게 말한다.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엄마가 되자고. 아이를 끌고 가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자고. 아이는 당신의 생각보다 유약하지 않으니 충분히 아이를 믿어도 된다는 심심한 위로와 응원, 그리고 엄마의 편견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이 책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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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축복이 저주로 변할까. 부모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한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145p

 

할 일이 많으니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과로는 사람을 예민하게 하고 여유를 막는다. ‘엄마라는 역할을 버티게되니 아이 하나만 보고 위로받으려 한다. 자연스레 아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엄마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자식 이미지를 억지로 자신의 아이에게 끼워 맞춘다. 아이는 그저 자신이 갈 길을 가는 것뿐인데 엄마 멋대로 기대했다가 멋대로 실망한다.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엄마는 환상이 깨지는 것이 두려워 아이에게 자신의 기준을 더욱 강요하고, 아이는 반발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절대로 이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지.’ 심하게는 이런 모습을 닮을지 모르니 아이를 낳지 말아야지.’ 라고.

 

이러면 아이와 엄마 둘 다 행복하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서 눈에 담는 최초의 작은 사회다. 부모의 관계를 통해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푸는지를 알게 되고, 부모의 사소한 행동을 통해 습관이 형성된다. 아이가 부모의 어떤 모습을 보고 배울지는 부모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모습은 안 닮았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의 앞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된다. 구속과 폭력은 최소한으로. 하지만 일상 속에서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은 최대한으로. 이런 저자의 양육방침에는 엄마의 체력과 인내심,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자주적으로 꾸릴 의지가 필요하다. (저자가 체력의 중요성에 눈을 뜬 마녀체력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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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랄 것인가." 259p

 

아이는 그 누구보다 엄마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이 또한 생물이기에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이 평화롭고 안전하기를 바란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고, 엄마가 울면 아이도 운다. 아이가 울지 않는다고? 그건 이 처참한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마음을 죽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엄마 또한 가정의 일부인데, 엄마가 희생하여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엄마가 자신에게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는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그것은 곧 부담으로 직결된다. 성장의 방해물이다. 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성적의 저하, 반항, 사소한 말, 달라진 행동, 무기력증 등으로 표현되는 이것들을 부모는 잘 알아채지 못한다. 알아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지 모른다. 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똑똑하게 자신의 상태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챙겨야하며, 그 누구보다 행복해야한다. ‘밖에서는 어떤 고난이 너를 덮칠지 몰라도 이곳에서만큼은 너는 안전하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지켜주고 싶은 존재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에게 리드줄을 걸고 가다 줄이 끊어지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넓은 세계를 누비다 안전한 베이스캠프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는 일이 훨씬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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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경험이 없는 아직 독립하지 않은 20대 청년의 눈으로 이 책을 읽었다.

 

부러워하기도 하고 공감의 한숨을 짓기도 하지만 164페이지에 실린 유언장의 파괴력에 폭풍눈물을 지으며 엄마를 안아주게 되는 그런 책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고민, 그리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아이를 보고 배우는 지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평범하기에 강력한 여성의 이야기. 새옹지마의 삶.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더욱 행복하기를 바란다.

 

 

마녀엄마이영미 지음, 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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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즈음부터일까. 아이가 뭘 하기를 바라지 말고, 우선 나나 잘 살고 보자 싶었다. - P100

왜 축복이 저주로 변할까. 부모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한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 - P145

엄마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랄 것인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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