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한 클래식 이야기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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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사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음악의 아버지를 바흐, 음악의 어머니를 헨델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 185p

 

클래식을 다루는 매체는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과 친하지 않다. 영화나 광고 등, 일상의 여러 부분에서 사용되지만 클래식은 아직까지도 특별한 날에 듣는 음악이나, ‘들을 때 교양이 필요한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클래식 거장의 이름들도 알고는 있지만 정작 그 인상은 단편적이다. 이런 환상은 클래식과 멀어지게 되는 요인이다.

 

이 책은 클래식과 친하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적지 않은 작곡가를 다루면서도 그 분량이 적어서 지루하지 않다. 추천 음악도 대중적인 곡들 위주로 선정하여 음악을 들으며 챕터를 읽으면 간단히 작곡가의 이름을 외울 수 있다. 음악시간에 한 번 쯤 들어 어설프게 알고 있는 음악상식을 차근차근 짚어주는 부록도 클래식과의 거리를 좁힌다. 챕터 뒤에 붙은 QR코드를 찍으면 이 책의 기틀이 된 유튜브 채널 가톨릭튜브<클클뮤직>시리즈로 연결되어 저자가 직접 본문의 내용을 설명하고 추천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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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작곡가였을 뿐만 아니라, 음표를 통해 진정한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에 맞서며 당당히 시대와 소통했던 용감한 혁명가였던 것입니다." - 177p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나 상식이 과거에도 여전하였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모든 문화는 시대와 사람에 맞게 꾸준히 변형된다. 현재의 음악의 기초, 음악 문화의 형태는 과거 음악가들의 유산이며, 목소리를 내고 현실을 바꾼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 시대의 훌륭한 음악가들이었다.

 

귀족 가문에 고용되어 하인 신분으로 힘들게 일해야 했던 음악가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최초로 프리랜서 선언을 한 모차르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애국단체에 들어가 음악으로 애국을 외친 슈만, 악보를 보지 않는 리사이틀 문화를 맨 처음 시작한 리스트,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 최초의 여성 원장 수녀가 되어 종교계에서 여성의 입지를 넓힌 음악가 힐데가르트 폰 빙엔 등, 수많은 음악가들의 일화들이 쌓여 지금의 음악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도 음악가들은 뛰어난 영감과 실력으로 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시네마뮤직의 수준을 올린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처럼 말이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여성 작곡가들에 대한 챕터가 있었다는 것. 힐데가르트, 파니, 나디아. 남성중심주의가 팽배했던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름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그들의 능력이 뛰어났고 열정이 깊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셋의 이름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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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취미를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고 선언하며 작곡가의 삶을 그만 둔 로시니. 그는 남은 인생을 자신이 사랑했던 요리와 함께 아주 맛있게 보냈답니다." - 165p

 

가발을 쓴 모습으로 악기나 악보를 들고 초상화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 이 근엄한 모습에 괜히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작곡가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거장들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일화들은 작곡가들과의 내적친밀도를 높여준다.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어이없거나 웃긴 이야기들. 커피 덕후였던 베토벤, 열차 덕후였던 드보르작, 요리에 빠져 본업을 그만둔 로시니, 두개골을 도둑맞은 하이든까지. 책을 덮고 나면 조금 더 찾아볼까?’ 하는 호기심이 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한다. 기쁠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음악은 언제나 사람과 함께한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음악에는 사람의 심라만상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만큼 매력적이다. 저자는 음악이야말로 시공간을 초월해 힘든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클래식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제목은 모르지만 선율을 듣고 나서야 ~ 이거~’ 하는 숱한 순간들. 이 책과 함께 앞으로는 선율을 들으면 이거 00가 작곡한 노래야!’ 라고 말해보자.

 

+ 초판본 한정 사은품인 음악 노트가 참 예쁘다.

 

FUN한 클래식 이야기김수연 지음, 가디언 출판사

 


사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음악의 아버지를 바흐, 음악의 어머니를 헨델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 P185

그들은 작곡가였을 뿐만 아니라, 음표를 통해 진정한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에 맞서며 당당히 시대와 소통했던 용감한 혁명가였던 것입니다. - P177

자신의 취미를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고 선언하며 작곡가의 삶을 그만 둔 로시니. 그는 남은 인생을 자신이 사랑했던 요리와 함께 아주 맛있게 보냈답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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