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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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이 도깨비섬에는 마흔 마리 정도 되는 도깨비가 지금처럼 한가롭고 의좋게 살고 있었지.” 237

 

동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상상을 자극하는 다양한 괴물과 요괴들, 용감하거나 지혜로운 주인공들의 모습에는 문화권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특유의 통속적인 색채가 잔뜩 들어있다. 원래는 권선징악 등의 교훈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짧은 서사였겠지만 세월을 거쳐 수많은 창작물의 소재로 사용되며 설화는 점점 재미있어졌다. 권선징악이나 과유불급 등의 단편적인 교훈에서 벗어난 깊은 고찰을 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새로운 가치관,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을 담아 다시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아름다운 공주만이 선량하고 못생긴 마녀는 모두 악하다는 편견을 깨뜨린 <흑설공주 이야기>, 남신 위주로 전개되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도전장을 던진 <키르케>. 이 책은 자칫 고리타분하고 평면적인 전래동화의 주인공에게 입체적인 성격을 던지고 서사트릭을 사용해 전래동화를 순식간에 미스테리 살인극으로 만들었다. 언제나 선량하거나 검소하거나 지혜롭거나 용감한 모습이었던 전래동화 주인공들은 저자가 설정해놓은 미스테리 장치에 휩쓸려 욕망에 휘둘리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뒷부분을 들춰본 것 같은 if물 특유의 매력과 쾌감을 잔뜩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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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나타난 것은 하루 아가씨가 존생제의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첫문장

 

일본은 그들의 전통을 끊임없이 재생산하여 대중화하는 특성이 있다. 퓨전 기모노, 말차를 사용한 온갖 괴상기발한 음식들. 일본 설화 또한 다양한 만화 소설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요괴가 등장하는 만화만 해도 호오즈키의 냉철’, ‘나츠메 우인장’, ‘게게게의 키타로등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일상과 전통 사이에 간극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 설화가 대중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금도끼 은도끼’,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한국에는 여러 좋은 전래동화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동화와 장르적 특성을 접목한 작품은 많이 없다. 만화 <신과 함께>, 드라마 <전설의 고향> 정도가 있지 않을까. 모두가 전통이 이어져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전통을 소중히 한다는 명목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경계하고 공격하는 사람들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전통설화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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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었습니다“ 184

 

서양 동화를 소재로 한 미스테리 번역서는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처럼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인들이 생경하게 느끼는 일본설화를 사용했다. 하지만 거리적으로 가까움 때문인지 일본설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 설화와 전개와 소재가 겹칠 때도 있기 때문에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모모타로’, ‘우라시마 타로같은 일본설화의 주인공은 생소하지만 도깨비’, ‘용궁거북이’, ‘은혜 갚는 학은 익숙한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5가지의 짧은 단편과 표지 안쪽의 부록으로 이루어져있다. 각각 다른 설화를 사용하고 있어 자칫하면 흩어져버릴 수 있는 앞의 4가지 단편을 마지막 단편 하나로 묶어 연결한다. 각각 다른 전래동화를 사용하였으니 이야기 속 배경이 가지각색이라고 생각하고 읽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도착했을 때 이 이야기들이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철저하게 이 책을 설계한 저자의 계획을 감탄하게 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예쁜 표지와 속표지 또한 소장욕을 자극한다. 구매 특전으로 다이어리 스티커가 사은픔으로 증정되니 추운 겨울에 칩거용으로 즐기기 좋은 소설이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었습니다

- P184

도깨비가 나타난 것은 하루 아가씨가 존생제의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 도깨비섬에는 마흔 마리 정도 되는 도깨비가 지금처럼 한가롭고 의좋게 살고 있었지.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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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맞춤법 - 더도 말고 100개만 알면 기본은 한다!
신선해.정지영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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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궜다', '잠궜다', '치뤘다' 모두 잘못된 표기랍니다." - p.119


