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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이들 ㅣ 상상 고래 11
임지형 지음, 김완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1월
평점 :
코로나로 인해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요.
매일 책 읽고 보드게임만 하며 지낼 순 없으니, 점점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게임해도 되요?’라고 묻는 일도 자주 있었어요.
그러던 중 임지형 작가의 신간을 보게 되었습니다.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의 늙은 아이들.
처음 책 제목을 보고는 ‘늙은 아이들?’ ‘아이들이
왜?’ 싶었답니다.
표지에는 한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니,
아이인지 노인인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얼굴과 몸의 반은 아이이고 반은 노인의 모습을 한, 기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작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 논술 지도를 했을 때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고 질문에 대답도 잘 했지만 읽고 난 후 생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건지
작가는 생각을 거듭하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일수록 생기가 없어 보이고
늘 무기력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작가는 ‘아이들의 겉모습까지 노인의 모습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상상으로 늙은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일상적인 모습들에서 생각을
거듭하며 상상하는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볼 수 있는 단편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는 동안 지금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놀이터에 나가서 놀고 싶어도 친구가 하나도 없는
현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다들 학원가기 바빠 친구를
사귀려면 학원을 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답니다^^

작가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봤었기에 이번 신작은 어떤
내용일지 기대하며 읽어 보았습니다.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의 늙은 아이들은 열세 살 해찬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검은 비로 보일 정도로 많은 벌떼가
한꺼번에 죽는 일이 일어나고,
해찬이의 반 친구들이 하나 둘 연락도 없이 전학을
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담임 선생님의 무언가 불안한 모습과 전학 갔다던
친구와의 문자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해찬이는 의아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아파서 학교에 못 갔던 어느날 해찬이를
살펴보러 왔다는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부분을 눈치채게 되고 의문은 더 커집니다.
아파서 학교를 못 가게 됐다는 해찬이에게 엄마는
어디가 아픈지 살피기보다는 학원비가 아깝다며 야단을 치지요.
한 번이라도 엄마가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 줬으면 했는데, 엄마는 끝내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해찬이가 느낀 서운함과 보살핌을 받고 싶은 마음을
인정받지 못하는 정서적 결핍까지..
해찬이의 생각을 보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해찬이가 노인의 모습이 되고 정부의 격리보호소로 갈
때도
엄마는 학원의 속성반처럼 단기간에 다시 어린 모습으로
돌릴 수 있는 반에 넣어달라며 돈은 어떻게든 구해 드리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해찬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돈으로 내자식만 위하려는 마음이나 집에서 돌보기보다는
학원으로,
더 비싼 학원이 더 좋을거라며 밖으로 내보내는 현실의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푸른 격리 보호소에 들어가기 전 신장 기능,
폐 기능, 근력, 혈압, 비만도, 체지방량 등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기능과 체형에 대하여 검사를 하고 생체 나이에 따라 반을 배정해 줍니다.
해찬이는 80~85세에 해당하는 B-80반에 속하며
B-804호로 불립니다.
그 곳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어딘가 수상한 B-821도
만나 생활하면서 점점 이상한 점들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보호소는 아이들을 치료해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세상에 이 일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정부에서 늙은 아이들을 숨기려는 의도로 갇히게 된 거였지요.
결국 탈출 계획을 세우지만 아이들은
여태 한 번도 스스로 알아서 해 본적이 없는 아이들이라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냥 생각하지 말고 계속 머무르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토론을 하고 탈출의 하는 과정에서 어딘가
수상했던 B_821의 정체가 드러나고
다시 어린 아이들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답니다.
어떻게 하면 80대의 늙은 모습에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의 중반부 부터는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고
그 해답 또한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갈 해보기도 전에 어른들이 알아서
척척 다 해 주는 현실의 양육문제 역시 비춰볼 수 있었습니다. 늙은 아이들도 자기 아이밖에 모르는 부모들에게서
스스로 하는 경험 없이 다 해주며 살아오다 마음까지
늙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 보호소에 유독 치매에 걸린 아이들이 많은 이유역시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예측해 봅니다.
아이가 아픈데도 학원비 아깝다며 남들보다 뒤쳐질까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나
아이들이 늙어 가는 것을 치료해주기 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의 모습..
아이들의 감정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미용사의 모습 등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마음은 생각하지 못 한 채
어른들의 기준에서 무조건 다 해주고 강요하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생각할 힘을 잃고, 생각해도 소용없다는
무기력함을 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라면 스마트 폰이나 티비로 놀이 시간을 즐길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며 뛰어 노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 공부를 외치고 다른 아이에 비해 우리
아이가 뒤처질까봐 아이들의 지친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한 채
궁지로 모는 어른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해 나갈
의지도, 경험도 없이
무기력한 채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의 늙은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현재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인지, 내가 살피지 못한
아이의 감정에 어두운 면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늙은 아이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을 남이 시키는 대로 보내는 아이들과
아이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성장에 더
신경이 쓰이는 어른들이 함께 본다면
각각 느끼는 바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권해봅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