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가까운 사이 (스노볼 에디션) -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데, 또 곁에 아무도 없으면 금세 외로워지곤 한다." 192

 

관계를 맺는 건 어렵다. 스스로도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 모든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면서도 많은 이들은 좋은 관계를 맺어보겠다고 아등바등거린다. ‘언젠간 쓰겠지라고 생각하고 일단 저장하는 연락처 수집벽이 되거나, 가는 사람 잡으려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사람을 고쳐 쓰겠다는 포부를 버리지 못하고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힘들에 맺어온 관계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관태기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관계에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관계 시뮬레이션의 캐릭터도 공략하기 힘든데,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를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한 기회비용을 아깝거나 귀찮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는 개인의 공존을 통해 성립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철저한 혼자를 고수하는 일은 여러모로 힘들다. 신경 쓸 게 없는 편안한 혼자를 숭상하다가도 왠지 완벽한 혼자는 싫어 SNS를 하거나, ‘평생 친구혹은 벤츠 애인을 갈망한다. 관심은 좋지만 부담은 싫은 소심한 관종’. 연애하고 싶지만 데이트는 귀찮은 마음, 위로는 받고 싶지만 듣기는 싫은 마음, 배려하고 싶지만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마음, 아싸가 되기도 인싸가 되기도 싫은 마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그림과 글이 이 책에는 가득 담겨있다.

 

-

 

"세상에는 '착한 사람''나쁜 놈'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89

 

좋은 게 좋은 거지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왜 편을 가르지 못해 안달일까. 흑 아니면 백. 선 아니면 악. 우리 편 아니면 적. 어렸을 적 읽었던 권선징악 동화부터 시작해 우리들은 이분법적 논리에 세뇌된 걸지도 모른다. 스텔라 장의 노래 빌런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은 검은색이나 백색이 아닌 회색이다. 누군가에겐 천사가 누군가에겐 악마가 될 수 있으며 그 대상에는 모두가 포함된다. 이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나면 부담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긴다. 스스로의 감정에 과몰입해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도 적어지고 누군가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도 죄책감이나 피해의식에 빠지는 일이 줄어든다.

 

하늘의 별처럼 다양한 모두를 이해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며, 그것에는 본인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존중을 배운다.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존중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사회가 두려울 수 있지만, 그것이 사회이다. 애니메이션 <킬라킬>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넘치기에 이 세계는 아름다운 것이다.’

 

-

 

"타인과 관계를 맺기 전에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만의 우선순위부터 정해 보면 어떨까." 107

 

저자는 공감되는 상황을 나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한 건강한 관계를 위한 적당함의 기술을 공유한다. 일화에 공감하며 괴로웠던 기억들이 떠오르려할 때, 상냥한 언니가 손을 내어주는 것 같은 충고가 마음을 시원하게 진정시킨다. 책을 읽다보면 되뇌게 된다. ‘그러려니’, ‘아님 말고’, ‘나 자신과 먼저 잘 지내자

 

이 책에서는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관계를 다루고 있다. 아이, 부모님, 친구, 동료, 애인까지. 상대가 달라져도 역시 관계의 본질은 같다. 과거에 지나간 관계도, 미래에 다가올 관계도, 스스로가 행복하고 건강해야한다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기준이다.

 

이런 생각은 이기적인 게 아닐까?’ 양보는 미덕이지만 길들여지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감옥이 된다. 진정한 자존감은 상대적인 것에서 오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다.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관계를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마음에 휑한 바람이 차는 겨울, 저자의 아기자기하고 직관적인 그림과 문구에 위로를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내일은 조금 더 스스로를 소중히 하는 자신이 되어있을 것이다.

 

적당히 가까운 사이댄싱스네일 지음, 허밍버드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데, 또 곁에 아무도 없으면 금세 외로워지곤 한다. - P192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놈‘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 P89

타인과 관계를 맺기 전에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만의 우선순위부터 정해 보면 어떨까.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