우리는 틀린 맞춤법이 창궐하는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 유튜브에서 자주 나오는 붓기빼는 화장품 광고, 김치를 살 때 흔히 보는 제품명 썰은김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이전보다 훨씬 많이 노출되는 각종 향균제품들. 심지어 기자들도 결재결제의 용도를 헷갈려 사용하는 판국이다. ‘설마 작가나 기자들이 맞춤법을 틀리겠어.’ 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놀랄 정도로 자주 맞춤법을 헷갈려 사용한다. 올바른 표현을 알고 있더라도 어감이 이상해서 틀린 표현을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맞춤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대중들은 틀린 표현들을 일상 속에서 흡수하고 재생산한다. 심지어 옳은 표현을 틀렸다고 지적하는 덧글 부대가 출동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생긴다. 맞춤법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프로불편러라 한다 해도, 상황이 이정도가 되면 슬슬 경각심을 느낄 때도 된 것 같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의 태도여도 괜찮지만, 작은 오류들이 쌓여 습관이 되면 치명적인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맞춤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어도 방심하면 안 된다.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얼마나 스스로가 방심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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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레나룻은 '굴레'의 옛말인 '구레''수염'을 뜻하는 '나룻'이 합쳐진 순우리말로, 사전을 찾아보면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뜻하…… , 뭐죠? 수염? 수우여어엄?" - p.102


이 책은 번역가와 편집자가 합심하여 일상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맞춤법 오류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결재/결제’, ‘반드시/반듯이처럼 용도를 헷갈려하거나 잘못 쓰는 말, ‘유도심문/유도 신문’. ‘폐륜아/패륜아처럼 사전에 없는데 사용하는 말 100가지가 실렸다. 간단한 구성과 쉬운 설명이 함께하여 지루하지 않다. 왼편에는 잘못된 표현이 사용된 일상 속 상황을 그림 자료로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으며, 이해하기 쉽도록 전문용어를 최소화한 설명과 함께 사용 예시와 외우기 요령도 넣어 올바른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제목은 어른의 맞춤법이지만 설명이 친절하고 내용도 쉬워서 청소년도 쉽게 읽을 만한 책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터넷환경과 짧고 쉬운 텍스트에 노출되어있는 요즘, 읽으면 여러모로 유용한 책이다. 익숙함 속에서 놓치고 있던 올바른 발음도 짚어준다. 언제나 고뇌와 고통을 선사하는 띄어쓰기법칙도 부록에서 다루고 있다. 부제처럼 기본은 하도록신경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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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기적대다', '밍기적거리다'는 표준어가 아니에요. 물론 '뭉게다'도 틀린 표기고요." - p.133


칩거가 일상이 된 요즘. ‘밍기적거리다라는 말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뭉개다라는 올바른 표현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밍기적거린다라는 표현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뉘앙스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문법을 파괴하기도 하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현상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언어표현을 골라 사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접하여 옳게만 느껴지는 표현이 사실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공과 사를 구분하는 유연한 언어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맞춤법신선해정지영 지음, 앤의서재



단, ‘밍기적대다‘, ‘밍기적거리다‘는 표준어가 아니에요. 물론 ‘뭉게다‘도 틀린 표기고요. - P133

구레나룻은 ‘굴레‘의 옛말인 ‘구레‘와 ‘수염‘을 뜻하는 ‘나룻‘이 합쳐진 순우리말로, 사전을 찾아보면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뜻하…… 어, 뭐죠? 수염? 수우여어엄? - P102

‘담궜다‘, ‘잠궜다‘, ‘치뤘다‘ 모두 잘못된 표기랍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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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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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말했듯이 습관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문제는 당신이 아니다. 문제는 당신의 시스템이다." 317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재능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은 주로 환골탈태하여 성공한 사람들에게 붙는다. 비만이었지만 6개월 동안 운동해서 복근을 만든 사람이나 고1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수능만점을 받은 전교 꼴찌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성공스토리에 매혹되며, 노력의 중요성에 모두 공감하지만 이상하게도 스스로 실천할 생각을 하는 이들은 많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저 사람들우리들을 분리한다. ‘저들은 원래 재능이 있어서 저게 가능했던 거야.’라고.

