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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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이 도깨비섬에는 마흔 마리 정도 되는 도깨비가 지금처럼 한가롭고 의좋게 살고 있었지.” 237

 

동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상상을 자극하는 다양한 괴물과 요괴들, 용감하거나 지혜로운 주인공들의 모습에는 문화권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특유의 통속적인 색채가 잔뜩 들어있다. 원래는 권선징악 등의 교훈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짧은 서사였겠지만 세월을 거쳐 수많은 창작물의 소재로 사용되며 설화는 점점 재미있어졌다. 권선징악이나 과유불급 등의 단편적인 교훈에서 벗어난 깊은 고찰을 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새로운 가치관,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을 담아 다시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아름다운 공주만이 선량하고 못생긴 마녀는 모두 악하다는 편견을 깨뜨린 <흑설공주 이야기>, 남신 위주로 전개되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도전장을 던진 <키르케>. 이 책은 자칫 고리타분하고 평면적인 전래동화의 주인공에게 입체적인 성격을 던지고 서사트릭을 사용해 전래동화를 순식간에 미스테리 살인극으로 만들었다. 언제나 선량하거나 검소하거나 지혜롭거나 용감한 모습이었던 전래동화 주인공들은 저자가 설정해놓은 미스테리 장치에 휩쓸려 욕망에 휘둘리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뒷부분을 들춰본 것 같은 if물 특유의 매력과 쾌감을 잔뜩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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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나타난 것은 하루 아가씨가 존생제의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첫문장

 

일본은 그들의 전통을 끊임없이 재생산하여 대중화하는 특성이 있다. 퓨전 기모노, 말차를 사용한 온갖 괴상기발한 음식들. 일본 설화 또한 다양한 만화 소설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요괴가 등장하는 만화만 해도 호오즈키의 냉철’, ‘나츠메 우인장’, ‘게게게의 키타로등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일상과 전통 사이에 간극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 설화가 대중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금도끼 은도끼’,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한국에는 여러 좋은 전래동화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동화와 장르적 특성을 접목한 작품은 많이 없다. 만화 <신과 함께>, 드라마 <전설의 고향> 정도가 있지 않을까. 모두가 전통이 이어져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전통을 소중히 한다는 명목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경계하고 공격하는 사람들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전통설화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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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었습니다“ 184

 

서양 동화를 소재로 한 미스테리 번역서는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처럼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인들이 생경하게 느끼는 일본설화를 사용했다. 하지만 거리적으로 가까움 때문인지 일본설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 설화와 전개와 소재가 겹칠 때도 있기 때문에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모모타로’, ‘우라시마 타로같은 일본설화의 주인공은 생소하지만 도깨비’, ‘용궁거북이’, ‘은혜 갚는 학은 익숙한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5가지의 짧은 단편과 표지 안쪽의 부록으로 이루어져있다. 각각 다른 설화를 사용하고 있어 자칫하면 흩어져버릴 수 있는 앞의 4가지 단편을 마지막 단편 하나로 묶어 연결한다. 각각 다른 전래동화를 사용하였으니 이야기 속 배경이 가지각색이라고 생각하고 읽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도착했을 때 이 이야기들이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철저하게 이 책을 설계한 저자의 계획을 감탄하게 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예쁜 표지와 속표지 또한 소장욕을 자극한다. 구매 특전으로 다이어리 스티커가 사은픔으로 증정되니 추운 겨울에 칩거용으로 즐기기 좋은 소설이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었습니다

- P184

도깨비가 나타난 것은 하루 아가씨가 존생제의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 도깨비섬에는 마흔 마리 정도 되는 도깨비가 지금처럼 한가롭고 의좋게 살고 있었지.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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