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에 한 번씩 천일둥이로 태어나는 아프리카코끼리의 길잡이 범벅. 초록 눈으로 변할 때까지는 자기가 어떤 운명을 타고났는지 모른 채 살기 때문에 그런것과 무관하게 동물원의 우리에서 사육사에 의해 공연을 하는 범벅은 인간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필름이 돌아가듯 구십 년 전 초록 눈 코끼리 가족의 처참한 죽음을 본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믿고 따랐던 인간에 의해 저질러졌음을.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고 잔인하게. 아름답고 조용한 초원에 침입하여 탕탕탕 총소리와 함께 쓰러진다. 인간은 그랬다. 배고파서 사냥하는 짐승들과는 다르다. 코끼리를 사냥할 때도 이미 크게 자란 코끼리는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기 코끼리 한 마리를 얻기 위해 다른 가족 모두를 죽이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뿐인가 멋진 장식품을 얻기 위한 사냥도 꺼리낌없이 하고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에 온갖 동물을 가둬 즐기지 않는가 말이다. 동물과 교감하고 철창에 갇혀 있는 동물이 탈출하여 자유를 찾는다는 동화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에 끝까지 읽게 한 이유는 뭘까. 초반부에 결말이 예측 가능했음에도 재미있었던 것은 스토리를 이어가는 힘과 감동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무늬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동물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이면을 꿰뚫거나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살만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며칠 전 인터넷 기사에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한 논란의 기사를 보고 이놈의 정부는 도대체 환경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구나 하고 화가 났다. 오로지 삽을 들고 파헤치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있는가 싶었다. 이제 개발보다는 환경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경제 개발보다는 환경을 더 우선시 해야 함을, 자연의 모든 것들이 제 자리에, 자연스럽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를 <초록 눈 코끼리>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은 동물과 대화가 가능한 환희의 입을 빌어 우리의 현 교육을 아프게 꼬집었다. 비록 스치듯 슬쩍 던졌지만 이 말이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나를 붙잡아 두었다. 그것은 교육에 대한 확고한 주관없이 마냥 비판적이고 회의적이지만 결국은 나 역시 공교육의 제도권 안에 아이를 집어 넣으려 그 줄에서 이탈하면 낙오 될까 불안하여, 불만을 토로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그 줄에 똑바로 서서 웃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임을 부끄럽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그런 것은 없어. 어울릴 시간이 없다고. 다른 애들은 너무 바빠. 입만 열면 코끼리 얘기만 하는 나하고 친구가 될 시간이 없다고. 처음부터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애들이야.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길로만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그냥 그 애들과 다른 길로 갈래. 아빠, '다른 길'이 '틀린 길'은 아니잖아?" 아직 이 책을 읽기엔 어린 우리 아이지만 엄마가 읽으면서 얘기해 주면 이해할까? 빨리 읽히고 싶은 책이다. 푸른숲에서 출간되는 어린이 책은 언제나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푸른숲어린이문학이란 브랜드를 달고 나온 책 중에 읽은게 별로 없는데 올해는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 그만큼 좋아하는 출판사가 될 것 같다.ㅎㅎ