 

연초에 세웠던 올해의 목표태반을 지키지 못하고 그대로 내년 다이어리 첫 장에 베끼는 것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는 건 익숙하다. 빽빽하게 채워진 목표들을 가만히 보다보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막막해진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던데,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으니 목표를 이루기에는 이미 늦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저절로 기운이 빠지고, 다시 나쁜 습관인 미루기가 고개를 내민다. 그렇게 다시 연말, 어디로 갔는지 모를 허송세월을 돌아보며 이루지 못한 목표들을 보고 우리는 자책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저자는 이 정체성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내년도 이런 사람인 채로 보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거기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목표의 달성여부에 목매게 되면 한 번의 실수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아주 조금씩이라도 행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거부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행동을 한 횟수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참 무섭다. 하지만 작심삼일을 반복하면 그것 또한 꾸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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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116

 

이 책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체계적으로 풀어낸 자기계발서이다. 12년도에 출간된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의 매커니즘을 발전시킨 새로운 습관 모델로 저자는 좋은 습관을 들이거나 나쁜 습관을 없애는 단계를 말한다.

 

* 분명하게 만들어라 / 보이지 않게 만들어라

*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 매력적이지 않게 만들어라

* 하기 쉽게 만들어라 / 하기 어렵게 만들어라

* 만족스럽게 만들어라 /불만족스럽게 만들어라

 

사람은 모든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쁜 습관은 환경이 무심코 그 행동을 하게 만들 때가 더 많다. 식탁에 과자가 쌓여있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냥 과자를 뜯는다. 운동기구 위에 옷가지가 널려있으면 옷가지를 치우는 것이 귀찮아 운동을 미루게 된다. 저자는 이를 꼬집으며 만들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습관이 형성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저자는 의지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며, 특히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기록물을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

 

SNS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알람을 끄고 휴대폰 배경화면에서 어플을 숨기자. 매일 독서를 하고 싶다면 집 이곳저곳에 책을 놓아두자. 그리고 정기적으로 완독 기록을 업로드하자. 나는 이 방법으로 5년 동안 중독처럼 사용하던 트위터를 일주일에 한 번 사용하게 되었고 일주일에 2권 이상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 기술된 방법들은 모두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실생활에 적용하기 쉽도록 했다. 나태의 유혹에 빠져버렸을 때, 보이지 않는 변화에 불안할 때, 저자는 노력이나 비법이라는 말로 어물쩍 넘기지 않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대며 독자를 설득한다. 챕터 끝마다 내용을 알아보기 쉬운 요약문으로 정리해 표시해두고 두고두고 펼쳐보기 좋도록 편집했다. 무엇보다 구성이 깔끔하고 명료해서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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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미루기'의 또 다른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실제로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 188

 

올해 10월에 나온 배우 조승우가 출연한 신한은행 기업PR광고가 있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잘하는 게 아니야. !’

 

우리의 삶의 방향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바꿀 수 있다. ‘10킬로그램 감량이 아닌, ‘건강하고 자주 움직이는 사람’. ‘외국어 자격증 취득이 아닌, ‘외국어가 생활에 배어있는 사람’. 조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에 가까워지기 위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어느새 그 행동은 자신의 일부가 되어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바뀌면, 우리의 인생은 자연스레 행복을 향할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습관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문제는 당신이 아니다. 문제는 당신의 시스템이다. - P317

환경은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 P116

준비가 ‘미루기‘의 또 다른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실제로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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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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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완하기 위해 임진왜란 직후였던 광해군 때, 다시 실록을 필사합니다. 추후 보완하면서 똑같은 것 5개를 만들어서 보관하게 하였고요.”


