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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엄마 - 육아를 빙자한 마녀체력 엄마의 성장기록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11월
평점 :
"아마도 이즈음부터일까. 아이가 뭘 하기를 바라지 말고, 우선 나나 잘 살고 보자 싶었다." 100p
‘마녀엄마’의 정의는 뭘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마녀엄마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아이에게 모질게 구는 엄마일 수 있고, 뭐든지 싸고돌아 아이를 망치는 엄마일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엄마는 조금 다르다. 아이에게 희생하지 않고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는,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자신의 행복한 삶을 꾸리는 엄마. 그것이 바로 ‘마녀엄마’이다.
사회는 엄마에게 과도한 것을 요구한다. 엄마들은 가사도우미, 육아전문가, 요리사, 코디네이터등의 직업에 해당하는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야한다고 당연하게 요구받는다. 그것도 풀타임이다. 사고라도 났다 하면 사회는 그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지운다. 노키즈존, 맘충, 온라인 수업에 낮아지는 학업률에 대한 책임. 성적이 곧 아이의 행복이라는 프레임. 사회는 점점 엄마에게 각박하게만 군다.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은 엄마에겐 곧 공포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더 할 게 있다고 주변은 재촉한다. 이정도가 되면 사회가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엄마는 행복하면 안 된다’고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각박함은 곧 아이에게 내려온다. 일거수일투족을 남과 비교하게 되고, 육아는 곧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신비롭고 감동스러운 일이 아니라 옆집과의 경주가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꾸릴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가부장적 사회는 악덕업주다. 파업을 해도 마땅찮을 판에 엄마들이 이 역할을 견뎌내는 이유는 바로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저자는 엄마들에게 말한다.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엄마가 되자고. 아이를 끌고 가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자고. 아이는 당신의 생각보다 유약하지 않으니 충분히 아이를 믿어도 된다는 심심한 위로와 응원, 그리고 ‘엄마의 편견’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이 책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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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축복이 저주로 변할까. 부모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한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145p
할 일이 많으니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과로는 사람을 예민하게 하고 여유를 막는다. ‘엄마’라는 역할을 ‘버티게’되니 아이 하나만 보고 위로받으려 한다. 자연스레 아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엄마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자식 이미지’를 억지로 자신의 아이에게 끼워 맞춘다. 아이는 그저 자신이 갈 길을 가는 것뿐인데 엄마 멋대로 기대했다가 멋대로 실망한다.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엄마는 환상이 깨지는 것이 두려워 아이에게 자신의 기준을 더욱 강요하고, 아이는 반발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절대로 이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지.’ 심하게는 ‘이런 모습을 닮을지 모르니 아이를 낳지 말아야지.’ 라고.
이러면 아이와 엄마 둘 다 행복하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서 눈에 담는 최초의 작은 사회다. 부모의 관계를 통해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푸는지를 알게 되고, 부모의 사소한 행동을 통해 습관이 형성된다. 아이가 부모의 어떤 모습을 보고 배울지는 부모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모습은 안 닮았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의 앞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된다. 구속과 폭력은 최소한으로. 하지만 일상 속에서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은 최대한으로. 이런 저자의 양육방침에는 엄마의 체력과 인내심,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자주적으로 꾸릴 의지가 필요하다. (저자가 체력의 중요성에 눈을 뜬 《마녀체력》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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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랄 것인가." 259p
아이는 그 누구보다 엄마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이 또한 생물이기에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이 평화롭고 안전하기를 바란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고, 엄마가 울면 아이도 운다. 아이가 울지 않는다고? 그건 이 처참한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마음을 죽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엄마 또한 가정의 일부인데, 엄마가 희생하여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엄마가 자신에게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는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그것은 곧 부담으로 직결된다. 성장의 방해물이다. 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성적의 저하, 반항, 사소한 말, 달라진 행동, 무기력증 등으로 표현되는 이것들을 부모는 잘 알아채지 못한다. 알아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지 모른다. 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똑똑하게 자신의 상태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챙겨야하며, 그 누구보다 행복해야한다. ‘밖에서는 어떤 고난이 너를 덮칠지 몰라도 이곳에서만큼은 너는 안전하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지켜주고 싶은 존재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에게 리드줄을 걸고 가다 줄이 끊어지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넓은 세계를 누비다 안전한 베이스캠프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는 일이 훨씬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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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경험이 없는 아직 독립하지 않은 20대 청년의 눈으로 이 책을 읽었다.
부러워하기도 하고 공감의 한숨을 짓기도 하지만 164페이지에 실린 유언장의 파괴력에 폭풍눈물을 지으며 엄마를 안아주게 되는 그런 책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고민, 그리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아이를 보고 배우는 지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평범하기에 강력한 여성의 이야기. 새옹지마의 삶.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더욱 행복하기를 바란다.
《마녀엄마》 이영미 지음, 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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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즈음부터일까. 아이가 뭘 하기를 바라지 말고, 우선 나나 잘 살고 보자 싶었다. - P100
왜 축복이 저주로 변할까. 부모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한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 - P145
엄마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랄 것인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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