고려시대를 다룬 창작물은 상상력 싸움이고, 조선시대를 다룬 창작물은 철저함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출처-트위터) 사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려시대는 작가의 상상력이 없어지면 스토리를 진행하기 어려워지고, 사료가 방대하고 세세한 조선시대는 소비자가 오류를 잡아내기 쉽기 때문에 조금만 틀려도 의의제기가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생각해보면 근현대사 이전의 역사 중에서 제일 세세하게 배우는 것이 조선시대이다, 사극도 그 대부분이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까마득하게 먼 조선시대의 시대상을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이라는 훌륭한 기록물이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왕정의 이야기뿐 아니라 백성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도 기록되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그 보관방법도 특별하다. 복사본을 많이 만들어서 전국에 분할 보관한, 알쓸신잡에서 나온 조상들의 클라우드 백업방법은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조선왕조실록은 우리에게 친근하다. 하지만 완독한 사람은 적다. 분량이 많고 어려운 표현이 많아 섣불리 펼쳐보기 힘들다. 심지어 당파와 족보가 이리저리 얽혀있는 시대상의 상식이 적으면 어렵기만하다. 이 책은 유명 한국사 강사, 설민석 특유의 재미있고 친절한 문장으로 어린 학생부터 어른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게 풀어 조선왕조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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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신하들은 세종이 기력이 없거나 나랏일로 수심에 빠질 때마다 고기를 먹으라고 청해요. 아마도 세종에게 고기는 보약이자 신경안정제 같은 음식 아니었을까요?“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시대를 초월하고 통용되는 말이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들만을 다룬 교과서와는 다르게 이 책은 왕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실록에서 저자가 고른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함께 담았다. “허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단호박을 먹고 영의정 황희의 퇴직을 허락하지 않은 세종, 후궁을 들이지 않은 로맨티스트 현종, 담배를 사랑해서 과거시험의 소재로도 사용한 정종 등, 멀게만 느껴지던 왕이 조금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역사가 어렵게만 느껴지던 사람들도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책이다. 덕분에 페이지가 쉽게 넘어간다. 구어체의 문장에서 저자의 말투가 느껴지기 때문에 평소 저자의 강의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친근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은어나 비유가 적절히 사용되어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2077책으로 이루어진 조선왕조실록을 책 한 권에 담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인데, 책 한 권을 통해 아무리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어도 조선왕조의 개괄적인 흐름을 재미있고 쉽게 알게 한다는 것은 그 기획만으로도 베스트셀러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가치판단까지 친절하게 저자가 해주는 부분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의 모든 설명마다 실록의 원전이 붙어있는 구성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부분은 실록인지 야사인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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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리더 주변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용기 있게 바른말을 할 사람이 있어야, 그 나라와 사회, 조직이 바로 선다는 걸 태종 이방원을 통해 알 수 있어요."


“‘현재에 대한 진정한 통찰, 답은 역사 속에 있다.” 뒤표지 카피의 일부분이다. 이 카피처럼 저자는 역사를 설명하면서도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교훈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이 역사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는 현실의 어느 부분에 이를 적용해야하는지를 모르겠다는 점이 있는데,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의 행동은 현재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며, 이를 잘 고찰하면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역사는 흐름이지만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이 책은 그것을 도와준다. 조선왕조의 흐름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싶을 때 알맞으며, 챕터마다 마인드맵으로 내용을 한눈에 보여준다. 역사를 싫어하는 조카나 동생, 자식에게 선물하기에 적당한 책이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설민석 지음, 세계사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임진왜란 직후였던 광해군 때, 다시 실록을 필사합니다. 추후 보완하면서 똑같은 것 5개를 만들어서 보관하게 하였고요.

이후에도 신하들은 세종이 기력이 없거나 나랏일로 수심에 빠질 때마다 고기를 먹으라고 청해요. 아마도 세종에게 고기는 보약이자 신경안정제 같은 음식 아니었을까요?

자고로 리더 주변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용기 있게 바른말을 할 사람이 있어야, 그 나라와 사회, 조직이 바로 선다는 걸 태종 이방원을 통해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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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한 클래식 이야기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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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사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음악의 아버지를 바흐, 음악의 어머니를 헨델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 185p

 

클래식을 다루는 매체는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과 친하지 않다. 영화나 광고 등, 일상의 여러 부분에서 사용되지만 클래식은 아직까지도 특별한 날에 듣는 음악이나, ‘들을 때 교양이 필요한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클래식 거장의 이름들도 알고는 있지만 정작 그 인상은 단편적이다. 이런 환상은 클래식과 멀어지게 되는 요인이다.

 

이 책은 클래식과 친하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적지 않은 작곡가를 다루면서도 그 분량이 적어서 지루하지 않다. 추천 음악도 대중적인 곡들 위주로 선정하여 음악을 들으며 챕터를 읽으면 간단히 작곡가의 이름을 외울 수 있다. 음악시간에 한 번 쯤 들어 어설프게 알고 있는 음악상식을 차근차근 짚어주는 부록도 클래식과의 거리를 좁힌다. 챕터 뒤에 붙은 QR코드를 찍으면 이 책의 기틀이 된 유튜브 채널 가톨릭튜브<클클뮤직>시리즈로 연결되어 저자가 직접 본문의 내용을 설명하고 추천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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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작곡가였을 뿐만 아니라, 음표를 통해 진정한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에 맞서며 당당히 시대와 소통했던 용감한 혁명가였던 것입니다." - 177p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나 상식이 과거에도 여전하였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모든 문화는 시대와 사람에 맞게 꾸준히 변형된다. 현재의 음악의 기초, 음악 문화의 형태는 과거 음악가들의 유산이며, 목소리를 내고 현실을 바꾼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 시대의 훌륭한 음악가들이었다.

 

귀족 가문에 고용되어 하인 신분으로 힘들게 일해야 했던 음악가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최초로 프리랜서 선언을 한 모차르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애국단체에 들어가 음악으로 애국을 외친 슈만, 악보를 보지 않는 리사이틀 문화를 맨 처음 시작한 리스트,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 최초의 여성 원장 수녀가 되어 종교계에서 여성의 입지를 넓힌 음악가 힐데가르트 폰 빙엔 등, 수많은 음악가들의 일화들이 쌓여 지금의 음악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도 음악가들은 뛰어난 영감과 실력으로 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시네마뮤직의 수준을 올린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처럼 말이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여성 작곡가들에 대한 챕터가 있었다는 것. 힐데가르트, 파니, 나디아. 남성중심주의가 팽배했던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름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그들의 능력이 뛰어났고 열정이 깊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셋의 이름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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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취미를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고 선언하며 작곡가의 삶을 그만 둔 로시니. 그는 남은 인생을 자신이 사랑했던 요리와 함께 아주 맛있게 보냈답니다." - 165p

 

가발을 쓴 모습으로 악기나 악보를 들고 초상화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 이 근엄한 모습에 괜히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작곡가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거장들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일화들은 작곡가들과의 내적친밀도를 높여준다.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어이없거나 웃긴 이야기들. 커피 덕후였던 베토벤, 열차 덕후였던 드보르작, 요리에 빠져 본업을 그만둔 로시니, 두개골을 도둑맞은 하이든까지. 책을 덮고 나면 조금 더 찾아볼까?’ 하는 호기심이 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한다. 기쁠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음악은 언제나 사람과 함께한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음악에는 사람의 심라만상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만큼 매력적이다. 저자는 음악이야말로 시공간을 초월해 힘든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클래식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제목은 모르지만 선율을 듣고 나서야 ~ 이거~’ 하는 숱한 순간들. 이 책과 함께 앞으로는 선율을 들으면 이거 00가 작곡한 노래야!’ 라고 말해보자.

 

+ 초판본 한정 사은품인 음악 노트가 참 예쁘다.

 

FUN한 클래식 이야기김수연 지음, 가디언 출판사

 


사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음악의 아버지를 바흐, 음악의 어머니를 헨델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 P185

그들은 작곡가였을 뿐만 아니라, 음표를 통해 진정한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에 맞서며 당당히 시대와 소통했던 용감한 혁명가였던 것입니다. - P177

자신의 취미를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고 선언하며 작곡가의 삶을 그만 둔 로시니. 그는 남은 인생을 자신이 사랑했던 요리와 함께 아주 맛있게 보냈답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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